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주 약세? '있지' 판매량 빠진 게 뭐 그리 대수라고 [분석+]
1월 들어 약세 빠진 엔터주
연말 실적 전망 문제 없고
아티스트 리스크 없는데
약세 원인은 앨범 판매량
인기 아티스트 초동 실적 부진
중국 팬 공동구매 줄어든 탓
엔터산업 둔화란 분석 나와
증권가에선 ‘기우’로 해석
팬덤 소비 패턴 변하고 있고
국가별 매출도 다변화 중
엔터주株가 또 침체에 빠졌다. 원인은 인기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이 예년만 못하다는 거다. 중국 팬들의 K-팝 앨범 구매가 줄었기 때문인데, '앨범 주도 성장'을 꾀해온 엔터사 입장에선 타격을 피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앨범이 엔터기업을 평가하는 지표는 아니다'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엔터주가 줄줄이 약세다. 대장주 하이브 주가는 올해 1월 주가 등락률(17일 기준)이 -5.78%였다. 같은 기간 SM엔터(-14.22%)와 JYP엔터(-19.55%)는 각각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와이지엔터의 주가 역시 20.53% 떨어졌다.
실적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은 아니었다. 엔터사들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렇다고 엔터주의 고질병인 '아티스트 리스크'가 새롭게 불거진 것도 아니었다.
엔터주 단체 약세의 원인은 '앨범 판매량 감소'였다. 모처럼 컴백한 인기 아티스트의 초동 판매량(발매 후 1주일 판매량)이 부진했다. 가령, JYP엔터의 ITZY(있지)가 발매한 8집 앨범의 초동 판매량(한터차트 기준)은 32만장으로 전작(82만장)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SM엔터의 주력 아티스트 에스파의 신보는 전작 대비 초동 판매량이 33.5% 줄었다.
K-팝의 앨범 판매량이 줄어든 건 중국 팬들의 공동구매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기록한 대중對中 음반 수출액은 3399만 달러(약 455억원)였다. 이는 2022년 실적(5132만 달러) 대비 33.7% 감소했다.
중국 팬들이 K-팝 음반에 지갑을 닫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부터였다. 2023년 6월 대중 음반 수출액은 15만 달러에 그쳤는데, 이는 전년 동기(695만 달러) 대비 무려 97.8%나 쪼그라든 수치였다. 사실상 수출길이 가로막힌 수준이었다.
중국은 엔데믹(endemicㆍ풍토병 전환) 이후 문화 콘텐츠 시장을 외국에 전면 개방했지만 K-팝 산업은 예외였다. 아직도 한국 아티스트의 오프라인 공연을 허가하지 않은 건 대표적 사례다. 다만 그간은 중국인의 앨범 공동 구매를 두고는 별다른 규제가 없었는데, 최근엔 기조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중국 판매량 급감의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규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중국 팬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선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걸 보면 중국 시장 내 K-팝 인기가 꺾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앨범 판매량은 엔터사 실적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지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이브는 44.2%, JYP엔터는 47.9%, SM엔터는 31.9%의 매출이 음반과 음원에서 나왔다. 결국 지갑을 닫은 중국 팬 때문에 K-팝 산업의 성장세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엔터주를 약세로 몰아넣은 셈이다.
다만, 이런 우려를 기우로 보는 쪽도 있다. 팬덤이 아티스트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앨범 판매량을 '엔터사 가치 측정 척도'로 보기 어려워졌다는 게 첫째 이유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들어보자. "K-팝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팬데믹이 한창일 때였다. 당시 팬덤이 산업을 소비하는 방법은 오직 앨범 구매뿐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로 오프라인 활동이 틀어막혔기 때문이다. 엔데믹이 자리 잡은 지금은 소비 환경이 달라졌다. 콘서트와 굿즈, 콘텐츠 등으로 분산하고 있다."
기우론의 둘째 이유는 '중국발 앨범 판매량 감소'가 극복 못할 변수는 아니란 점이다. 그간 판매량이 많지 않았던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실적을 내면 만회할 수 있다. 대중 수출액이 크게 꺾였음에도 지난해 한국의 전체 음반 수출액이 전년비 25.4%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정섭 성신여대(문화산업예술학) 교수는 "주요 엔터사가 팬덤의 지역 다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을 견디는 내성은 충분히 갖춘 상황"이라면서 "중국 팬덤 비중이 높은 몇몇 아티스트의 실적이 단기적으로 부진할 순 있어도 산업의 위기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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