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NGO] 유난 떨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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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환경문제에 관심이 생겨 쓰레기 줄이기에 나서자 가방이 점점 무거워졌다.
환경에 문제의식이 생기면서 책을 읽고 관련 모임들을 기웃거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에 나섰지만, 너무 큰 사회문제 앞에서 나란 존재는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환경을 지키고 기후위기를 알리는 활동을 하는 내가 계속해서 유난을 떠는 이유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지키고 이어 나가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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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회 | 환경정의 활동가
“넌 왜 이렇게 유난을 떠니?”
처음 환경문제에 관심이 생겨 쓰레기 줄이기에 나서자 가방이 점점 무거워졌다. 다회용 빨대, 텀블러 등을 챙겨 다니자 주변에서는 ‘왜 이리 유난을 떠냐?’는 반응이 많았다. 비꼬듯 날 “환경운동가”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호칭이 나쁘지만은 않았고, 지지해 주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작게나마 지구를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무거워지는 가방도, 주변의 비아냥도 아닌 효능감이 없다는 것이었다. 환경에 문제의식이 생기면서 책을 읽고 관련 모임들을 기웃거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에 나섰지만, 너무 큰 사회문제 앞에서 나란 존재는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희망은커녕 절망과 회의감만 커졌지만, 다른 한편으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강해져 갔다. 그래서 환경시민단체에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관심에서 시작해 개인적인 실천을 거쳐 ‘활동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너무 큰 불평등을 보았기 때문이다. 가속하는 기후위기는 안타깝지만 인류가 산업화 시기에 들어서며 우리(인류)만의 풍요를 위해 자연을 파괴한 결과물이다. 산업화의 득을 크게 본 선진국들은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위기에 크게 기여하고 책임이 크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 반대로 산업화의 득을 적게 본 개발도상국들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 않으며 기후위기에 기여한 정도가 미미하지만, 기후재난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가령, 지난해 리비아에서 대홍수로 1만명에서 최대 2만명이 숨졌다. 전쟁에 버금가는 희생 규모로, 말도 안되는 숫자다. 그전에도 대형 기후재난이 속출했지만, 지난해에는 그 빈도가 더욱 늘어 폭우, 홍수, 가뭄,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피해가 어느 때보다도 컸다. 그리고 그런 재난은 기후위기 기여도가 낮은 약소국들에서 많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최근 COP28(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볼 수 있듯, 잃을 게 많고 권한과 책임이 큰 강대국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전환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런 부정의하며 불평등한 구조를 제대로 알게 된다면, 누구도 유난 떨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을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무엇이든 해보자는 마음에 활동가가 된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었다. 처음 단체에 들어왔을 때도 그랬지만 사실 아직도 활동의 효능감이 낮고 어려운 일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 같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어떤 일이든 누군가 거저 떠먹여 주는 일은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가끔은 머리가 복잡하고 이 활동을 내가 계속해야 하나 의문이 든다. ‘다들 각자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데, 나는 괜찮을까…?’는 생각도 들지만, 그럴 때마다 처음 활동가가 되기로 한 이유를 생각한다. 내 활동이 나의 생존뿐만 아니라 모두의 생존과 연결된다는 것을 생각하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환경을 지키고 기후위기를 알리는 활동을 하는 내가 계속해서 유난을 떠는 이유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지키고 이어 나가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말하는 것이 유난이 아닐 때까지, 유난을 떨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때까지, 유난 떨며 살고 싶다.
※‘각자도생의 시대 나는 왜 공익활동의 길을 선택했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보람을 느끼고 있는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투고(opinion@hani.co.kr)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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