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어” 25세 축구선수 하반신마비 만든 음주운전자 뻔뻔함에 ‘공분’

성정은 스타투데이 기자(sje@mkinternet.com) 2024. 1. 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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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수 “와서 사과했다면...너무 화가 나”
재판 안 간 변호사도 분노 유발...“구자철 큰 도움”
음주운전 가해자 징역 5년 구형...25일 선고
유연수는 사과 한마디 없는 음주운전 가해자에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사진|tvN
음주운전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된 제주유나이티드FC 골키퍼 유연수(25)가 지난해 눈물의 은퇴식을 가진 가운데 가해자는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게다가 첫 재판에 가지도 않았다는 변호사 이야기는 분노를 더했다.

지난 2022년 10월 18일 오전 5시 40분께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사거리에서 제주유나이티드 골키퍼 유연수 김동준 임준섭과 트레이너 등 5명이 탄 차량이 A씨(35)가 운전하던 차량에 들이받혔다.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치(0.08% 이상)인 만취 상태로 제한속도를 초과해 차를 몰다가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유연수가 크게 다쳐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 이후 1년여 재활 치료를 했지만 회복하지 못한 그는 지난해 11월 한창 나이에 은퇴, 그라운드를 떠나며 눈물을 쏟았다. 당시 휠체어에 탄 유연수가 부모님과 마지막 인사를 하며 끝내 눈물을 보이자 축구팬들도 눈물을 훔쳤다.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음주운전 가해자에 유재석도 분노했다. 사진|tvN
그리고 유연수가 지난 17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전한 사고 이후 소식은 누리꾼들을 다시 한번 공분하게 했다.

먼저 유연수는 “선수들과 바람 쐬고 들어가고 있었다. 누가 저를 깨워서 일어났는데 가슴 밑으로 움직임이 없었다. 꿈인 줄 알았다”며 “흉추가 부러졌는데 고통도 못 느끼고 구급차에 옮겨졌다. 그 순간 등에서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있었다”고 사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에 유재석은 “가해자를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 당시 음주운전 사고로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의 공분을 샀다.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치를 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고를 낸 음주운전자는 여태 사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연수는 “(가해자는) 지금까지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재판에서는 저희한테 사과를 하려 했다고 하는데, 사실 어떻게든 사과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근데 정작 한 번도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와서 무릎 꿇고 사과를 했으면 저는 그래도 받아줄 의향이 있었는데 너무 화가 나더라”고 했다.

음주운전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전 축구선수 유연수. 사진|tvN
분노 유발자는 음주운전자만이 아니었다.

유재석이 “재판 중에 구자철 선수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더라”고 묻자 유연수는 “변호사를 선임해놓고 병원에 있다 보니 신경을 많이 못 썼다. 구자철 형이 주변에 알아보고 탄원서 등 몰래 도와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원래 선임했던 변호사가 재판 당일에 안 갔다. 전화를 했더니 ‘한번 찾아볼게요’ 하더니 연락이 없더라. 첫 재판은 안 가도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했다.

유연수는 “재판 당일 구자철 형 변호사님이 부모님께 연락해 가도 되겠냐고 물어보셨다. 한 명 보다는 두 명이 나을 거라고”라며 “구자철 형 변호사가 안 갔으면...재판에서 제가 일반상해 전치 32주 환자로 돼 있었다. 저는 지금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데”라며 구자철과 변호사에게 고마워했다.

유연수의 아버지는 “원래 변호사는 해임하고, 구자철 선수가 소개해준 변호사님이 무료로 해주고 계시다. 비용이 생기면 구자철 선수가 알아서 해준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은퇴식에서 눈물을 쏟은 유연수와 부모님. 제공|제주유나이티드
유연수의 축구선수 생명을 앗아간 음주운전 가해자 A씨에 대해 제주지검은 지난해 12월 14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A씨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 공개 명령,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7년 등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위험운전치상) 외에 지난해 1월 15일 항거불능 상태의 여성을 추행, 준강제추행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A씨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내 피해 차량 탑승자 5명을 다치게 했는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강제추행에 대해서도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유연수 측 변호인은 “치명적 상해로 선수 생활은 물론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는데, 피고인 측에서 사과나 합의 노력이 없어서 피해자 측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사건이 알려진 뒤 5000여명이 엄벌 탄원서를 냈고 온라인으로도 1만여명이 탄원했으며, 동료 선수들도 엄벌을 내려달라고 하고 있다”고 엄중한 처벌을 요청했다.

유연수는 음주운전 가해자에 엄중한 처벌을 바랐다. 사진|tvN
연합뉴스에 따르면 결심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한다. 다만 사과하려고 계속해서 연결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는 몰염치한 인간으로 매도되고 있는데, 성의라도 보이려고 주변에 돈을 구하고 재산을 팔고 있다”고 선처를 구했다.

방송에서 유연수는 “5년 구형받았다고 들었는데 그게 제 사건만이 아니라 음주 추행 건으로 같이 5년을 받았다고 들었다”며 “1월 25일에 재판을 또 하는데 사람들이 ‘그러면 2~3년으로 줄겠네’라고 한다. 5년은 검사가 얘기한 거고 (판결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16년을 축구장에서 보낸 유연수는 휠체어를 탄 채 재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고 후 운동을 권하는 의사에게 “(처음에는) 무슨 운동을 또 해”라고 생각했지만, 재활 중 아버지와 함께 친 탁구에서 재미를 느꼈다는 그는 “제 목표는 패럴림픽”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방송을 본 누리꾼들은 “너무 화가 나네요”, “가서 무릎꿇고 사과라도 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음주운전 제발 엄벌해주세요”, “스물다섯 축구선수가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을때 그 마음이 어땠을지 참...”, “음주운전자도 변호사도 너무들 하네요”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함께 분노했다.

유연수는 오는 1월 25일 법원 선고를 지켜볼 참이다. 누리꾼들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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