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시장 외면, 아직 걱정할 필요 없다… "건강하다면 강력한 선발 투수, 숨겨진 보석" 호평

김태우 기자 2024. 1. 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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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내 메이저리그 계약이 기대되고 있는 류현진
▲ 류현진은 건강만 유지한다면 여전히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로 뽑힌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3년 시즌 뒤 메이저리그에서 생애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류현진(37)은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의 현역 연장을 원하고 있다. 이제 서서히 류현진 시장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앞선 대어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시장에는 아직 선발 보강이 필요한 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4년 전과 달리 류현진은 그렇게 비싼 선수가 아니다. 우선 나이가 많다. 올해 만 37세다. 게다가 2022년 시즌 중반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는 점도 마이너스다. 지난해 복귀해 좋은 활약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풀타임 쇼케이스를 하지는 못했다. 구단들이 볼 때는 위험 요소가 있다.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평가도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 중 선발 다섯 자리가 완벽하게 세팅이 된 팀은 별로 없다. 최근 미 스포츠전문매체인 ‘블리처리포트’의 분석에 따르면, 선발 로테이션이 어느 정도 완성이 돼 굳이 추가적인 선발 투수를 영입할 필요가 없는 팀은 13개 팀에 불과했다. 나머지 17개 팀은 각자 선발 보강이 다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류현진은 비싼 투수가 아니며, 1~2년 정도의 단기 계약, 그리고 연 평균 1000~1500만 달러 사이에 영입할 수 있다. 162이닝이 아닌, 140~150이닝을 기대한다면 충분히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그리고 시장에는 아직 그런 틈새가 열려있다.

애당초 류현진의 에이전트이자 메이저리그 최대 에이전시의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전략이 그랬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 대어들이 빠져 나가면 선발 영입에 실패한 팀들이 그 다음 레벨의 선발 투수를 노릴 것이고, 류현진에게는 틈새가 보일 것이라는 전략이었다. 이에 아예 초장기전, 1월을 보는 전략을 세우고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계약 자체가 조금 늦었고, 아직 블레이크 스넬이나 조던 몽고메리와 같은 선발 대어들이 빠져 나가지 않으면서 시일이 조금 더 지체되는 것으로 보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류현진은 기대치를 낮추고 보면 여전히 훌륭한 투수다. 예전처럼 180이닝을 던지면서 사이영상 레이스에 뛰어들 만한 전성기는 아니지만, 건강하다면 충분히 팀에 괜찮은 투구 수준을 안겨주는 선수다. 실제 팔꿈치 감각이 정상이 아니었을 지난해 류현진은 11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조정 평균자책점은 123으로 리그 평균보다 23%나 더 좋았다.

우승 팀 로테이션의 3~5선발, 그리고 리빌딩 팀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투수로 적합하다는 시선도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시선도 비슷하다. MLB.com은 18일(한국시간) ‘확실히 류현진의 전성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강력한 선발 투수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남아있다’면서 남은 류현진 시장의 전망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점쳤다.

◆ MLB.com의 추천, “건강만 유지할 수 있다면 2024년 성적 좋을 것”

선발 투수 보강을 원하는 팀들이라면 류현진의 가치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MLB.com의 주장이다. 물론 대어급 선수는 아니지만, 어차피 선발 투수들의 소화 이닝은 예전보다 떨어지는 상황에서 류현진의 투구 퀄리티는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 류현진은 선발 보강이 필요한 팀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 가능성이 크다
▲ 류현진은 지난해 팔꿈치 부상에서 복귀해 나름대로 괜찮은 복귀 시즌을 보냈다

