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부르는 권익위 ‘김건희 명품백 입장문’

유새슬 기자 2024. 1. 18. 17: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한 달 전에 청탁금지법 혐의로 신고
“접수·배정 통지뿐”…권익위 “신고인 조사였다”
이재명 헬기 이송은 알권리라며 신속히 조사 착수
입장문 “관련 신고” “이 사건” 표현만…권력 눈치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1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사건이 접수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응급 헬기 이용 건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조사 착수 사실을 밝혔던 권익위가 김 여사와 관련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권익위는 2023년 12월19일 관련 신고를 접수했으며 같은 달 신고인에게 직접 신고의 경위, 추가 제출자료 유무 등 신고 내용에 대한 확인 등 사실 확인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신고 사건은 부패방지권익위법, 청탁금지법 등에 따라 진행 중”이라며 “조사는 신고 내용에 따라 대면·서면·전화·현장 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재미교포 최모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해 12월19일 권익위에 신고했다. 지난해 11월27일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명품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이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어 “김 여사의 금품 수수가 사실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그러나 권익위에 사건이 접수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아직도 신고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사건 신고 일주일 뒤인 12월26일 권익위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사건이 12월20일 부로 청탁금지제도과에 배정됐다고 알려줬다. 추가 제출 자료가 있냐고 묻길래 없다고 답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에 권익위는 지난해 12월26일 이뤄진 이 통화가 사실 확인 조사였다고 뒤늦게 수습하고 나선 것이다. 권익위는 “신고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조사를 목적으로 한 전화가 아니라 사건이 접수·배정됐다는 통지 전화였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신고(서)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패방지권익위법과 청탁금지법에 조사 종결과 통보기한이 규정돼있어 권익위는 조사 개시 시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권익위는 신고인 조사 개시를 명확하게 고지하지도 않고 조사를 했다고 우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에서 명품 가방 수수 논란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권익위의 주장대로 사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해도, 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사건과 관련해 권익위가 보였던 입장과는 크게 대비된다.

권익위는 이 대표가 응급헬기를 이용한 지 2주 만에 관련 조사 착수 사실을 발표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지난 2일 이 대표 피습 후 응급 헬기를 이용해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전원된 사항과 관련해 부정청탁과 특혜제공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여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며 “권익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과 알 권리를 고려해 신고 접수 및 조사 착수 사실을 국민에게 공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시 브리핑은 다른 사안과 관련해 계획된 것이었는데 권익위는 브리핑 끝에 이 대표 관련 조사 착수 사실을 공개했다. 언론에는 브리핑 약 2시간 전, 브리핑에 부패 신고 관련 내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높은 국민적 관심과 알 권리”를 이유로 이 대표 관련 조사 착수 사실을 발표한 권익위가 정작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뒤늦게 소극적으로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권익위의 권력 눈치 보기, 총선 개입 의혹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취임한 유철환 신임 권익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라는 점도 이런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권익위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이라는 표현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관련 신고’ ‘이 사건’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권익위는 “모든 신고 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권익위 “이재명 응급헬기 이송 관련 조사 착수”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1161419011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