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류희림 체제' 방심위는 어떻게 '무법지대'가 됐나
"극심한 정치 양극화로 류희림 위원장이란 괴물 탄생"
"직원들 용산 눈치보기 지적…류 위원장 불만 누적"
"방심위 제도가 부패…불법, 위법 넘어 무법한 상태"
"시사, 보도 중심으로 OTT처럼 자율규제 도입해야"
현재 방심위는 류 위원장 체제 속에서 사상 초유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이미 여러 정권을 거치며 여야권 위원들 간 신경전에는 익숙하지만 류 위원장 체제는 이전과 다른 차원의 문제를 낳았다. 내부 직원들의 반발에도 사실상 인터넷 언론사 심의인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가 설립·가동됐고, 뉴스타파 인용보도 방송사에 대해 도합 억대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과잉 심의란 지적이 나왔다.
설상가상,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를 통해 류 위원장의 가족, 친척, 지인 등이 뉴스타파 인용보도 민원을 제기했다고 알려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류 위원장은 민원인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며 내부 감사, 수사기관 고발 등을 이어갔고, 경찰은 대대적인 방심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방심위 149명 직원들이 류 위원장 신고에 연대했음에도 공익신고자 색출에 나선 셈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 김준희 지부장은 18일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심위 파행운영의 실태와 대안' 토론회에 참석해 "직원들이 피켓을 사무실에 붙이는 정도까지 화가 올라온 건 '적반하장'의 제보자 색출 지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뉴스타파 인용보도 과징금 결정,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등 방심위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일들이 잇따라 발생하자 분노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 지부장은 "신속심의센터는 그냥 용산 눈치보기란 지적도 있었고, 직원, 부서들끼리 서로 못하겠다 떠밀게 되니까 내부 잡음이 상당했다. 뉴스타파 인용보도 과징금은 법원에 가면 패소할 게 확실한데 거기에 노동 투입이 부끄럽다는 직원도 있었다. 이게 다 누적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언젠가는 6(대통령·여당 추천 위원)대 3(야당 추천 위원) 구도를 만들어서 방심위가 정상화됐다고 홍보를 할 텐데 그것이 과연 정상인가 싶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어디에도 방심위 위원에 대한 정당 추천권한이 없고, 국회에 있다. 지금까지 그걸 여야 나눠먹기 관행으로 해왔을 뿐이다. 국회 추천 몫이면 소관 상임위원회가 논의를 해서 양당이 모두 동의하는 사람이 위원이 됐으면 한다. 직원들이 이렇게 나선 것도 최소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됐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그렇다면 류 위원장 체제는 어떻게 직원들이 체감할 정도로 방심위 독립성과 공정성을 뒤흔들 수 있었던 것일까. 일단 방심위가 표면적으로는 민간독립기구인 까닭에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법적 통제가 불가능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법에도 없는 대상을 심의하고 있는데 그걸 법 제도로 통제할 수가 없다. 류 위원장이 왜 이토록 전례 없이 무모한 행위를 자행하는지 살펴보면 정치적 양극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친정부단체들이 정권에 비판적 방송을 모니터링, 민원을 접수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4년 민주당이 정당 민원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2022년 민주당이 300여건, 국민의힘은 1300여건 민원을 넣었다. 정부와 여당 추천 위원들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제재하는 시스템까지 고착되면서 괴물이 탄생했다"라고 진단했다.
심영섭 전 방심위 위원 겸 경희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는 "류 위원장이 왜 불필요하게 민원 사주를 했나 생각해보면 퇴임 후 다음 자리를 위한 실적을 보여주려고 한 행동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개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며 "아마 4월 총선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겠지만 그 후에도 방심위는 존재한다. 그럼 이제 이런 조직이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짚었다.
무엇보다 공정성·독립성을 가치로 내건 심의 기관의 제도가 부패해, '불법과 위법을 넘어 무법'한 상태가 되면 더 이상 교정 불가능하게 된다.
심 전 위원은 "이전엔 그래도 다양한 보완 방식이 있었지만 설립 목적이 작동하지 않거나, 일탈이 심해서 교정할 수 없는 수준까지 제도가 부패하게 되면 가장 큰 피해는 국민이 받는다. 방심위는 지금 불법, 위법을 넘어 무법한 상태"라며 "방심위의 본질은 불법성과 유해성 내용 심의인데 여권 우위로 위원들의 합의조차 필요가 없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라고 경고했다.
방심위 정상화를 위해서는 방심위원들 임명 및 역할 규제의 변화 그리고 자율규제 도입을 제시했다. 방심위와 같은 행정기구 성격을 띤 심의 기관은 '보완' 역할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대다수 선진국들이 자율규제를 택하고 있다.
심 전 위원은 "현재 방심위원들 재량권은 무한한데 자격조건과 결격사유는 느슨하다. 이들이 무한한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며 "도입 보도 객관성 심의는 자율규제 기구에 맡기는 게 맞다. 그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시점에 (방심위와 같은) 행정기구의 심의가 보완하면 된다. 당연히 자율적 처리가 되지 않아 행정 심의까지 오는 거니까 그에 따른 제재는 더욱 강력하게 할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뉴스톱 김준일 수석에디터 역시 "관행적으로 6대 3이 되는 경향성이 있는데 정치 기득권을 내려놓고 각 전문가 집단에서 위원을 임명하는 방법도 있겠다. 지금 같은 식이면 어떤 정권이 자리를 잡아도 도돌이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OTT처럼 시사·보도 프로그램도 자율규제가 가능하다. 선거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정치 토론의 시간 제한 등은 규제가 있어야 되겠지만 나머지는 풀어도 된다. 즉, 편파를 허용하자는 거다. 상대의 편파를 허하지 않으면, 우리의 편파도 인정되지 않는다.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기준만 남겨두고, 민영방송 등에 대해서는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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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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