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관행적 유지 조치 지속···되레 국민 부담만 키워
평가단 '폐지 권고' 3년간 4% 그쳐
출국납부금·영화입장권 부과금 등
한달전 평가도 대부분 '존치' 의견
부담금 폐지 땐 정부 稅수입 줄어
옥석가리기 통한 '핀셋 조정'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기·전자제품 재활용 부담금과 전기·전자제품 회수 부담금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두 부담금의 부과 대상이 전기·전자제품으로 동일한 데다 목적 역시 재활용·회수로 유사해 합쳐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 산하 기금부담금운용평가단이 내린 결론은 달랐다. 평가단의 ‘2023년 부담금 평가’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부담금에 대해 “부과의 타당성과 부과 기준 및 사용 용도의 적정성이 인정된다”며 존치를 권고했다. 두 부담금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의견은 따로 내지 않았다.
부담금은 일반 국민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데다 일반 예산에 비해 국회의 감시가 덜한 재원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평가단을 만들어 매년 전체 부담금의 3분의 1씩에 대해 존치 여부를 판단한다. 부담금 유지 여부가 3년 주기로 결정되는 셈이다. 실제 평가단은 2021~2023년 91개의 부담금 중 90개에 대해 평가를 완료했다.
하지만 전기·전자제품 부담금 사례에서 보듯 관행적으로 ‘존치’ 의견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가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기금부담금운용평가단의 경우 30인 이내의 민간 전문가로 꾸려지지만 실제로는 기재부가 평가 가이드라인 제정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출국 항공·선박 운임에 포함되는 출국납부금이 대표적이다. 출국납부금은 해외여행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1997년에 도입됐다. 비행기 기준 총 1만 1000원을 걷고 1만 원은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1000원은 국제질병퇴치기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면서 “왜 출국납부금을 별도로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평가단은 지난해 관광개발진흥기금에 들어가는 출국납부금에 대해 ‘존치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평가단은 “출국 부담금은 이미 해외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며 실질적으로 관광 활성화에 활용되고 있다”며 “관광개발진흥기금의 재원을 충당하는 것으로서의 의미나 가치를 보다 정확하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해석했다.
영화관 입장권 가격의 3%인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에 대해서도 존치 권고 의견을 냈다. 오히려 평가단은 이 부과금을 평가하며 프랑스 정부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에 수익의 일정 부분을 자국 내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하도록 한 사례를 거론하며 “OTT 기업에 부과금을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권고한다”고도 했다. 평가단에서 거꾸로 부담금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의견을 낸 것이다.
2021~2023년 부담금 평가 결과를 봐도 기금부담금운용평가단의 온정주의적 기조는 잘 드러난다. 평가단은 이 기간 동안 총 90개 부담금 중 4개에 대해서만 폐지를 권고한다는 의견을 냈다. ‘조건부 존치(2개)’와 ‘존치 여부 재검토(1개)’를 합쳐도 7개에 대해서만 존치 여부 타당성을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정 수준의 부담금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평가단이 되레 국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부담금은 2018년 이후로 90~91개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부담금 징수액도 2013년 16조 4000억 원에서 2022년 22조 4000억 원으로 10년 새 1.4배 가까이 불어났다. 기재부는 올해 24조 6157억 원의 부담금을 거둘 계획이다. 전년보다 12.7% 증가한 액수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계적인 접근을 통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묻지 마’식 부담금 개편이 이뤄질 경우 사실상 정부 수입이 줄어드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올해 재정적자 규모만 9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18일 “91개 부담금을 갑자기 다 없앤다는 개념은 아니다”라면서도 “불합리한 요소들이 없는지 종합적으로 정리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재부는 세수 및 기타 수입을 줄이지 않으려는 이해 당사자”라며 “일부는 민간 서비스로 돌리되 공공 성격이 강한 예산의 경우 행정 서비스화해 일반 예산으로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합리적인 부담금은 폐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금부담금운용평가단에서 부담금 폐지를 권고해도 일선 부처의 반발이 심해 폐지 의견을 밀어붙이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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