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어린이집·유치원에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기고=김영명 2024. 1. 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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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대표

지난해 12월 8일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우리 사회는 영유아교육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게 됐다. 유보통합을 통한 다양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으며 유보통합의 취지에 맞는, 질적으로 향상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각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부모의 참여와 개방성 강화 또한 활발히 거론되고 있는 주제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부모와 교육기관 간에 영유아가 하루를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보내는지를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영유아를 데리고 교육기관에 등하원 할 때 교실 문 앞 또는 사물함 앞에서 영유아를 입실시키는 일상적인 개방을 강화하는 것은 부모 참여와 개방성 강화의 첫걸음으로 부모와 교육기관 간 신뢰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 일상적인 개방은 양질의 영유아교육을 하는 국가에선 보편적 

뉴질랜드의 childcare center에서는 영유아가 등하원 할 때 부모에게 실내외를 모두 개방한다. 놀이터는 물론이고 실내·외 놀이시간 구별 없이 자유롭게 공간을 선택해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교사와 부모의 모습,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등하원 시 부모에게 기관의 실내·외 모든 공간을 개방함으로써 부모는 아이들의 생활 환경과 활동 상황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 차일드케어센터에서 아이를 등원시키고 놀이터에서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들. ⓒ김영명
뉴질랜드 차일드케어센터에서 아이를 등원시키고 놀이터에서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들. ⓒ김영명

이러한 일상적 개방을 통해 부모는 영유아의 교육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반적인 기관운영의 긍정적인 면과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 수 있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일상적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부모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요구를 하거나, 자신의 자녀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단체 생활의 특성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거나 다른 영유아를 배려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일상적 개방은 효과적인 부모의 참여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기관을 부모에게 일상적으로 개방하는 건 뉴질랜드뿐만 아닌 영유아 교육 선진국에서 보편적인 일이다.

일본 오사카의 호이쿠엔에서 하원 시간에 교실에서 부모가 유아의 가방을 챙기는 모습. ⓒ김영명
스웨덴 푀르스콜라 영아반의 적응기간에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는 모습. ⓒ김영명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학부모 참여'와 '개방'은 많은 변화가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시적이거나 이벤트와 같은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개방은 때로는 진정한 의미의 개방이 되지 못한 채 교사에게 또 다른 업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와 영유아 교육기관은 영유아의 일상생활을 가감없이 공유해야 하며 그 속에서 부모와의 진정한 신뢰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   

◇ 개방성의 본질, '영유아 권리 보호'와 직결  

영유아를 직접 데리고 등하원하고, 기관 실내까지 들어가는 걸 불편하게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 그러나 아직 의사소통이나 판단 능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자녀가 종일 어떤 환경과 상황에서 지내는지를 직접 보고, '또 하나의 부모'인 교사와 자녀의 일상에 대해 소통하는 건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영유아의 권리 보장과 직결된다. 양질의 영유아교육이 이뤄지고, 부모의 권한과 책임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나라에서 부모가 직접 기관에 등하원시키고 실내까지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관의 교사와 원장이 일상적인 개방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 부담감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이 적절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미흡한 상황이 부모들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여기에 더해 업무량이 많아 다른 업무 수행 중 영유아에게 소홀해보일 수 있다는 점도 일상적 개방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이유가 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려면 먼저 교사 대 아동 비율의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또한 교사에게 할당된 업무량을 줄이고, 재정 배분의 우선 순위를 교직원 증원에 두는 등 기관의 자구책도 마련돼야 한다. 이런 노력이 수반된다면 부모가 영유아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으므로 매일매일 아동의 일상을 가정에 전달하기 위한 사진찍기나 기록업무가 축소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투명성이 제고돼 부모나 사회의 불신으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관리에 대응하는 업무도 줄어들 것이다.

◇ 해소되지 않는 부모의 불안감: 고마우면서도 불신하는 양가적인 감정  

대부분의 영유아교육기관에서는 부모의 접근이 현관까지만 허용되거나, 차량 이용에 의존하고 있어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을 알기가 어렵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아이들이행복한세상'에서 실시한 조사의 결과 20% 정도만 어린이집의 교실 앞까지 개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제한된 접근은 부모의 불신과 불안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부모의 불안감은 감시용 CCTV 설치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CCTV는 부모와의 신뢰와 협력이 본질이어야 하는 영유아교육기관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가끔 영유아교육기관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관련 기사를 보면 부모는 전혀 학대 상황을 모르고 있다 갑자기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일상에서 부모가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아이들의 말이나 다른 부모의 이야기 등을 통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불안감이 증폭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영유아와 부모, 교사, 원장, 예비 부모 등 모두에게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부모와 조부모가 교실 앞에서 하원하는 영아를 챙기고 교사와 소통하는 모습. ⓒ김영명
부모와 조부모가 교실 앞에서 하원하는 영아를 챙기고 교사와 소통하는 모습. ⓒ김영명

◇ 익숙한 관행으로부터 벗어나 일상에서의 개방성 강화가 선결되어야 

어린이집 보육의 질 향상과 안전을 위해 그동안 현장에서는 평가제, 부모 안심모니터링, 열린 어린이집 선정, 급식관리지원센터, 지도점검 등 다양한 관리체계가 강화돼왔다. 최근에는 교사들이 안전 및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한 각종 의무교육을 이수하는 게 주요 업무가 됐다. 그러나 이 제도들이 어느것 하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다 보니 '옥상옥' 구조가 돼버렸고, 이 관리에 대응하기 위한 교사와 원장의 업무는 늘어만갔다.

기관에 등하원 시 부모가 교실 앞까지 들어오는 것은 영유아교육기관의 투명성과 부모의 신뢰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어촌 등 차량운행이 반드시 필요한 곳을 제외하고는 차량운행을 중단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렇게 되면 차량을 이용하던 가정에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3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어 사전에 공지한 후 차량운행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부모가 불편함을 들어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에 적지 않은 시간을 차량에 탑승해서 보내야 하는 영유아의 상황에 대해 영유아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부모의 불안이나 불신의 근원과 더불어 영유아를 둘러싼 기관과 부모의 소통과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편한 것을 추구하다 놓치는 것은 없는지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조사에서 부모가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늘 접근성이 가장 우선순위였다는 것은 부모 또한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에 있는 가까운 기관에 다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유보통합이라는 커다란 전기를 맞이하여 일상적인 개방성 강화를 통해 부모와 영유아교육기관 간의 진정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며 아이와 부모, 교직원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우리 모두가 이 변화의 일부가 되어야 할 때이다.

*베이비뉴스는 유보통합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 고민하는 각계 관계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유보통합 추진 방향에 대해 기고를 원하는 분들은 이메일(pr@ibabynews.com)로 기고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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