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첫 공약 대결은 저출생 … 표만 쫓고 재원은 뒷전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4. 1. 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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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표심 파고드는 정치권
국힘, 맞벌이 부부에 집중
중소기업 업무대행 수당 신설
민주, 현금성 지원 강화
8~17세에 월20만원 아동수당
인구부 신설은 '공통 공약'
예산·권한 얼마나 될지 관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나란히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총선 공약 경쟁의 시작을 알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스타트업에서 저출생 공약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한 위원장(왼쪽 사진)과 공약 발표회에서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이 대표. 한주형 기자

저출생 대책을 놓고 18일 여야가 나란히 총선 공약을 선보였다. 국가적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총선 이슈의 전면으로 끌어올리고, 과거보다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 대책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용 대비 편익 등을 놓고 전문가들의 면밀한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발표한 저출생 해결 공약에서 일치하는 부분은 '인구부' 신설이다.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의 저출생 관련 업무를 흡수하고, 여러 부처에 난립한 정책을 부총리급 인구부로 통합해 총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인구위기대응부' 신설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총선 이후 관련 부처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인구 문제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방안을 두고 진전된 접근이 나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은 파격적 공약이고, 현안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필요한 정책"이라면서도 "다만 예산과 권한, 인력이 얼마나 부여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인구부 신설 등 여야 공통 공약에 대해 즉각 입법 절차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제외한 여야의 세부 공약은 내용과 지향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국민의힘은 저출생을 초래하는 핵심 원인 중 하나인 맞벌이부부와 일·가정 양립 문제에 집중했다. 국민의힘은 일하는 부모가 어린 자녀와 함께할 시간을 주자는 취지에서 배우자 출산휴가(유급)를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연 5일의 유급 자녀돌봄휴가를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직장인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정책으로 꼽힌다. 다만 기존 제도에서도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남성 육아휴직이나 돌봄휴가를 쓰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국민의힘은 이 부분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공을 들였다.

중소기업 대체인력으로 채용된 근로자에게 '채움인재'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육아휴직을 쓴 근로자의 업무를 같은 직장 동료가 대신할 경우 '업무대행 수당'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역산단을 중소기업 맞춤형 '일·가정 양립 산단'으로 육성한다는 내용 등 불분명한 공약도 있었다. 부동산과 사교육 등 저출생의 다른 주요 원인에 대한 부분까지 살피지 못했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날 공약을 '일·가족 모두 행복 1탄'이라고 명명해 추가 정책 발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놨다.

민주당의 대책은 신혼부부의 주거·자산 형성과 자녀 양육비 등 현금성 지원에 집중됐다. 우선 주거 대책으로 '우리아이 보듬주택'을 내걸었다. 이 대책은 2자녀 출산 가구에는 80㎡(24평) 주택을, 3자녀 출산 때는 110㎡(33평) 주택을 공공분양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이와 함께 신혼부부 주거 지원 대상을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자산 대책은 '결혼·출산·양육 드림 패키지'로 규정했다. 높은 비용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층 지원을 위해 '결혼·출산 지원금'을 도입한다는 구상으로, 우선 결혼 시 소득·자산과 무관하게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 준다.

이후 첫 자녀 출생 시 '무이자 전환', 둘째 출생 시 '무이자 전환·원금 50% 감면', 셋째 출생 시 '무이자 전환·원금 전액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민주당 대책에서 셋째까지 출산하면 1억원의 대출을 전액 탕감해주는 대책은 눈여겨볼 만하다는 평가다. 아이를 낳더라도 첫째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추가 출산에 대한 파격적 수준의 인센티브를 주면 다자녀 출산의 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육 지원금은 '우리아이키움카드'와 '우리아이자립펀드'로 요약된다. 우리아이키움펀드는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 아동수당을 카드로 지급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저출생 대책을 이행하는 데 매년 약 28조원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봤다. 2~3자녀 출산 시 24~33평의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보듬주택에 4조원, 신혼부부 1억원 대출 등 결혼·출산 지원금에 5조원, 키움카드·자립펀드에 18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는 최근 10년간 정부가 투입한 연평균 저출생 예산과 같은 규모다. 민주당 공약을 모두 이행할 경우, 연간 저출생 예산을 현재의 두 배로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저출생 대응 특별회계를 신설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세부 추계 내역은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약 3조원 안팎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비해 작아 보이지만 국민의힘은 앞으로 주택·직접돌봄 등 추가 공약을 내놓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전체 규모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야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도 소요 재원의 증가 가능성을 높인다. 예컨대 민주당이 보듬주택으로 제공하겠다고 한 분양 전환 공공임대 아파트는 입지에 따라 비용이 수배의 차이가 날 수 있다. 국민의힘의 육아휴직 급여 확대 공약 등은 출산율 개선 효과가 작았던 종전의 현금성 지원과 큰 차별성이 없는데, 지급 규모만 늘린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수립된 2006년부터 2022년까지 투입된 저출생 예산은 332조원에 달하지만, 대부분 지원이 융자 사업이나 일회성 현금 지원에 그치며 합계출산율(0.7명) 개선에는 실패한 바 있다.

박윤수 숙명여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면 경력을 포기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기업 내부에서 일·가정 양립 제도를 잘 수용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더 촘촘히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 김정환 기자 / 전경운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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