MLB.com은 ‘류현진은 2022년 6월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2023년 8월 복귀한 그는 토론토 소속으로 11번 선발 등판해 5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고 지난해 복귀 후 성적을 소개하면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보여줬던 기량과 거리가 있지만 여전히 좋은 선발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류현진은 지난해 복귀 후 구속이 예전만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 그리고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완벽한 볼 배합으로 베테랑의 진가를 과시했다. 류현진은 그간 보여줬던 패스트볼-체인지업-커터의 콤보는 물론 싱커성 패스트볼과 110~120㎞대의 느린 커브를 섞어 승승장구했다. 토론토의 철저한 이닝 관리상 많은 이닝과 투구 수를 소화하지는 않았으나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 FA 시장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MLB.com은 류현진의 부상 이력에서 감점을 줬다. 실제 류현진은 2015년 어깨 부상으로 거의 2년을 고생했다. 2017년 복귀했으나 당시 팔꿈치 이슈가 있었고, 이후 화려하게 재기했지만 2022년 팔꿈치 인대가 결국 끊어지며 수술을 받았다. MLB.com은 이런 류현진의 부상 전력과 구속 저하는 불안 요소라고 봤다. 그러나 건강만 유지할 수 있다면 분명 좋은 선발 투수라고 호평했다. MLB.com은 ‘류현진이 37세가 됐고 패스트볼 구속도 경력 최저인 88.4마일(약 142㎞)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류현진이 건강만 유지할 수 있다면 2024년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무기들을 갖추고 있다’고 기대를 걸었다.

사실 오히려 건강은 지금 이 시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류현진은 지난 2~3년간 자신을 괴롭혔던 팔꿈치 통증에서 탈출했다. 수술로 깨끗하게 해결했다. 그리고 지난해 재기 시즌을 보냈다. 체중도 감량했고, 지난해 복귀 후 팔꿈치 상태에 대한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오히려 앞으로 2~3년 더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패스트볼 구속은 지난해보다는 소폭 오를 가능성도 있다. 감각이 좋아지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평균자책점, 투구 수준 증명한다

류현진은 경력에서 그렇게 무시받을 만한 투수가 아님도 분명하다. 여전히 투수의 가장 대표적인 지표가 되는 평균자책점을 봐도 그렇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통산 평균자책점은 3.27이다. 1055⅓이닝에서 만든 성과라 표본도 꽤 많다. 이를 현역 선수들과 비교하면 리그 8위 수준이다. 류현진은 어쩌면 저평가된 투수라고 봐야 한다.

현역 선수 중 류현진보다 더 좋은 개인 통산 평균자책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클레이튼 커쇼(2.48), 제이콥 디그롬(2.53), 크리스 세일(3.10), 맥스 슈어저(3.15), 게릿 콜(3.17), 저스틴 벌랜더(3.24)뿐이다. 코리 클루버(3.44), 잭 휠러(3.45), 소니 그레이(3.47), 매디슨 범가너(3.47), 카일 헨드릭스(3.48), 잭 그레인키(3.49)보다 더 좋은 성적이다. 류현진의 투구 이닝이 적기는 하지만, 그가 최전성기 상당 부분을 KBO리그에서 보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 류현진은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 중 평균자책점 7위를 달리고 있다
▲ 류현진은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2~3년 더 활약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지고 있다

경험이 많고, 건강하다면 충분히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대할 수 있는 류현진의 가치는 낮지 않을 전망이다. 건강이 문제가 되는 선수들도 잘만 계약한 FA 시장이기도 하다. 유리몸의 대명사인 루이스 세베리노는 뉴욕 메츠와 1년 1300만 달러에 계약했고, 지난해 팔꿈치 수술로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한 프랭키 몬타스 또한 1년 1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류현진은 수술 후 회복 단계에 있는 만큼 오히려 이들보다 리스크가 적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한편 MLB.com은 류현진 외에도 제임스 팩스턴, 마이클 로렌젠, 제이콥 주니스, 카를로스 카라스코 등을 선발 보강이 필요한 팀들이 눈여겨볼 만한 자원으로 언급했다. 현재 FA 시장의 남은 선발 최대어는 이견의 여지없이 블레이크 스넬이고, 그 다음은 조던 몽고메리로 평가된다. 그 다음 ‘2티어’ 선수들의 대표 주자가 바로 류현진, 로렌젠, 팩스턴이다. 세 선수는 근래 들어 현지 언론 보도에서 계속 세트로 묶이고 있다.

