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초격차 DNA' 잇도록…이재용에 발판 만들어줘야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4. 1. 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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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아버지인 이병철 창업회장에게 삼성제국을 물려받았지만 창업가정신을 갖고 선택과 집중으로 새로운 삼성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승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환경에서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요즘 여러 사회적 상황에 발목을 잡힌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평생 한국 기업, 특히 삼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이와 관련된 주요 학술적 성과를 발표했던 야나기마치 교수를 최근 가나가와현에 있는 게이오대 쇼난후지사와 캠퍼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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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전문가' 야나기마치 이사오 日게이오大 교수
기술패권 전쟁 한창인데
운신폭 줄어 의사결정 한계
오너 결단이 초격차 만들어
반도체, 韓제조·日소부장 강점
양국 산업교류 확대 기여할 것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아버지인 이병철 창업회장에게 삼성제국을 물려받았지만 창업가정신을 갖고 선택과 집중으로 새로운 삼성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승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환경에서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요즘 여러 사회적 상황에 발목을 잡힌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한국 기업사 연구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통하는 야나기마치 이사오 일본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교수(63)의 얘기다. 게이오대 상학부를 졸업한 뒤 이곳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박사 학위 논문 주제가 '한국 현대사와 삼성 재벌의 발전'일 정도로 한국 기업 전문가다. 평생 한국 기업, 특히 삼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이와 관련된 주요 학술적 성과를 발표했던 야나기마치 교수를 최근 가나가와현에 있는 게이오대 쇼난후지사와 캠퍼스에서 만났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은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계열 분리를 통해 이병철 회장이 물려준 거대한 삼성제국을 사실상 해체 수준으로 재구성했다"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본인이 창업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선택과 집중을 확실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87년 삼성그룹을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은 전자·금융의 두 축으로 그룹을 정비했다. 이어 1993년 질적 경영을 강조한 '신경영 선언'을 통해 지금의 삼성그룹을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본인이 창업자라는 의식이 없었다면 시대를 앞서고 큰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 결단을 내리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도체 분야 세계 1등 회사는 이러한 토대에서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재용 회장에 대해 묻자 야나기마치 교수는 안타까운 표정부터 지었다. 그는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이재용 회장을 너무 옥죄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삼성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한국을 대표해서 싸우고 있는 기업"이라며 "일분일초가 아깝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경영 시스템 개선과 사회공헌 강화, 기술 초격차 확대를 위한 과감한 투자 등 '뉴 삼성'을 만드는 데 매진해 왔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선임 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를 선출해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인 710만㎡(약 215만평)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은 삼성의 '반도체 초격차'를 현실로 이끌 과감한 결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완전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을 논의하는 등 새로운 시장 선점에도 나서고 있다. 사회 책임을 강조하는 '미래 동행' 행보도 꾸준히 보여왔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아무리 우수한 사람이라도 전문경영인이 할 수 없는, 오너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며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경영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아버지의 인맥을 물려받아 교류하는 재계 3~4세에게는 아무나 알 수 없는 고급 정보가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오너만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큰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너 경영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 영입과 오너 보좌 조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 산업이 교류할 가능성에 대해 야나기마치 교수는 "반도체처럼 제조는 한국, 소재·부품·장비는 일본처럼 상호 보완될 수 있는 부분은 시너지 효과가 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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