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쏜 北 '극초음속 미사일'…정말 '게임체인저' 맞나?[안보열전]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4. 1. 1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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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앵커]
국방과 외교, 통일 이슈를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안보열전' 시간입니다.

북한이 지난 일요일, 2년만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어디서는 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두고 '게임 체인저'라고 말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었습니다. 정말 그게 맞는지 의문을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 일단 이게 뭐 하는 물건입니까?

[기자]
극초음속이라는 건 소리의 속도, 그러니까 마하 1의 5배인 마하 5를 말합니다. 소리 속도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초속 340m잖아요. 극초음속을 계산하면 시속 6천km 정도겠죠.

근데 대부분의 탄도미사일은 원래 극초음속이 나옵니다. 엔진이 점화되면 마하 5를 넘어가는 건 금방이거든요. 근데 그렇다고 탄도미사일을 다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하진 않아요. 명중할 때까지 마하 5 이상을 유지하면서, 변칙 기동을 할 수 있는 무기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해요. 북한이 쐈다고 주장하는 게 이겁니다.

왼쪽부터 북한이 올해 1월, 2022년 1월, 2021년 9월 발사한 자칭 '극초음속 미사일'. 연합뉴스


그 중에서도 활공비행체, HGV(Hypersonic Gliding Vehicle)라고 하는 건데 이 미사일을 2021년 9월, 2022년 1월에 딱 한 번씩 2번 쐈어요. 2022년에 최종 완성했다고 발표를 했고 2년 동안 잠잠하다가 갑자기 비슷한 걸 이번 달에 쏜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모든 탄도미사일을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극초음속 상태로 상대가 알 수 없게 움직여야 한다?

[기자]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원리랑 관련이 있는데, 요격하려면 발사 때부터 레이더에서 잡는 게 좋습니다. 왜냐면 워낙 빠르기 때문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올라가잖아요? 이걸 계산하면 궤적과 목표 지점이 대충 나와요. 그러니까 예상 경로에 요격탄을 쏴서 그걸 잡을 수 있는 겁니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파란색)과 HGV(빨간색)의 비행궤적을 비교한 그래픽. 미 RAND 연구소


근데 HGV 같은 경우엔 탄도미사일에 실려서 발사된 뒤 활공체, 즉 탄두가 분리돼서는 대기권으로 들어가서 활강을 합니다. 물수제비 튀기는 거랑 비슷한 모습이 되고, 날개와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서 방향을 막 바꾸면서 날아가요.

이러면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방금 말씀드린 대로 경로 예측이 안 되니 요격이 어려워지고, 나머지 하나는 고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레이더에 늦게 걸립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이유로 인해,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초록색)과 HGV(빨간색)가 레이더에 포착되는 거리 차이를 나타낸 그래픽. 미 의회조사국(CRS)


몇 번 말씀드렸는데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레이더가 일정 거리 이상 넘어가면 일정 고도를 넘어가야, 즉 일정 고도 이상으로 올라가야 탐지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고도가 낮아지면 탐지가 늦게 돼요. 방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서 북한 미사일 추적할 때 초기 정보는 우리가 제일 정확합니다. 그리고 쭉 날아가면서 동해에 떨어질 때 정보는 일본이 정확합니다.

[앵커]
그러면 이번에 북한이 쏜 미사일, 정말 HGV라고 불러도 되는 거예요?

[기자]
여러 전문가 분들께 여쭤봤는데, 기술적으로 보면 일단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이번에 합동참모본부 발표를 보면 1천km를 날아갔어요. 고도는 안 밝혔는데 일본 방위성의 발표가 눈에 띕니다. 최고고도 50km라고 했거든요. 아까 초기단계 말고 쭉 날아갈 때 잡는 건 일본이 정확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초반에는 포물선 그리면서 확 올라갔다가 금방 내려가서 계속 비행했다는 거예요. 군 당국은 변칙 기동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서 현 단계에선 알 수 없는데,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보면 이건 HGV가 맞다고 합니다.

[앵커]
극초음속 미사일이 맞는다고요?

[기자]
일단 그렇게 추정되고 있습니다. 2년 전하고 생김새는 엇비슷한데, 이런 원뿔형의 경우 좌우로 기민하게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

사실 그 때, 지금도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는데 국방부 산하의 한 권위 있는 기관에서 기자실에 오셔서 북한이 쏜 미사일이 HGV가 아니라고 설명했었거든요.

