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저출생’ 처방은 “인구부 신설·특별회계”[저출생 해법 경쟁]

조문희·이두리·김윤나영·신주영 기자 2024. 1. 1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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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특별회계 만들고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해
여가부 업무 통합·흡수
중기 대체인력 지원 늘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기업에서 저출생과 관련해 ‘일·가족 모두 행복’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의 저출생 대책은 크게 세 범주로 나뉜다.

먼저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여성가족부 업무를 흡수하고 여러 부처에 분산된 저출생 정책을 인구부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부처를 넘어서는 효과적 정책 수립을 위해 부총리급 격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출생 대응 재원 마련 차원에서 별도의 ‘저출생 대응 특별회계’를 신설한다고도 했다.

둘째, 출산휴가·육아휴직 확대 및 유연근무 활성화다. 국민의힘은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 의무 기간을 현행 10일에서 1개월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아빠의 육아참여 문화를 확산하려는 시도다. 출산휴가 명칭부터 ‘아이맞이 엄마휴가’로, 배우자 출산휴가는 ‘아이맞이 아빠휴가’로 바꿀 방침이다. 아울러 임신 중 육아휴직 사용을 배우자에게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출산휴가·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신청만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기로 했다. 현재 15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도 210만원으로 40% 늘리기로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까지는 아프거나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경우 쓸 수 있는 연 5일의 유급 자녀돌봄휴가를 신설한다. 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급여 상한을 인상하는 등 유연근무를 늘리겠다고 했다.

셋째, 육아휴직 등 사각지대로 불렸던 중소기업 지원 대책이다. 중소기업 노동자가 육아휴직에 들어가 채용된 대체인력에 대한 지원금을 현행 80만원에서 160만원(경력단절자·중고령은퇴자 채용 시 240만원)으로 늘리는 등의 방안이다. 대체인력 확보가 어려운 경우엔 업무를 떠맡게 되는 직장 동료를 지원하는 ‘동료수당’을 신설한다. 외국인 인력을 대체인력으로 쓰는 기업의 경우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 한도를 늘려줄 방침이다. 지역 산단 내 육아휴직 근로자가 발생할 경우엔 파견 근로자를 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빠 출산휴가 의무화”를 가장 유의미한 안으로 꼽았다. 인구부 신설에 대해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돌봄, 주거, 산업, 교육 등 다양한 기능을 한 부서가 흡수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이 위원은 “거버넌스 체계를 고민해야지, 자리만 만든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부총리급이라는데, 지금 있는 교육부총리, 사회부총리는 뭐했나”라고 말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인구부가 그 기능을 흡수한다는 공약이 실현되면 정부·여당이 인구출산 정책에서 여성을 도구화한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동료수당 신설이 노동자 업무 부담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수당 주면 그만’이란 인식 아래 인력 고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견 근로자·외국인 인력을 쉽게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접근은 정규직 바깥 노동자의 열악한 지위 개선 노력이 없다면 또 다른 노동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영유아 보육이나 초등 방과 후 돌봄 대책이 없는 것은 아쉽다”며 “돌봄 서비스 공백이나 사각지대를 메우려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조문희·이두리·김윤나영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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