이들은 4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받을 만한 선수들은 아니지만, 1~3년 정도의 단기 계약으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자원들로 평가된다.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나는 팀들이 1월 내내 이들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

류현진과 직접적으로 경쟁할 만한 선수는 바로 팩스턴이다. 팩스턴(1988년생)은 류현진(1987년생)과 나이가 비슷하고 좌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근래 들어 부상으로 고전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팩스턴은 2020년 20⅓이닝, 2021년 1⅓이닝 소화에 그친 뒤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19경기에서 96이닝 동안 7승5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경력 10시즌 동안 156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가 850⅔이닝을 던지면서 64승38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역시 건강할 때는 퀄리티가 있는 투수지만, 나이가 있고 근래 부상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류현진과 흡사한 부분이 있다. MLB.com 또한 팩스턴에 대해 ‘팩스턴은 자주 부상을 당했다. 경력 초기부터 그랬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최소 120이닝을 기록했지만 이후로는 매 시즌 부상에 시달렸다’면서 ‘복귀한 2023년에도 팩스턴은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고, 오른쭉 무릎 염증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하지만 마운드에 있을 때 팩스턴은 아주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고 류현진과 비슷한 뉘앙스를 남겼다.

즉, 팩스턴과 류현진의 계약은 서로가 참고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팩스턴이 이만큼을 받으면, 류현진도 참고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이다. 보라스가 들고 있는 패가 많은 만큼 협상 상황을 잘 꿰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류현진에게도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 도대체 언제, 얼마에 계약? 선발 시장 인플레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18일에는 또 하나의 선발 자원 투수의 계약 소식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의 한 축은 류현진의 전 소속팀인 토론토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토론토는 쿠바 출신 우완 야리엘 로드리게스와 4년 총액 3200만 달러(약 430억 원)에 계약했다.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경력을 쌓은 로드리게스는 선발 로테이션의 백업이 필요했던 토론토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했다.

▲ 선발 시장의 인플레는 류현진에게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 메이저리그에서의 마지막 계약을 꿈꾸고 있는 류현진 ⓒ곽혜미 기자

로드리게스는 전형적인 선발 자원은 아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주로 불펜 투수로 뛴 기억이 더 많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다. 시속 150㎞를 가볍게 넘기는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한다. 로드리게스는 2020년 주니치에 입단해 3년을 뛰었다. 2022년까지 3년 동안 주로 불펜에서 뛰며 79경기에 나갔고, 10승10패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22년에는 정상급 불펜 자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토론토는 로드리게스를 롱릴리프로 활용하고, 때로는 선발로 투입하는 등 다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토론토는 이미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하게 보강한 팀이기 때문이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는 류현진과 4년 8000만 달러에 계약했고, 이후 호세 베리오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이어 케빈 가우스먼, 기쿠치 유세이, 크리스 배시트와 계속 계약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채워 넣었다. 로비 레이와 류현진이 차례로 FA 자격을 얻어 빠져나가기는 했지만 선발 투수가 부족한 팀은 아니다. 지난해 부진했으나 여전히 기대를 모으는 알렉 마노아가 있고, 마이너리그에도 선발로 대기하고 있는 자원들이 있다.

