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선심성 정책에 나라 곳간 거덜"…여야정, '표심' 경쟁만
野, 모든 신혼부부 1억 대출 경로당 5일 무료 점심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여야가 총선을 80여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이 59조원 가량 덜 걷혔고,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9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양당이 부족한 세금을 메꾸겠다는 대안 없이 표심을 겨냥한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8일 총선 1호 공약으로 저출생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육아휴직 급여를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하고, 육아휴직자 대체 인력으로 채용된 근로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 등이 골자다. 여기엔 정부 재정 3조원 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모든 신혼부부가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 대출도 받을 수 있게 하고, 9~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저출산 정책 패키지를 공개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데 연간 약 28조 정도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선거를 앞두고 내놓는 모든 정책은 유권자를 겨냥할 수밖에 없고, 특히나 저출산 문제의 경우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다만 올해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9%에 달하는 상태에서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감세와 현금성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정부는 최근 들어 상속세 완화,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등 재개발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금융투자소득세(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와 관련해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재정 지출은 더 늘어날 추세다. 정부는 이번 주 발표한 설 민생 대책에서 전년(263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5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0대 설 성수품 할인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매출 3000만원 이하의 영세 소상공인 약 126만명에 대해서는 인당 20만원의 전기요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적극적인 재정 집행을 강조하는 야당은 더 공격적으로 재정 지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모든 경로당에서 주 5일 점심 급식을 제공하는 정책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 15일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쌀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전하는 것으로, 농민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지출만 늘리고 있다는 데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세 수입은 423조2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조4000억원 줄었다. 12월을 포함하면 올해 세수결손액은 5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지난 9월 세수 재추계를 통해 올해 국세수입을 당초 예상보다 59조1000억원 부족한 341조4000억원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상대 당 정책에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공세를 펴고 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1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지난해 말 주식양도소득세 완화, 연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11일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그리고 어제 상속세 완화까지 이 정도되면 '초부자 감세 그랜드슬램'으로 규정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은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상속세 완화와 관련, "국민 한 사람으로 (윤 대통령 주장에) 격하게 공감한다. 인기 없는 정책이긴 하지만 경제를 탄탄하게 만드려면 윤석열 정부의 진심을 알아줄 수 있도록 공감대 늘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재정 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긴축 재정을 통한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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