이게 뭔 얘기냐면 그 때 쏜 미사일은 HGV가 아니라 기동탄두 재진입체, MaRV라는 겁니다. 이건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의 변형판인데, 하강할 때만 경로를 확 틀어 버리는 물건이예요.

당시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최대속도가 마하 6을 기록하긴 했는데, 그 뒤로 쭉 떨어졌다"며 "HGV 같은 경우에는 경로의 2/3을 활강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고, 이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했어요.

1980년대 실전배치된 미국의 퍼싱 2 MaRV.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우리나라의 현무-2C, 북한의 화성-11나형(KN-23)에도 이 기술이 적용돼 있다. 미 육군 제공


풀업 기동이라는 말 들어 보셨죠? 러시아의 이스칸데르나 북한의 KN-23 즉 화성-11나형에 적용된, 끝부분에서 갑자기 궤도를 올려버리는 기술이요. 이게 MaRV입니다.

[앵커]
근데 그건 2년 전 얘기고 이번엔 초반부터 하강해서 쭉 갔다는 점에서 HGV라고 말하셨잖아요. 북한이 진짜 무서운 무기를 갖게 됐다, 이렇게 봐야 되나요?

[기자]
함정이 있는데, 무기는 그 자체 성능보다 어떻게 쓰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북한이 이걸 어디다 쓸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단 한반도에는 안 씁니다. 가성비가 떨어져요. 우리나라를 공격하려면 다른 것 많습니다. 장사정포,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등. 일본 본토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앵커]
그럼 어디에다 쏩니까?

[기자]
북한이 발표한 내용에 힌트가 있어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IRBM이라고 했습니다. 사거리 3천에서 5500km. 평양에서 쐈는데 거기서 오키나와까지 1500km 정도, 괌까지 3500km 떨어져 있거든요. 오키나와엔 미 해병대가 주둔하고 괌에는 공군 전략폭격기, 해군기지에 원자력 잠수함과 항공모함도 기항할 수 있고요. 좋은 목표죠.

그런데 여긴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섬이잖아요? 미사일이 오다가 중간에 계속 경로를 틀더라도 어디로 올지 뻔합니다. 그럼 기존의 요격체계로 잡을 수가 있는 거예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입니다.
"중장거리이기 때문에 속도나 고도상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사거리상에서 특정 목표가 미국의 섬 같을 경우에는, 종말단계에서 목표가 너무 분명하고 방어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 이렇게 보죠."

[앵커]
우리나라에 쏘는 건 좀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성비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쏠 수 있는 거잖아요?

[기자]
가능합니다. 다만 이럴 경우 HGV의 장점이 희석돼요. 낮은 고도로 내려가서 레이더를 피한다는 장점. 왜 희석되느냐, 한반도가 너무 짧아요. 그래서 변칙 기동을 하더라도 금방금방 레이더에 걸립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조홍일 연구위원은 2022년 '국방정책연구'에 실린 논문 '극초음속 활강체의 특성과 군사적 함의'에서 "미사일 발사지점과 탐지체계 사이 거리가 짧을수록 지구 곡률로 인한 차폐효과가 제한되며,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에 위치하더라도 지상·해상에서 조기에 탐지할 수 있게 된다"면서 "종심이 짧은 한반도 작전 환경상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에 대한 효과도 그렇고, 섬인 오키나와나 괌에도 그렇고, 사실상 종합적으로 보면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기는 좀 애매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이게 우리나라 언론에서 너무 남발되는 단어 중 하나거든요. 너무 쉽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어요. 신무기가 나오면 게임 체인저다, 이런 거 많이 봤는데 저는 정말 웬만해선 이 단어를 기사에 쓰지 않습니다.

물론 적을 과소평가하는 건 굉장히 위험합니다. 하지만 적에 대한 과도한 경보는 오히려 적을 이롭게 하고 우리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신무기가 등장하더라도 어떤 측면에서 효과적이고 어떤 측면에서 아닐지 면밀히 따져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요.

[앵커]
신무기에 대한 이야기는 본방송 이후에 유튜브에서 김형준 기자와 좀더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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