토론토는 올해도 가우스먼, 베리오스, 마노아, 기쿠치, 배시트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활용하고, 스윙맨으로 로드리게스를 붙일 가능성이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이제는 더 보여줄 것이 없는 리키 터드먼의 자리도 필요하다. 터드먼은 이미 팀 내 유망주 랭킹에서 오랜 기간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토론토도 기쿠치의 계약이 올해로 만료되는 만큼 선발 정리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법하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시즌 뒤 결산 인터뷰에서 류현진, 맷 채프먼 등 FA로 풀린 선수들에 대한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그런 움직임이 구체화되지는 않았고 결국 로드리게스에 총액 3200만 달러라는 만만치 않은 금액을 쓰며 마운드 한 자리를 보강했다. 오타니 쇼헤이 영입전에 나선 적도 있는 만큼 가진 자금의 여유는 있을 것으로 보이나 채프먼이 나간 공격의 자리도 만회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선발 투수는 그 다음 순번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로드리게스 또한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현지의 시각이다.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올해 선발 시장은 건강하게 던질 수 있는 투수라면 예상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계약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왔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역대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액인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에 계약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 투수로 공인됐던 게릿 콜이 불과 4년 전 세웠던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액(9년 3억2400만 달러)을 그대로 뛰어 넘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애런 놀라는 필라델피아와 7년 1억7200만 달러에 계약했고, 에두아드로 로드리게스는 애리조나와 4년 8000만 달러에 사인했다. 당초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예상에서 놀라는 6년 총액 1억5000만 달러가 예상됐던 선수인데 1년을 더 받았다. ‘팬그래프’의 예상에서 3년 6300만 달러 수준이었던 소니 그레이는 3년 7500만 달러로 역시 시장가보다 높았다.

이마나가 쇼타는 시카고 컵스와 4년 5300만 달러에 계약했으나 이마나가의 경우 컵스를 선호했고 게다가 옵트아웃 조항을 넣어 2년 뒤 대박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계약 금액도 그렇게 싸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당초 연간 1000만 달러 수준 정도가 예상된 류현진 계약은 이보다 더 큰 금액일 가능성이 있다 ⓒ곽혜미 기자
▲ 류현진의 이번 계약은 향후 선수의 계획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류현진이 주목할 만한 시장은 1~3년 단기 계약 시장이다. 여기서도 인플레이션은 뚜렷하게 발견된다. 세스 루고가 3년 4500만 달러, 조던 힉스가 4년 4400만 달러에 계약했는데 모두 기대치를 웃돌았다. ‘팬그래프’의 예상치는 루고가 2년 2600만 달러, 힉스는 3년 27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선발로 던질 수 있다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증 사례다. 심지어 힉스는 선발을 선호할 뿐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경력이 거의 없다.

루카스 지올리토는 2년 3850만 달러, 마커스 스트로먼은 2년 3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두 선수 모두 연 평균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연 평균 1300만 달러가 예상됐던 마이클 와카는 연 평균 1600만 달러인 2년 3200만 달러에 계약했고, 그 아래 선수들도 거의 대다수가 ‘팬그래프’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선발 시장에 남은 투수는 5년 총액 1억500만 달러가 예상된 몽고메리, 5년 총액 1억2500만 달러가 예상된 블레이크 스넬을 필두로 한다. 하지만 두 선수는 이보다 더 큰 금액을 확신하고 있으며 심지어 스넬의 경우 스프링트레이닝 직전까지 계약을 미룰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급해지는 건 팀들이라는 자신감이다.

그 외 클레이튼 커쇼(팬그래프 예상 1년 2100만 달러), 마이클 클레빈저(팬그래프 예상 2년 2400만 달러), 마이클 로젠젠(팬그래프 예상 2년 2000만 달러), 잭 그레인키(팬그래프 예상 1년 700만 달러), 제임스 팩스턴(팬그래프 예상 1년 800만 달러), 류현진(팬그래프 예상 1년 1000만 달러), 알렉스 우드(팬그래프 예상 1년 700만 달러) 정도가 시장에 남은 유력한 매물들이다. 이들보다 팬그래프의 예상치보다는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류현진도 이런 시장 흐름에 편승해 1년 1000만 달러보다는 더 높은 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계약의 묘미라는 게 있다. 2024년 시즌 뒤 옵트아웃 조항을 넣는 계약이 될 수도 있고, 아예 계약할 때 2025년 구단 및 상호 옵션 등을 포함하는 방법이 있다. 류현진이 2024년 재기를 과시한다면 2025년에 더 좋은 조건에서 메이저리그에 잔류할 수 있는 방법이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이미 뉴욕 메츠와 머네아의 계약 때 이런 방법을 쓴 바 있다. 머네아는 2024년 시즌이 끝난 뒤 옵트아웃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 올해 잘해서 다시 시장에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지 프로젝션의 전망치도 나쁘지 않다. 통계전문 프로젝션인 ‘스티머’는 류현진의 2024년 성적으로 비교적 긍정적인 수치를 내놨다. 통계 프로젝션은 보통 전년도 성적을 기반으로 해 나이를 고려한 에이징커브 보정치로 다음 해 성적을 예상한다. 류현진은 지난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관계로 지난해 성적을 참고로 하면 사실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워야 정상이다. 지난해 11경기에서 52이닝밖에 던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도 한 살을 더 먹었다.

