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덕후들의 '성지' 한국에도 있다[서재원의 축덕축톡]
레전드 선수들 사인 유니폼 등
희귀 굿즈 가득한 '작은 박물관'
8년전 김성민 대표 팬심에 오픈
욱일기 퇴치 프로젝트 벌이기도
"국내 팀 팬덤문화 더 자리잡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들썩이는 곳. 영국 리버풀보다 더 리버풀 같은 곳이 MZ세대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자리 잡고 있다. ‘축덕(축구 덕후)’들의 성지로 통하는 축구 펍 ‘봉황당’ 이야기다.
엠블럼에 새겨진 ‘리버 버드(불사조)’를 봉황으로 해석해 이름을 지은 봉황당은 리버풀 구단의 작은 박물관이라 불린다. 가게 내부에는 스티븐 제라드와 제이미 캐러거 등 리버풀 레전드들의 친필 사인 유니폼은 물론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굿즈로 가득 채워져 있다. 봉황당 대표 김성민(39) 씨가 20년 가까이 영국을 오가며 직접 공수한 물품들이다. 입구에서부터 화장실까지 빼곡히 채워진 장식에서 리버풀을 향한 김 대표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불리는 리버풀과 AC밀란(이탈리아)의 2004~200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결승전을 직관한 뒤 리버풀에 흠뻑 빠졌다는 김 대표는 “과거 리버풀의 한 펍에서 경기를 봤는데 모르는 사람들과 응원하면서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같이 욕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기회가 되면 한국에도 펍 문화를 들여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축구 팬들 사이에서 워낙 유명한 공간이 됐지만 오픈 초반에는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경기 당일에 오히려 수익이 떨어지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EPL 경기가 오후 9시에 있으면 손님들은 대부분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8시쯤 오세요. 경기가 끝나는 11시에서 12시까지 맥주 한 잔 시켜 놓고 앉아 있다 보니 테이블 회전이 안 되더라고요. ‘이러다 큰일 나겠구나’ 싶었죠.”
김 대표가 경기 당일에는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준 이유다. 그는 “클럽에서 주는 팔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입장료를 받았다. 2만 원에 맥주 2잔을 주는 시스템”이라며 “처음에는 손님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봉황당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봉황당은 단순히 축구 펍에만 머물지 않는다. 2018년 5월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챔스 결승 때는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약 700명의 팬들과 응원전을 펼쳤고 2022년 5월 챔스 결승에서 두 팀이 다시 만났을 때는 강원 양양의 해변에서 ‘비치 파티’ 콘셉트의 단체 관전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양양 행사에는 무려 약 1700명의 축구 팬이 함께했다.
코로나19 시기 리버풀 구단이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욱일기를 게시해 논란이 되자 봉황당이 앞장서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욱일기 반대 퍼포먼스를 펼쳤고 이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해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로 봉황당 영업을 하지 못할 때 리버풀에 대한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유럽에서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리버풀과 관련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PL 21라운드까지 치른 18일 현재 리버풀은 리그 단독 선두(승점 45)를 달리고 있다. 2019~2020시즌 이후 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할 기회다. 김 대표는 “리버풀이 우승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경기가 있다면 당연히 봉황당을 통한 이벤트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가 봉황당을 통해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우리나라의 축구 응원 문화는 선수에게 더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손흥민·이강인·황희찬 등 선수 팬덤 문화가 강하다”며 “저는 우리나라에 팀 팬덤 문화가 더 자리 잡기를 바란다. 봉황당이 다른 팀 경기나 A매치도 단체 관전을 진행하지만 리버풀의 색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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