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세계로 번지는 ‘중동 불씨’

최민영 기자 2024. 1. 1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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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포격부대 소속 군인이 레바논 접경지대에서 휴식하고 있다. 이스라엘/EPA·연합뉴스

파키스탄과 이란이 무력충돌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란이 파키스탄에 미사일을 쏘자 파키스탄은 “주권침해 행위”라며 18일 보복공습에 나섰다. 서로 상대방 영토에 은신한 테러리스트를 공격한 것이라지만,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촉발된 ‘중동전쟁’ 불씨가 아시아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이란은 시아파 이슬람 종주국이다. 그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왕정국가와 이스라엘을 견제하기 위해 하마스와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 세력을 지원해왔다. 국내 정세가 혼란해 가자전쟁 공식 개입은 꺼려왔으나 지난 3일 이슬람혁명 이래 최악의 폭탄테러가 일어나 100명 이상 숨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수니파 무장단체를 향해 보복에 나선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5일 이라크 모사드 본부,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기지를 공습했고 그다음 날 파키스탄도 공격했다. 시아·수니파 극단주의 갈등이 심화되면 아시아권이 테러리즘에 휩싸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이란은 핵 개발 중이고 파키스탄은 핵무장 국가여서 충돌 시 위험이 크다.

가자전쟁 직접 개입을 꺼려온 미국은 홍해의 전운에 휩싸여 있다. “팔레스타인을 돕겠다”며 홍해에서 이스라엘·서방 상선들을 공격하는 친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과 미국 주도 다국적군이 충돌하고 있다. 미군이 후티 반군 기지를 맹폭한 게 18일까지 네 차례다. 수에즈운하 길목인 홍해를 확보하려 하는 미국은 자기방어 차원일 뿐이라며 확전을 경계한다. 하지만 중동 내 수니파 국가들은 시아파 무장세력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100일을 넘긴 가자전쟁은 그칠 기미가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이 2025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본격적으로 나서면 사태는 더 복잡해진다. 1차 세계대전은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에서 한 발의 총성으로 시작됐다. 오늘날 중동은 사소한 오판이 통제 불능 상태로 이어질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땅이다. “5~10년 안에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미국의 외교 원로 헨리 키신저의 지난해 경고를 잊어선 안 된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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