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대가 뇌물 주고받은 전 소방청장·청와대 행정관 실형

청주지방법원. 오윤주 기자

인사 청탁·금품 수수 혐의를 받은 전 소방청장과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이들에게 뇌물을 건네고 승진한 의혹을 산 전 소방청 차장 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청주지방법원 22형사부(재판장 오상용 판사)는 승진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ㄱ(62) 전 소방청장에게 징역 2년, 벌금 1200만원을 선고하고, 590만원 추징 명령을 내렸다. 또 소방 고위직 인사 검증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ㄴ(42)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행정관에게 징역 1년,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하고, 500만원 추징 명령을 했다.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ㄷ(61) 전 소방청 차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ㄱ씨는 2021년 2~3월께 소방정감 승진을 바라던 ㄷ씨한테 현금 500만원, 명품 지갑(90만원 상당) 등 두 차례에 걸쳐 금품 590만원을 받고,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던 ㄴ씨에게 청와대 인사검증 해결을 부탁해 ㄷ씨의 승진을 도운 혐의로 지난해 4월 구속기소됐다. ㄴ씨는 이 과정에서 ㄷ씨한테 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ㄴ씨는 해경 인사에 관여해 ‘해경왕’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에도 연루됐다.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은 ㄷ씨는 2021년 7월 소방정감으로 승진한 뒤 소방청 차장까지 올랐다.

ㄱ씨와 ㄴ씨는 ㄷ씨로부터 인사청탁과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ㄷ씨가 가족 등과 한 통화녹취록 등을 보면, ‘ㄱ, ㄴ씨에게 금품을 줬다’는 취지로 말했고, ㄱ씨는 ㄷ씨에게 성과급 일부를 가져오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며 “ㄴ씨의 직무·영향력을 알던 ㄱ씨는 ㄷ씨에게 뇌물 공여를 교사했으며, ㄷ씨가 승진한 다음날 ㄴ씨는 ㄱ씨와 한 통화에서 ‘나는 내가 할 거 다 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하는 등 이들의 뇌물 공여·수수, 직무관련성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고위 공무원들이 유착돼 뇌물을 주는 방법으로 승진한 이 사건은 일선 소방공무원의 근로 의지를 꺾는 행위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범죄로 죄질이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ㄱ 전 소방청장과 ㄷ 전 소방청 차장은 지난해 4월 구속기소됐다가 지난해 9월과 7월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이날 재판에서 둘 다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ㄷ씨는 당시 불구속기소됐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