'킹스맨' 솜씨 그대로…매슈 본 감독 새 영화 '아가일'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매슈 본 감독의 액션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는 이른바 'B급 코드'를 내세워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청소년관람불가 외화로는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약 613만명을 동원했고, 'B급인 척하는 A급 영화'라는 독특한 평을 들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와 같은 유행어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수트를 쫙 빼입은 콜린 퍼스가 교회에 모인 사람들을 무참히 제압하는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본 감독의 신작 '아가일'에서도 관객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을 장면이 여럿 나온다. 이번엔 '중년미' 넘치는 신사가 아니라, 평생 싸움 한 번 해본 적 없을 것 같은 30대 여자 엘리(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분)가 주인공이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스파이 소설 '아가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는 이제 막 새로운 장의 집필을 끝냈다.
그러나 어머니 루스(캐서린 오하라)는 결말 부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엘리는 그에게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집으로 향하는 기차에 탄다.
여기서부터 평범했던 엘리의 일상은 소용돌이에 빠진다. 열차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갑자기 엘리를 공격해오면서다. 처음 보는 남자 에이든(샘 록웰)이 그를 구해주지만, 엘리가 상상해왔던 멋진 스파이의 모습과는 딴판이라 영 미덥지 못하다.
눈앞에서 스파이들이 싸우는 상황도 믿기 어려운데, 에이든은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엘리에게 한다. 엘리의 소설 내용이 실제로 그대로 일어나는 바람에 그가 전 세계 스파이들의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엘리는 자기 소설 안에 이 상황을 벗어날 힌트가 있다고 추측하고 에이든과 함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이 와중에도 건장한 프로 킬러들의 추격을 받으면서 두 사람은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다.
극 초반 평범한 스파이물로 시작한 영화는 중반부를 넘긴 때부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친구인 줄 알았던 사람이 실은 적이었고, 적인 줄 알았던 사람이 친구였다는 '킹스맨' 식 반전보다 한 수 위다. 엘리와 에이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실존 아가일의 정체를 예상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엘리가 쓴 소설 '아가일'이 극중극 형태로 나온다는 점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소설 속 세계 최고의 스파이 아가일(헨리 카빌)과 어마어마한 괴력을 자랑하는 그의 파트너 와이어트(존 시나)는 비현실적으로 여유만만해 웃음을 유발한다.
반면 현실 세계의 스파이 에이든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옆집 아저씨 같다. 근육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몸매에 술 냄새를 풍길 듯한 얼굴이지만, 엘리와 의기투합해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다. 엘리의 반려묘 알피는 귀여운 외모와 결정적 한 방으로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코미디 요소가 가득한 액션신이 '아가일'의 가장 큰 매력이다. 본 감독이 '킹스맨'에서 선보인 'B급 같은 A급' 스파이 액션 솜씨 그대로다. 3편 '퍼스트 에이전트'에서 절정에 달했던 우울한 분위기는 간데없다.
낭만적인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와 화려한 색감이 어우러진 덕에 살육의 현장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볼 수 있다. '킹스맨'에서 악인들의 머리가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박자에 맞춰 폭발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킹스맨'만큼 잔혹함의 수위가 높지 않다는 점도 장점으로 다가갈 수 있다.
액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진짜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간다. 이 시퀀스도 전에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함으로 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가일' 속 액션이 모두 코믹하게 표현된 건 아니다. 전통적인 스파이물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 추격전과 총격·맨몸 액션도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배우들의 연기에는 '구멍'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엘리를 연기한 하워드는 두세 가지 인물이 몸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연을 펼친다. '킹스맨'에 등장한 새뮤얼 L. 잭슨, 소피아 부텔라는 색다른 캐릭터로 반가움을 안긴다. 매혹적인 스파이로 변신한 팝스타 두아 리파의 연기도 볼거리다.
다음 달 7일 개봉. 139분. 12세 이상 관람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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