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치킨과 짜바기
치킨은 치느님이다. 닭요리도 진급한다. 제사상, 잔칫상 제일 좋은 자리에 올라가더니 기어이 그 자체가 ‘느님’이 됐다. 그 명명 배경에는 아픔도 있다. 치킨 말고 우리를 위로하는 값싸고 맛있는 요리가 없다는 뜻이다. 튀겼지, 단백질이지, 통으로 한 마리를 다 먹을 수 있지, 더구나 시키면 온다!
닭은 생명이고 고기라 언제나 귀한 것이었다. 사위가 오면 씨암탉이라는 말이 상징한다. 닭은 크기부터 잡기 좋은 육류다. 놓아 기르는 닭 중에 접대할 손님 수에 맞게 크기를 정하면 된다. 도살도 비교적 간편하며, 손질도 쉽다. 돼지는 기르는 데 오래 걸리며 집 농사 규모가 크고 좋아야 줄 먹이도 충분히 생긴다. 키우고 싶다고 아무나 기르는 가축이 아니었다. 소는 말해 무엇하랴. 경운기를 누가 함부로 잡겠는가.
닭은 키우는 데 돈도 거의 안 든다. 풀씨며 지렁이며 무엇이든 먹었다. 봄에는 올챙이, 여름에는 개구리를 회초리로 잡아서 사료로 썼다.
과거에는 보건당국이 현장 도축을 금지하는 단속을 벌이는 중에도 오랫동안 닭전이 성행했다. 몇몇 재래시장에서는 아직도 암암리에 닭을 잡아 판다. 닭은 선도, 살아 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노인들의 관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냉장되어 팔리는 작은 닭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다. 크고 좋은 닭, 이른바 토종닭 같은 것을 직접 확인하고 사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무슨 ‘가든’이나 농장형 작은 식당에서는 2000년대까지도 닭을 기르고, 잡아 팔았다. 그런 요리는 대부분 백숙이나 조림이다.
치느님은 튀김이다. 튀기는 요리는 미국산 잉여 식용유의 공급으로 커졌다. 1970년대에 최초의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생겨난 배경이다. 육계와 사료, 동물약품 산업, 식용유 같은 거대 식품 카르텔의 합작품이다. 그 깊은 사정은 따로 공부하고 파고들어야 할 정도로 한국 식품사와 과학계는 물론이고,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여담인데, 얼마전 전북 익산으로 취재를 갔다가 한 화교 조리장을 만났다. 그에게서 ‘짜바기’라고 불리는 요리 이야기를 들었다. 짜장면 할 때 그 짜(炸작=튀기다)다. 짜바기(炸八鷄)라고 쓴다. 여덟 토막을 낸 닭을 기름에 튀겼다는 뜻이다. 닭은 반을 분할하면 날개와 가슴살, 다리, 허벅지로 네 토막 치는 게 기본이다. 4×2=8이다. 작팔계, 즉 한국 화교 사투리로 짜바기다. 이 요리가 한국 시장 치킨의 생성기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과거 포계라는 닭요리가 있는데, 이는 영계를 철판에 기름 넉넉히 두르고 지지는 쪽에 가까웠다고 한다. 한국의 치킨은 미국과 중국과 한국의 합작품이 되는 것일까. 화교 조리장의 기억 한 토막 더.
“옛날에는 닭요리를 주문하면 뒤란으로 가서 닭을 잡아왔어요. 도축부터 시작하는 거죠. 굽고 튀기고 지지는 건 그다음이지요.”
아참, 짜바기는 여덟 토막, 깐풍기는 더 작게 잘라 열여섯 토막이라고 한다. 짜바기는 없지만 오늘 저녁은 깐풍기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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