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활용 막혀 유전자검사 시장 정체"
165개 항목 DTC 검사
10곳 인증기관서 받을 수 있어
연령제한 등 규제가 발전 막아
다양한 2차 서비스 허용해야
각종 규제에 발목을 잡혀 성장이 지지부진하던 국내 소비자 직접 의뢰(DTC·Direct To Consumer)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에만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이 70개에서 165개로 대폭 확대됐고, 관련 인증을 받은 기관도 10곳으로 늘었다.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 완화 기조를 강조하는 가운데 자신의 건강을 직접 관리하려는 젊은 층이 늘면서 매년 20~30%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는 뜨거운 시장이 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이사(사진)는 최근 서울 구로구 엔젠바이오 본사에서 진행한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제도 개선 의지를 보이면서 규제들이 하나둘씩 해소되고 있다"며 "다만 미성년자 제한, 유전자 검사 데이터 재활용 등이 아직 남아 있다"고 밝혔다.
DTC는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DTC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제법 방대하다.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탈모뿐 아니라 알코올 분해 정도, 불면증, 비만 체질, 피부 상태 등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다방면으로 알려준다. 검사 키트를 배송받아 타액과 같은 검체를 직접 채취해 검사 기관으로 보내면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에 모바일 앱 등으로 결과가 제공된다.
전 세계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2022년 17억15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19.6%씩 성장해 2030년에는 71억9100만달러(약 9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전자 시퀀싱(염기서열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검사 비용이 낮아지면서 시장 확장에 불이 붙었다. 다만 국내에서는 2016년 DTC 유전자 검사가 제도권에 진입하고도 시장 규모가 여전히 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차이를 만든 건 해외에 비해 유독 높은 규제 장벽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18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DTC 검사 제한이다. 청소년에게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유전자 분석 기업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구된 관련 논문'을 제출해야 하지만, 이를 구하기 쉽지 않은 탓에 사실상 청소년을 대상으로는 DTC 검사가 불가능했다. 최 대표는 "DNA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바뀌지 않기 때문에 미성년자의 검사를 제한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정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검토 중이고, 다른 규제들도 순차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DTC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 대표는 "DTC 검사 서비스의 핵심은 유전적 특징에 대해 알게 된 정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라며 "가깝게는 검사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맞는 식사 방법, 식이요법, 운동 종류, 피부 관리 방법 등은 물론 그에 맞는 별도 서비스나 제품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전자 정보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2차 서비스로의 연계도 가능해지면 유관 산업으로까지 시장이 빠르게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다른 분야 사업자들과 협업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플랫폼 사업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데이터 재활용이 원활해질 경우 5년 뒤에는 시장이 수천억 원 규모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은 DTC 유전자 검사 항목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아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다"며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고객 동의를 전제로 제약사가 해당 정보를 신약 개발에 활용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맞춰 엔젠바이오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하는 건강 개선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그는 "상반기 내에 맞춤 식이, 식단, 피부 관리 프로그램과 개인별 건강 개선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지희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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