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경쟁에 전력수요 폭증 …"韓, 원전 10기 더 지어야"
원전 7기 맞먹는 전력 필요
신재생에너지는 안정공급 한계
짧은 정전도 반도체 치명 손상
AI 데이터센터·전기차 시대
전력 차질땐 산업경쟁력 약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원전 건설계획 담길 듯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짓고 있는 원전만 26기에 신규 건설이 확정된 원전이 42기에 달한다. 잠재적으로 더 지을 가능성이 높은 원전 수는 154기에 이른다. 중국은 현재 전력 생산의 5% 정도를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2030년 10% 이상 늘릴 계획이다. 연초부터 영국, 프랑스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건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첨단산업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보급 확대도 전력 수요 증가로 이어져 더 많은 전기 생산을 필요로 하고 있다. 각국이 자원 무기화에 나선 가운데 안정적인 전력 생산을 위한 '안전판'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가 천문학적 전기를 필요로 한다. 첨단공정을 하는 반도체 공장 1개당 대략 1.4GW 규모의 원전 1기가 필요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현재 계획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필요한 전력 규모가 10GW에 달한다. 원전 7~8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중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3GW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나머지 7GW의 전기다. 호남 지역에 풍부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동해안 원전에서 조달할 계획이지만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 때문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있는 원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산업부 관계자는 "첨단반도체 생산에는 최고 품질의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라며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원전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며, 간헐성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만으로 공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전환되면서 전력 수요가 2023년 대비 2028년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54만대를 돌파한 국내 전기차 보급은 2030년 4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전기 생산을 필요로 하는 요인들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첨단산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반도체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탈원전을 하게 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이라는 건 포기해야 한다"며 원전 확대를 시사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첨단산업에 대한 전력 공급 방안을 충분히 고려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가 조만간 발표할 11차 전기본은 윤석열 정부에서 만든 두 번째 장기 전력 계획이지만 사실상 국정철학을 반영한 첫 번째 계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차 전기본은 윤석열 정부 이후 준비 기간이 짧아 국정철학을 100%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신규 원전을 포함하는 11차 전기본이야말로 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 철학을 고스란히 담게 될 전망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최소 2~4기의 신규 원전 건설이 11차 전기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 백지화한 천지 1·2호(영덕)와 대진 1·2호(삼척) 건설 계획이 살아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11차 전기본에 포함되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전했다.
전력 수요 폭증과 원전 신규 건설 등을 감안할 때 원전 발전량 비중 목표도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에 나온 9차 전기본에서는 2030년 원전 발전 비중 목표를 25%로 제시했지만 지난해 1월 윤석열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없이 32.4%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1년 27.4%였던 국내 원전 발전량 비중이 2022년에는 29.6%까지 올라갔다. 지난해에는 30%를 무난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1차 전기본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할 경우 2038년 원전 발전 비중 목표는 40% 안팎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태양광이나 풍력의 간헐성 문제는 연구개발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많은 나라들이 다시 원전을 짓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2030년대 중반까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최소 10기의 원전은 추가로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무탄소 에너지의 대표적인 예가 원전과 수소"라며 "원전 하나를 짓는 데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는 점과 국내 산업 규모나 현황 등을 고려하면 11차 전기본에는 두세 개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문지웅 기자 / 홍혜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러다 한국에 화낼듯…빈 살만 펀드, ‘이 종목’ 1조 넣었다가 60% 날려 - 매일경제
- 이 나라가 한국 라면에 푹 빠졌다고?…수출국 3위로 떠올라 - 매일경제
- 11억 주택 증여에 세금 3억 …"자식 돕고싶어도 못줘" - 매일경제
- “아들아, 아빠 말고 나라탓 해라”…11억 집 물려주는데 세금만 3억이라니 - 매일경제
- 지하실 파고 내려간 엔씨소프트 주가…사우디국부펀드 1조 넣었다가 60% 날렸다 - 매일경제
- “車 부셔버릴거야”…고통유발 전기차 ‘사색’, 2천만원대 하브 SUV ‘화색’ - 매일경제
- ‘반도체 전쟁’ 이기려면 ‘이것’은 필수…“한국, 10기 더 지어야” - 매일경제
- 매달 60만원 수당·25만원 주거비 꿀꺽…‘황제노조’ 109곳 딱 걸렸다 - 매일경제
- “이 길로 가면 더 빠르다니깐”…죽어가는 남산, 범인은 ‘지름길’? - 매일경제
- ‘한국 상대’ 요르단 “손흥민 설명이 필요해?” [아시안컵]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