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공천’ 위에 ‘자객 공천’? 與野, 심상찮은 내부 반발

구민주 기자 2024. 1. 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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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친명 대항마’ 원희룡‧김경율 향한 한동훈 지원사격에 부글
野, 비명 지역에 ‘적격’ 판정 받은 친명들 도전장…‘추가 탈당’ 우려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4월 총선 출마와 공천 절차가 서서히 본격화하는 가운데, 여야 모두 '자객 출마' '자객 공천'논란이 당을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더불어민주당 친명(親이재명) 의원들의 지역구에 하나둘 대항마를 내보내고 있다. 민주당에선 친명 인사들이 비명(非이재명) 현역 의원 잡기에 나서고 있다. '자객'들의 전면 등장으로, 여야 모두 강조해 온 '시스템 공천'에 대한 신뢰가 깎이고 공정성 시비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답안지 보여주면서 경선? 무슨 의미인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친명'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을 무대 위로 불러 소개하고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지원사격했다. 그보다 하루 전인 16일에도 인천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인천 계양을 대항마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직접 소개하며 끌어안았다.

그간 국민의힘의 '험지'였던 민주당 친명 지도부의 지역구에 '자객'을 내보내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당장 당 안팎에서는 비판과 반발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공천 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한 발 앞서 특정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 먼저 총선을 준비해온 당내 출마예정자들로선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전날 김경율 위원 출마 발표 직후 현장에 있던 마포을 김성동 당협위원장 측에선 고성과 욕설로 항의의 뜻을 표했다. 인천 계양을 윤형선 당협위원장도 SNS를 통해 "계양구민들 사이에는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러한 논란에 한 위원장은 "시스템 공천에 따를 것"이라며 공정한 경선을 강조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선도 있기 전 이처럼 '불공정 논란'이 거세질 경우, 이후 야당과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는 총선 본선에서 당내 단합이 약화하고 분열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 "답안지 보여주고 경선 치르겠다고 공언하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지적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피습 보름 만에 당무 복귀를 위해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사실상 '자객 출마' 분위기 만들어"

민주당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우군으로 둔 원외 친명 인사나 비례 의원들이 비명 의원들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내전'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과거 여러 의혹과 구설에 휘말렸던 친명 인사들이 후보 '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본격 경선 전부터 내부 갈등이 커지면서, 공천 후 추가 줄탈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은 비명 박용진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원장은 박 의원을 "민주당답지 않은 의원"으로 규정, 연일 저격에 나서고 있다. 그 밖에도 친명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은 비명 전해철 의원 지역구인 경기 안산 상록갑에, 친명계 원외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위원장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역시나 비명 강병원 의원이 있는 서울 은평을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 모두 당으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았다. 정봉주 원장은 과거 미투 논란이 불거진 바 있고, 양문석‧김우영 위원장 역시 각각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어서 검증위의 공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당무 복귀 첫날인 전날 '자객' '불공정' 논란 등과 관련해 "아직 공천한 게 없다. 경선하겠다는 것을 가지고 그러느냐"고 일축했다. 하지만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가 그동안 이 같은 자객 출마를 사실상 '침묵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전날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는 친명계 인사들이 비명계 지역구로 간다고 했을 때, 한 번도 말리지 않고 '자객 공천' 흐름을 만들어왔다"며 "나랑 가까운 사람이 가서 비명계 인사들과 싸우고 쫓아낼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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