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불길한 주가 하락… 위기냐 기회냐[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4. 1. 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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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테슬라 24일 실적 발표 '촉각'

테슬라가 올들어 곳곳에서 악재를 만나며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주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는 오는 24일 실적 발표이지만 오히려 단기적으로 상승 촉매가 없는 테슬라의 현실이 드러나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웰스 파고의 애널리스트인 콜린 랭건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오후 보고서를 통해 이번 실적 발표 기간에 테슬라가 "가장 위험에 처해 있는 기업"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선 그는 테슬라의 올해 전기차 인도량이 전년 대비 13%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테슬라가 몇 년 전에 제시한 목표치인 연평균 50%의 전기차 인도량 증가를 크게 하회하는 것이다.

랭건은 또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전기차 보급률이 크게 늘지 않는 등 거시적 역풍도 있다"며 "게다가 테슬라의 핵심 시장 3곳에서 성장세도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오는 24일 장 마감 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전망에 대해 좀더 상세한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랭건은 그러나 테슬라가 이번 어닝 시즌에 최대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며 지난해 4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예상을 웃도는 호조세를 보였지만 전기차 가격 인하로 인해 이익률 압박은 지속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의 매출액총이익률이 15.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 16.7%를 크게 하회하는 것이다.

랭건은 테슬라의 장기 성장 기대치를 낮추며 목표주가를 250달러에서 223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테슬라 주가 급락, 이번은 다르다
테슬라 주가는 17일(현지시간) 2% 가까이 하락한 215.55달러로 마감했다. 테슬라는 올들어 11거래일 중 2거래일을 제외한 9거래일 동안 주가가 내려가며 총 13.3% 떨어졌다. 이는 올들어 1% 하락한 나스닥지수에 비해 극히 저조한 수익률이다.

이날 종가 215.55달러는 지난해 11월10일 214.65달러 이후 최저가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지난해 11월의 경우 테슬라만의 특별한 악재 없이 증시가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으며 기술주가 동반 하락한 뒤 반등하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테슬라 고유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부각되며 주가가 타격을 받고 있다.

전기차 경쟁력, 절대 우위 아니다
테슬라의 올초 주가 출발이 부진했던 첫번째 원인은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를 중국 비야디(BYD)에 빼앗겼다는 소식에 있다.

테슬라가 더 이상 전세계 1위의 전기차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투자자들에게 테슬라의 전기차 경쟁력이 절대 우위가 아니라는 현실을 자각하게 했다.

17일에는 테슬라가 독일에서도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 연방 자동차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서는 폭스바겐이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11.4% 증가한 반면 테슬라는 9% 감소한 결과다.

이익률 압박·생산 차질·수요 부진
둘째,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 인하에 따른 이익률 축소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17일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 모델 Y 가격을 인하했다. 중국에서 모델 Y와 모델 3 가격을 낮춘지 일주일만이다.

셋째,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추가적인 이익률 압박이 불가피해졌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지난해 파업을 통해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임금 인상을 이끌어낸데 이어 테슬라에서도 노조 결성을 시도하자 어쩔 수 없이 임금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넷째, 독일 공장에서 24일간 생산이 중단된다는 점이다. 테슬라 독일 공장은 홍해에서 예멘 반군인 후티의 공격으로 인한 부품 조달 차질로 오는 19일부터 2월11일까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

다섯째, 전기차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도 있다. 렌터카업체인 허츠는 지난 11일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많다며 보유하고 있던 전기차 중 3분의 1 가량인 2만대를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분율 25% 요구하는 머스크
여섯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5일 X(트위터)를 통해 테슬라가 AI(인공지능)와 로봇공학 분야의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25%의 의결권이 필요하다고 밝힌 점이다.

25%의 지분율은 머스크가 현재 보유한 테슬라 지분율 13%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머스크는 자신의 테슬라 지분율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테슬라를) 뒤집어 엎을 수 있는 만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자신에게 25%의 의결권이 없다면 테슬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AI) 제품들을 개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른 투자자 지분 희석 우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연달아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JP모간의 애널리스트인 라이언 브링크먼은 머스크가 2022년에 트워터를 인수하기 위해 테슬라 지분을 팔기 전에는 지분율이 약 25%였다고 지적했다.

또 머스크의 지분율을 25%로 확대하려면 "아마도 새로운 (CEO) 보상 계획을 통해 다른 투자자들의 지분을 실질적으로 희석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머스크의 요구는 지분율을 25%로 확대해주지 않으면 그가 테슬라 CEO 자리를 떠날 가능성을 높이고 그를 계속 CEO로 붙잡아 두려면 주주들의 비용을 올려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테슬라 주가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브링크먼은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의 요구대로 CEO 보상안을 추가로 마련한다면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지배구조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JP모간은 테슬라에 '비중축소' 의견과 목표주가 135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AI 사업 유지하려면 주주 부담 증가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인 필리페 후초아도 지난 16일 보고서를 통해 머스크의 요구가 테슬라 주가에 대한 "단기적인 평가 절하와 추가적인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테슬라의 밸류에이션에는 비자동차 부문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대폭 반영돼 있기 때문에 머스크가 지분율이 25%가 안 되면 다른 곳에서 AI 사업을 하겠다는 발언이 주가에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순이익 전망치 기준으로도 67배로 S&P500지수의 3배 수준이다.

후추아는 또 머스크의 지분율 확대 요구에 대해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위해 테슬라 지분을 매각한 것과 머스크의 전략과 제품 우선순위 결정이 지난 2년간 테슬라의 성장성과 수익률, 경영 결속력 등을 훼손시킨 것은 아닌지 투자자들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테슬라 이사회가 테슬라 내에서 AI 개발을 유지하기 위해 머스크르 위한 초과 CEO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다.

후추아는 테슬라에 '보유' 의견과 목표주가 225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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