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솜방망이..544회 문자·자택 잠복해도 '실형 면한' 정은지 스토커 [★FOCUS]

윤성열 기자 2024. 1. 1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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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윤성열 기자]
정은지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걸 그룹 에이핑크 멤버 겸 배우 정은지를 수년간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이 실형을 면했다. 보복 범죄율이 높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3단독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50대 여성 조모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재판부는 조씨에게 벌금 10만원과 보호관찰, 사회봉사 120시간,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조씨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정은지에게 "저를 당신의 집사로, 반려자로 받아주시겠습니까"라는 내용 담긴 문자메시지와 SNS 등을 이용해 총 544회의 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배달업에 종사 중이던 조씨는 2020년 5월 KBS 본관에서 서울 강남구 소재 헤어 메이크샵까지 정은지 차량을 자신의 오토바이를 이용해 스토킹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21년 7월에는 정은지가 거주하는 아파트 현관에 잠복해 있던 중 경찰에 발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씨는 정은지 소속사의 경고에 "다시는 문자를 안 하겠다"라고 했지만, 이후에도 반복적인 문자를 보내 결국 정은지 소속사가 2021년 8월 조씨를 고소했다. 정은지는 지난 2021년 12월3일 "버블 앱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조씨는 그 직후 다시 인스타그램 앱을 이용해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은 일반적으로 팬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보낼 법한 응원, 관심, 애정 등을 표시하는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일반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인스타, 버블앱 등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형태의 접근, 연락까지 동의나 허락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 불안, 두려움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조씨에 대한 혐의가 입증됐지만, 실형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그럼에도 조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스토킹은 범죄 성격상 보복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 때문에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토킹 범죄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21년 10월부터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다.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하여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 시행 이후 신고 건수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정작 구속 비율은 높지 않아 여전히 피해자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월 21일부터 지난해 8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스토킹 범죄는 1만9394건이다. 실제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 중 구속된 비율은 3.3%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오유진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앞서 트로트 가수 오유진을 자신의 딸이라고 주장하며 스토킹한 60대 남성 A씨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오유진이 자기 딸이라 주장하며 오유진이 다니는 학교에 찾아가고 오유진 외할머니에게 수 차례 전화를 해 만남을 요구했다. A씨는 온라인에서도 오유진의 친부모 존재 여부를 묻는 허위 글을 상습적으로 올리며 명예훼손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의 재범을 막기 위해 잠정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A씨도 불구속 상태이기에 오유진이 겪을 불안감은 여전하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자칫 가해자들의 추가 범죄를 일으킬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된다.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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