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다자녀 1억 대출탕감'…초유의 저출산엔 파격 해법 필요
민주, 다자녀 출산시 대출원금 탕감-분양전환 공공임대 제공
국민의힘, 출산시 아빠휴가 1달유급 의무화
당면한 최대 국가적 난제인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 정치권이 정책경쟁에 돌입했다. 역대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도 급격한 인구감소를 막지 못한 만큼 효과적인 저출생 대책을 놓고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저출생지원 종합대책'을 내놓자 국민의힘은 같은 날 오후 '일·가족 모두행복'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결혼·출산과 연계한 지원금 및 주거대책에 중점을 둔 반면 국민의힘은 일·가족 양립에 우선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당무복귀 뒤 첫 번째 공약으로 주거와 자산, 돌봄, 일·가정양립 등 4개 분야의 저출산 해결책을 제시했다. 눈에 띄는 정책은 '결혼-출산-양육 드림(dream)'이다. 결혼을 하면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주고, 첫 아이 출산시 무이자 전환, 둘째 출산시 원금의 50% 감면, 셋째 출산시 원리금을 전액 탕감해주는 제도다. 즉 3자녀 출산시 1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혼과 다자녀 출산의 동기부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던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토대로 제시했다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이 반대해 논란이 되었던 공약과 흡사하다.
주거대책으로는 2자녀 출산시 24평형, 3자녀 출산시 33평형 주택을 각각 분양전환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하는 '우리아이 보듬주택'을 약속했다. 8세~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 아동수당을 카드로 지급하고, 출생시부터 고교졸업시까지 매달 10만원씩 펀드계좌에 지급하는 총 1억원 규모의 양육지원금도 제시됐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중소기업 근로자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급여를 각각 50만원 인상하고, 육아휴직과 육아기근로시간 단축시 불이익을 금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해당 정책들을 집행하기 위해 관련 법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이재명 대표는 여야간 의견이 일치하는 건 즉시 입법하고, 추경편성도 제안했다.
국민의힘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같은 날 오후 총선 1호 공약인 '일·가족 모두행복'을 발표했다.
자녀출산시 아빠에게도 1개월간 유급휴가를 의무화하고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월 60만원 올리는 돌봄대책과 육아·돌봄휴직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관련해서 육아기 유연근무를 확대하고 근로시간 단축급여 상한도 올리기로 했다. 육아휴직으로 발생하는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체인력 고용 지원금은 기존의 8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경력단절자나 중고령 은퇴자 채용시 지원금을 240만원까지 올리고, 초등학교 3학년까지 아이가 아플 경우 1년에 5일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녀돌봄휴가를 신설하는 방안도 약속했다.
비상한 사태엔 파격적인 해법이 필요한 법이다. 지난 십 수년동안 38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결혼·출산을 꺼리는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다. 이는 소득계층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0년과 2019년의 상·중·하 3개 계층별 출산율변화를 살펴본 결과 상위층은 24.2% 감소한 반면 하위층은 51%나 출산율이 줄어든 것에도 나타난다.
여기에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과 결혼·출산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까지 감안하면 백화점식 대책을 잽으로 날리는 방식으로는 인구절벽의 물줄기를 틀기 쉽지 않다.
실제로 헝가리는 2010년대 들어 과감한 출산장려 정책을 도입해 2011년 1.23이던 합계출산율을 2020년 1.56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특히 여타 유럽국가들이 인구대책을 이민자에 의존한 것과는 달리 헝가리는 출산지원 정책에 GDP의 5% 수준을 쓰는 과감한 정책을 시행했다. 대표적인 것이 출산과 대출 탕감을 연계한 '예비부모 대출' 제도였다.
과감한 정책집행에는 재정문제가 뒤따를 수 밖에 없으나, 실효성이 적은 사업에 투입된 예산을 재조정하면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인구감소는 잠재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것이다. 농번기에 수확할 일손이 부족하고, 건설업과 중공업 등 분야에선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사업장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에선 아이들 울음소리를 듣기 어렵다. 과감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저출생 위기극복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한 여야의 건전한 경쟁과 협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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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재웅 논설위원 leejw@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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