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만드는 게 현재 목표… 끝까지 웃기려고 노력할 것”

이복진 2024. 1. 1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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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부활의 주역 ‘이상해형’ 신윤승 ‘말자 할매’ 김영희 인터뷰
봉숭아학당 ‘이상해형’ 신윤승
“새우깡을 새우맛과자라고 말해야 하는
공영방송의 묘한 한계 웃음 코드로 승화
예전과 달라진 개콘 모습 보여드릴 것”
‘소통왕 말자 할매’ 김영희
“소통은 호통” 방송 초기 호통 캐릭터로
“관객 질문 들으면서 진행 모두 애드리브
이제는 자리 잡아… 같이 웃고 즐겼으면”
KBS2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지난해 11월12일 방송을 재개했다. 1999년 9월 첫 방송 이후 KBS 간판 프로그램이었지만 변화한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2020년 5월14일에 ‘잠정 휴식기’에 들어갔다. 3년 5개월 만의 공백을 털고 방송을 재개했지만, 방송 초기 “여전히 예전만 못하다”는 등 혹평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과 출연진은 기죽지 않고 코너를 계속 수정, 이제는 고정 시청자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더불어 눈길을 끄는 캐릭터도 있다. 공영방송이라는 KBS의 한계를 웃음 코드로 승화시킨 ‘이상해형’과 관객과의 대화로 즉흥 코미디를 하는 ‘말자 할매‘가 대표적이다. 이를 연기하는 신윤승과 김영희를 만나 제작진과 출연진이 얼마나 개그콘서트에 진심인지, 그리고 이들이 바라보는 개그콘서트는 어떤 것인지 들어봤다.
3년 5개월 만의 공백기를 뚫고 부활한 KSB2 ‘개그콘서트’에서 눈길을 끄는 캐릭터인 ‘이상해형’과 ‘말자 할매’를 연기하는 신윤승(왼쪽사진)과 김영희는 “현재 웃기는 것만 생각할 뿐 다른 목표는 없다”며 “앞으로도 더욱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KBS 제공
◆13년 만에 스포트라이트 신윤승

“저희(신윤승·조수연)는 KBS 연예대상 베스트 커플상이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립니다. 저희는 ‘베스트 아이디어상’입니다. 베스트 커플상은 박준형·김지혜(살림하는 남자들), 이채민·홍은채(뮤직뱅크)가 받았어요. 아쉽냐고요? 저어언혀!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부활한 개그콘서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개그맨이 있다고 하면 이 사람을 뺄 수는 없다. ‘데프콘 어때요’에서 소개팅남으로, ‘봉숭아 학당’에서 불만 가득한 이상해형으로 등장하는 신윤승이다. ‘데프콘 어때요’는 가수 겸 방송인 데프콘을 닮은 조수연과 소개팅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스마트폰에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메모해놓는데, ‘데프콘 어때요’도 그렇게 만들어진 코너입니다. 4∼5년쯤 전에 메모했고, 상대역으로 조수연이 어울릴 것 같아 같이 하자고 했죠. 그때는 유튜브용이라서 지금과 호흡이나 진행 등이 달랐죠.”
신윤승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던 코너를 이번에 개그콘서트가 부활하자 다시 손을 봤고, 그게 ‘빵’ 터졌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에서 만난 신윤승은 “무대에서도 충분히 웃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렇다고 바로 방송 무대에 올리지 않고 금·토·일 윤형빈소극장에서 관객에게 선보인 뒤 방송용으로 다시 수정한다”고 말했다.

이상해형도 마찬가지다. 이상해형은 공영방송인 KBS만이 가지고 있는 제약, 예컨대 ‘스타벅스’를 ‘별다방’이라고 말하는 등을 대놓고 지적하는 캐릭터다.

“2019년도쯤인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라 메모를 해놓은 게 있어요. ‘새우깡’을 ‘새우맛 과자’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KBS만의 묘한 상황을 웃음으로 만드는 캐릭터죠. 선배들도 당시에 좋다고 했는데, 개그콘서트가 휴식기에 들어갔고 tvN ‘코미디빅리그’에서는 상표명을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어 맞지 않았죠. 유튜브는 물론이고요.”

그러면서 신윤승은 “처음에는 음향과 편집 감독님께서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즐기시는 것 같다”며 “조수연 얼굴 등이 CG(컴퓨터그래픽)로 입혀지는 건 내가 절대 바란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개그콘서트를 대표하는 개그맨이 됐지만, 신윤승은 원래 합류하지 않으려 했다. “개그콘서트가 휴식기에 들어갔던 건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활하더라도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저는 들어갈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예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각오, 그리고 개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기 때문에 저도 함께할 수 있었던 거죠.”

신윤승은 “개그콘서트를 예전처럼 장수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현재 목표”라며 “그런 면에서 KBS 사장님은 이상해형에서 브랜드를 조금만 풀어주면 좋을 거 같다. ‘나이’와 ‘키’는 되는데 왜 ‘나이키’는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통왕 말자 할매로 돌아온 김영희

“본업(개그우먼)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아직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너무 많은데, 그걸 보여줄 무대가 부족했죠. 그러던 중에 개그콘서트의 부활을 듣게 됐고, 당연히 하겠다고 했죠!”

개그우먼 김영희는 개그콘서트에서 마지막 코너인 ‘소통왕 말자 할매’에서 말자 할매로 관객의 고충을 들어주고 답변을 내려준다. 방송 초기에는 “소통은 호통”이라며 “크게 말해!” 등으로 호통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말자 할매가 예상 못 한 명쾌한 답변을 주면서 관객의 호응을 받고 있다. 예컨대 큰 아이의 먹성을 다 채워줄 수 없다는 고충에 “음식을 사줘라. 요즘 애들은 안 먹어서 문제지 잘 먹는 것은 응원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넷째(자식)를 가지고 싶다는 고민에 대해선 “해”(?)라고만 시원하게 말했다.
김영희
“관객과 진행하는 부분은 전부 즉흥으로 답변해주고 있어요. 스탠드업 코미디(관객을 마주하며 실시간으로 하는 코미디쇼)를 6년여 했기 때문에 가능한 애드리브(즉흥 대사)입니다. 그래서 가끔 당황스러운 질문도 있어요.”

개그콘서트 부활에 대해선 “모든 개그맨이 바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활을 기다렸기 때문에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첫 방송 때 만족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을 겁니다. 너무 많은 것을 내보내려고 하다 보니 숭숭 잘린 느낌도 들고, 자리를 못 잡았던 것 같아요. 저희 스스로 자체 검열을 하면서 눈치도 봤죠.”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고 김영희는 말했다. 그 증거로 늘어난 관객을 언급했다. “다양한 사람이 개그콘서트를 보기 위해 방청 신청을 한다고 들었어요. 수요일 공개방송에서 사람들이 늘고 다양해졌다는 걸 실감하고요. 반응도 처음과 달리 같이 웃고 즐기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그러면서 개그콘서트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더불어 자신의 ‘비호감’ 이미지에 대해서도 속 시원하게 밝혔다. “개그콘서트에 복귀한다고 하니까 ‘미스 캐스팅’(잘못된 출연) 등의 기사를 많이 봤어요. 불편함을 끼쳤다면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개그콘서트를 하면서 저를 좋아해 주시는, 저를 통해 웃는 분들을 보면서 ‘살아있으니까 이런 일을 겪는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앞으로 더 큰 웃음을 드리겠습니다. 개그콘서트로 웃음을 드리지 않으려고 한 적은 단 1초도 없습니다. 끝까지 웃기려고 노력하니까 열린 마음으로 이쁘게 봐주시면 감사합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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