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자금 창구 전락한 출판기념회 손볼 때

2024. 1. 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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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출판기념회를 빙자한 정치자금 모금 관행에 대해 근절 의지를 내비쳤다.

정치인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게 목적이다.

그대로 두면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을 모은다는 미명하에 불법, 탈법을 용인하는 꼴이 된다.

정치자금이든 후원금이 모금 과정이 투명해야 부패가 싹 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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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발언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출판기념회를 빙자한 정치자금 모금 관행에 대해 근절 의지를 내비쳤다. 정치개혁 일환으로 내놓은 다섯 번째 공약이다. 정치인들이 손 쉽게 목돈을 만지는 창구가 된 출판기념회다. 4월 22대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 인사들 양태도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한 위원장은 출판기념회로 인한 부조리를 끊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제도 정치권이 거북해할 줄 알면서도 회피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인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게 목적이다. 책값에 상관없이 큰돈을 모금하는 데 이만한 이벤트도 없을 것이다. 투명하지 않은 정치자금을 공공연하게 모을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이렇게 책 판매로 얻은 수익금은 현행법상 모금 한도가 없고 모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세금으로 떼는 부분도 없다. 많이 팔수록, 봉투를 들고 행사장을 찾는 이가 많을수록 순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품앗이로 책을 사고 팔고하는 것은 물론이며 구매자 편의를 위해 카드 단말기를 가져다 놓고 결제해주는 사례도 있었다. 어떤 현역 정치인 집에서는 출판기념회 수익금 수억 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퇴행적 출판기념회라면 어느 정도 규제의 영역에 두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그대로 두면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을 모은다는 미명하에 불법, 탈법을 용인하는 꼴이 된다. 후원금 모금 규정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상한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이쪽에서 풀 수 있는 데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후원금은 후원금이고 책 판매 수익금은 별도라고 보는 편의적 인식 때문일 것이다. 양쪽에서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울 수 있으니 '지금 이대로'인 상황이 좋다는 식이다.

정치인 출판기념회의 난맥상은 국민정서에 반한다. 출판기념회를 금지할 수 없다면 현실적인 방안으로 도서 정가제 적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정가로 책을 팔면 다른 잡음이 나올 수가 없다. 이미 중앙선관위도 제안한 바 있는 내용이다. 아울러 모금액을 선관위에 신고토록 의무 조항을 신설하는 것도 방법이다. 차후 용처를 검시할 수 있게 하면 음성적인 수익금은 설 땅을 잃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치자금이든 후원금이 모금 과정이 투명해야 부패가 싹 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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