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한국은 소멸하는가

2024. 1. 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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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소멸하는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출산율을 소개하면서 14세기 유럽 흑사병 창궐 때보다 더 빠르게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를 키우고 일하는 것도 바빠서 정신이 없는데 부모가 직접 각종 혜택을 찾아서 신청해야 할 때는 일이 더해지는 느낌이었고, 애가 아프면 어린이집을 가지도 못하는데 아픈 애를 한쪽 다리에 매달고 출근 준비를 하며 돌봐줄 분을 찾아 헤매는 경험을 해본 엄마라면 수많은 국가 정책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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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저출산 위기 스웨덴
40년간 전방위 지원해 극복
韓 최저 출산율 이면엔
곳곳에 복잡한 사회문제
근본적 개혁준비 필요하다

'한국은 소멸하는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출산율을 소개하면서 14세기 유럽 흑사병 창궐 때보다 더 빠르게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출산율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저출산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고, 천문학적 액수가 저출산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투입되고 있다.

198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에 학교를 다니고, 2000년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필자는 수련 기간 동안 지도교수로부터 논문 지도보다 결혼을 빨리 하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는 가족계획을 남편보다 외부에서 더 걱정해주는 분위기 속에서 결혼과 출산이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함께 일하는 젊은 직원들은 결혼도 싫고 아이를 낳는 것은 더욱 싫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이고, 아이들 역시 행복해 보이지 않는데 뭘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그들 앞에서 그저 유구무언이 될 뿐이다.

"출산율이 절망적인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리고 출생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그 바닥이 어디인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의 상황을 묘사한 것 같지만, 이 글은 1934년 출간된 '인구 위기'라는 책에서 스웨덴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당시 스웨덴은 유럽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였다. 이 책을 쓴 뮈르달 부부는 "출산율 하락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말한다. 치통이 있을 때 진통제를 먹으면 일시적으로 통증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치통을 일으킨 원인을 제거해주지 않으면 통증은 또다시 반복된다. 출산율 하락은 결과다. 그렇다면 원인은 뭘까? 간단하다. 아이를 낳는 것이 낳지 않는 것보다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동기부여가 되면 행동을 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고, 아이도 잘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야 한다. 나라가 망하게 생겼으니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은 없다.

아동수당을 늘리고, 돌봄 기관을 제공하는 등의 '경제적 분배의 소규모 조정'으로는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아이를 키우고 일하는 것도 바빠서 정신이 없는데 부모가 직접 각종 혜택을 찾아서 신청해야 할 때는 일이 더해지는 느낌이었고, 애가 아프면 어린이집을 가지도 못하는데 아픈 애를 한쪽 다리에 매달고 출근 준비를 하며 돌봐줄 분을 찾아 헤매는 경험을 해본 엄마라면 수많은 국가 정책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잘 알 것이다. 세계 꼴찌 출산율의 이면에는 여러 문제가 함께하고 있다. 성별 임금격차, 사교육비 지출액, 노인 빈곤율, 자살률 OECD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통계와 직장인 출퇴근 시간 평균 72분, 주당 재택근무 일수 평균 0.42일로 OECD 최저 등의 통계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한 젊은 층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출산율이 바닥을 찍었다며 근거 없는 낙관론을 보이고 있고, 여성가족부는 폐지 논란 속에서 제대로 일도 하지 못한 채 2023년을 마무리했다. 저출산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어떤 컨트롤타워도 부재한 상황 속에서 국가 소멸의 위기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930년대 이미 이런 위기를 겪었던 스웨덴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에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했고, 이후 40여 년간 지속적이고 전방위적인 개혁과 지원을 통해 그 위기를 타개했다. 국가의 소멸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떤 근본적인 개혁을 준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또다시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말 것인가.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교수·'강점으로 키워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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