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경호원들이 현직 국회의원 사지를 들어 끌고갔다

이재진 기자 2024. 1. 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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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희 의원 "국정기조 변화 요구 한마디에 사지를 들고 입을 막았다"
대통령실 "강 의원이 소리를 지르면서 대통령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진보당 '길을 막고 소동을 일으켜'라고 보도한 내용에 대해 항의 중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대통령실 경호원이 현직 국회의원의 사지를 들어 끌고가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에 따르면 18일 오전 11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자 강 의원이 악수를 하고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그런데 이 순간 대통령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저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끌어내고 행사장 밖으로 내동댕이쳤다”고 주장했다.

전북 전주을 지역 강성희 의원은 현직의원으로 행사에 참석했고 주최 측 안내에 따라 행사장 통로 쪽에 위치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김관영 도지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면서 의원들과 인사했고, 강 의원 자신과 인사하는 차례가 돼서 악수하고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강 의원은 이날 오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단 몇 초의 순간 저는 대통령 경호원들에게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린 채로 끌려 나왔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는 인사말을 전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그렇게 듣기 거북했느냐”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대통령한테 국민들을 대신해서 국민의 절실한 마음을 전달한 것이 그리 큰 죄가 된단 말이냐”라며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끌어내린 오늘의 사건에 대해서 대통령은 정중히 사과하고 경호실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관련 영상을 보면 윤 대통령이 김 의원을 스쳐지나간 후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김 의원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통로 쪽 위로 끌고가는 모습이 나온다.

▲ 강 의원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단 몇 초의 순간 저는 대통령 경호원들에게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린 채로 끌려 나왔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제공.

대통령실 풀기자단 취재 내용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0분경 윤 대통령이 무대를 바라보고 오른쪽 문으로 입장해 악수를 하며 중앙 좌석으로 들어왔다. 풀기자단은 “중앙 좌석 쯤으로 왔을 때 윤 대통령 근처 좌석에 있던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고 나서 길을 막고 소리지르며 소동을 일으켜 경호원 3~4명이 제지하고 행사장 밖으로 퇴장 조치”했다고 기록했다. 강 의원이 대통령과 악수한 손을 놓지 않고 고성을 질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진보당 측은 풀기자단 취재 내용에 따라 '길을 막고 소동을 일으켜'라고 보도한 내용에 대해 항의 중이다. 강 의원이 길을 막고 드러누웠다는 보도도 나왔다. 진보당 측은 관련 영상과 사진을 보더라도 소동이라고 할 만한 정황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설명드리면 대통령이 입장해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상황이었고, 진보당의 강성희 의원이 악수를 했을 때 일단 소리를 지르면서 대통령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잡은 손을 자기 쪽으로 당기기까지 했거든요. 경호처에서 계속해서 손을 놓으라고 경고했고, 대통령이 지나간 뒤에도 계속 고성을 지르면서 행사를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당연히 경호상의 위해 행위라고 판단될 만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강성희 의원을 퇴장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입을 막고 팔다리를 다 들어서 행사장 밖으로 내보내는 수준의 조치가 적절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라는 기자 질문에 “계속해서 고성을 지르는 상황이었고, 분리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손나팔을 만들어 고성을 지르는 상황에서 경호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대통령과 또 행사에 참석한 국민들의 안전에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퇴장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강성희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통령과 악수를 하긴 했는데 바로 손을 놨다. 계속 잡고 있을 상황도 아니었고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얘기를 하니까 경호원들이 잡아서 밀쳐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제가 대통령 손을 잡고 힘을 주고 진로를 막고 그랬다고 하는데 그럴 공간도 없었다. 국정기조 변화 요구 한마디에 경호원들이 사지를 들고 입을 틀어막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제 이름이 쓰여진 자리에 앉아서 보니까 바로 뒷좌석에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앉아있더라. 제가 국회에서 피켓을 들거나 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 경호실에서 저를 주시하고 어떤 행동이 나오면 바로 조치하려 준비를 하지 않았나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역민을 만나면 12시간 일하면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그런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출범식 현장에 날선 얘기는 어울리지 않아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그런 정도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이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의원을 내동댕이친 것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해야될 문제라고 본다. 대통령이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필요하고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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