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아빠도 한달 출산 휴가" vs 野 "셋째 낳으면 1억 탕감"

민동훈 기자 2024. 1.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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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여야가 같은 날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총선 공약 보따리를 풀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수)이 0.7명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여야 모두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민의힘은 일·가족 양립을 위한 시스템 개혁에 방점을 찍은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출산 부모에 대한 임대주택제공, 신혼부부 대출 등 직접 지원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강남 휴레이포지티브에서 '1호 공약: 일·가족 모두행복'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총선공약 정책발표회를 열고 '4호 공약 저출생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날 양당이 내놓은 대책은 출산률이 낮아진 원인을 각각 격차, 불평등이라고 분석했다. 한 위원장은 "저출생 문제를 부부간 육아부담격차, 중소기업과 대기업 격차로 관련돼 있다"며 "대기업보다 이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경우 질적인 현장에서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런 격차해소는 저출생문제해결과 동행사회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이를 왜 낳지 않을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아마 불평등 문제일 것"이라며 "특히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전적으로 보면 '격차'의 경우 결과값의 차이라는 의미가 강하고 '불평등'은 기회와 결과의 차이를 아우르는 의미가 좀 더 강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 계층간, 직업간 차이에 기인하고 이를 해소함으로써 출산율 반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 자체는 여야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양당은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저출산'이 아닌 '저출생'이라는 표현으로 바꾸기로 했다. 저출산이라는 용어에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는 성차별적 요소가 담긴 만큼 단어 변경을 통해 출생 인구 감소가 단순히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에 따른 변화라는 것에 양당이 동의한데 따른 변화다.

저출생 문제를 전담할 중앙정부 차원의 부처 설치에 대한 필요성에도 양당은 공감했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을, 민주당은 저출생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집행할 전담부서로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제안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구문제 해법에 있어서 양당의 공약은 큰 차이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사회 문화와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춘 반면, 민주당은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부모에 대한 지원 확대에 방점을 뒀다. 아빠휴가 1개월(유급) 의무화나 육아기 유연근무 조항의 취업규칙 등 반영이 대표적이다.

또 인력, 자금 등의 문제로 육아 휴직 등을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중소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센티브 조항도 대거 마련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 법인세를 감면해주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중소기업계가 꾸준히 요구해 왔던 대책이기도 하다.

중소기업 대체인력으로 채용된 근로자에게 '채움인재'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외국인 인력을 대체인력으로 활용시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 한도를 상향키로 한 것, 중소기업 육아휴직 동료 업무대행 수당을 신설한 것 등도 중소기업계에 출산과 육아에 대한 긍정적인 문화 확산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직접 지원방안도 눈에 띈다. 중소기업이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뽑을 경우 제공하는 지원금을 2배 인상하고 경력단절자·중고령은퇴자를 대체인력으로 채용시 지원금을 3배 인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실행에 필요한 재원은 특별회계를 구성해 지원하는 식으로 연간 3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국민의힘 측은 분석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민주당의 저출생 대책엔 정부차원의 재정 지원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주거, 자산, 돌봄, 일·가정 양립 등 4개 분야로 이뤄진 공약이 현실화 될경우 매년 28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결혼·출산지원금 도입과 신혼부부 대상 10년 만기 대출 제공 등이다. 특히 신혼부부 대출의 경우 출생자녀수와 연동해 첫 자녀 출생시 무이자 전환, 둘째 자녀 출생시 원금 50% 감면, 셋째 자녀 출생시 원금 100% 감면 등을 골자로 한다. 이는 매년 5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다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우리아이 보듬 주택' 정책의 경우 연 4조원 규모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8~17세에 매월 20만원씩 지급하는 우리아키 키움카드, 0~18세 자녀 명의의 펀드계좌에 정부가 매월 10만원씩 불입하는 우리아이 자립펀드 등의 공약에도 연간 18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매년 30조원에 가까운 재정 투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가 생각한 총 재원 부담도 비슷한 정도"라고 주장했다.

양당이 저출생 대책에 대해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즉시 입법에 나서는 등 후속조치를 진행할지도 관심사다. 일단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의 대책에 대해 "갑자기 수십조의 재원을 마음대로 뽑아낼 수 없다"며 "민주당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재원확보 이런 문제에서 실현 가능할 건지에 대해서 여러가지 검토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개호 정책위원장은 "실현 가능한 안을 만들고 그중 여야 간에 의견 일치하는 건 즉시 입법하고,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해서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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