하지만 ‘스티머’는 류현진이 올해 26경기에 선발로 던질 것이며, 이 26경기에서 141이닝을 소화할 것이라 예상했다. 규정이닝까지는 아니어도 건강하면 140~150이닝은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것이다. 이 26경기에서 8승9패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수준을 이어 가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경쟁력 있는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런 ‘스티머’가 예상한 류현진의 2024년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1.8이다. 지난해는 0.5가 채 되지 않았는데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팀 공헌도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지난해 선발로 WAR 1.8을 기록한 선수는 피츠버그의 우완 요한 오비에도다. ‘팬그래프’가 집계한 오비에도의 지난해 값어치는 1460만 달러 수준이었다. 류현진에게도 이 정도 WAR을 기대한다면, 역시 연간 1000~1500만 달러 수준의 금액은 투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스볼 레퍼런스가 예상한 2024년 성적에서도 류현진은 6승5패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스티머보다는 출전 경기 수가 적지만, 어쨌든 4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평균 수준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선발 투수라면 최근 시세에서 1000만 달러 이상을 손에 넣는 게 결코 어렵지 않은 흐름이다.

류현진은 장기적으로는 한화 복귀도 생각해야 한다. 류현진은 2012년까지 한화에서 뛰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KBO리그로 복귀하면 한화로 돌아가야 한다. 류현진은 이미 수차례 한화에서 은퇴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마지막은 무조건 한화다. 그렇다면 이번 메이저리그 계약이 한화 복귀 시점을 어렴풋이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어쩌면 류현진의 마지막 메이저리그 계약이 될 수도 있는 가운데, 어떤 수준의 대우를 받으며 새로운 유니폼을 정할지 주목되고 있다.

◆ 1월 18일 현재 총액 1000만 달러 이상 선발 투수 계약

1.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 :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

2. 애런 놀라(필라델피아) : 7년 총액 1억7200만 달러

3.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애리조나) : 4년 총액 8000만 달러

4. 소니 그레이(세인트루이스) : 3년 총액 7500만 달러

5.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 : 4년 총액 5300만 달러

6. 세스 루고(캔자스시티) : 3년 총액 4500만 달러

7. 조던 힉스(샌프란시스코) : 4년 총액 4400만 달러

8. 루카스 지올리토(보스턴) : 2년 총액 3850만 달러

9. 마커스 스트로먼(시카고 컵스) : 2년 총액 3700만 달러

10. 야리엘 로드리게스(토론토) : 4년 총액 3200만 달러

11. 션 머네아(뉴욕 메츠) : 2년 총액 2800만 달러

12. 닉 마르티네스(신시내티) : 2년 총액 2600만 달러

13. 마에다 겐타(디트로이트) : 2년 총액 2400만 달러

14. 타일러 말리(텍사스) : 2년 총액 2200만 달러

15. 프랭키 몬타스(신시내티) : 1년 총액 1600만 달러

16.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 : 2년 총액 1500만 달러

17. 잭 플래허티(디트로이트) : 1년 총액 1400만 달러

18. 카일 깁슨(세인트루이스) : 1년 총액 1300만 달러

19. 루이스 세베리노(뉴욕 메츠) : 1년 총액 1300만 달러

20. 랜스 린(세인트루이스) : 1년 총액 110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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