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龍虎의 기백으로 K패션 세계화 이뤄내겠다"

김효혜 기자(doubleh@mk.co.kr) 2024. 1. 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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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의류OEM 일군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
37년전 전재산 500만원
2025년 매출 10조원 목표
쌍용건설·전주페이퍼…
1등할만한 매물 집중인수
과테말라 10만평에 공장
해외 사업하는게 더 쉬워
安의사 유묵 19억에 낙찰
용과 호랑이 글귀에 전율
정신적 표상으로 삼을 것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아빌딩에서 인터뷰에 응한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 글로벌세아 쇼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 회장이 경매에서 낙찰받은 안중근 의사 유묵.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는 안 의사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세아 그룹이 지난해 자산 규모 6조원을 돌파하며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2007년부터 △(주)나산 △STX중공업 플랜트 사업부 △태림그룹 △쌍용건설 △발맥스기술 △전주페이퍼·전주원파워를 잇달아 인수·합병(M&A)한 결과다.

의류·건설·제지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 글로벌세아의 광폭 M&A는 현재까지 대부분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다.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과 남다른 실행력이 빚어낸 결과다.

김 회장은 1986년 3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18평짜리 사무실을 얻어 직원 2명과 함께 세아교역을 창업했다. 당시 그의 전 재산은 500만원 남짓이었다. 파란색 포니 엑셀 중고차를 타고 달려서 거둔 첫해 수출 실적은 46만달러였다.

37년이 흘렀고 그사이 글로벌세아는 연 매출 6조원 이상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아상역은 2030년 수출 3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세아라는 회사명답게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사업하는 게 더 쉽다"는 김 회장은 전 세계 18개국 42개 해외 법인에 직원 7만여 명을 고용 중이다. 한때는 1년에 500시간가량을 비행기에서 보낼 정도로 현장을 다녔다. 워낙 항공기로 날아다니는 시간이 많아 '플라잉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체력이 부칠 만도 하지만 일을 향한 열정이 그를 끊임없이 날게 했다.

김 회장이 착륙하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매일경제는 18일 김 회장을 만나 잇단 M&A의 배경과 향후 계획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12월 전주페이퍼와 전주원파워 지분 100%를 6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2020년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인수했다. 전주페이퍼를 인수하면 기존의 수직계열 구조를 더 강화하면서 종이 박스 생산량을 효율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된다. 태림페이퍼의 연간 생산능력은 최소 210만t, 매출은 2조2000억원으로 뛰어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고 봤다.

―전주페이퍼를 사들이기 직전에는 쌍용건설이라는 대어를 품었다. 쌍용건설 인수를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세아상역은 37년 동안 13개국에 투자했다. 투자 후 철수한 중국, 사이판, 멕시코, 캄보디아, 가나를 제외해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과테말라,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아이티, 도미니카 등은 모두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이 필요한 국가다.

세아상역은 각국 정부와 밀접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국가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40년이 넘는 업력으로 건설과 토목 등 모든 분야에서 놀라운 실적을 쌓아왔다. 세아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쌍용건설이 전 세계에서 새로운 신화를 구축하도록 돕고 싶었다. 마음속에 항상 건설업을 향한 동경도 있었다. 그래서 인수를 결정했다.

―쌍용건설이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인수 후 특히 신경 쓴 부분은.

▷기업 인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의 연착륙이다. 연착륙을 위해서는 훌륭한 경영진이 필수적이다. 쌍용건설 PMI(인수 후 통합 관리)팀을 꾸릴 때 글로벌세아그룹의 경영 이념과 문화, 관리 방법을 잘 숙지하고 있으며 로열티가 강한 임직원을 위주로 발탁했다.

―매물을 고르는 것부터 인수를 결정하기까지 자신만의 원칙이나 기준이 있나.

▷M&A할 때 동종 업계에서 1등 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주로 검토한다. 무엇보다 피인수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갖고 M&A에 임한다. 피인수 기업의 임직원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2011년에 의류 수출 10억달러, 2020년에 20억달러를 달성했다. 2030년 즈음에는 3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나.

▷세아상역은 멈추지 않는 기관차처럼 지금까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다. 그 결과 코스타리카에 있는 방적 공장 3곳에서 생산하는 원사부터 원단, 의류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지금도 중미 과테말라에 매입한 10만평 용지에 대규모 원단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세아상역 설립 첫해인 1986년 수출 실적은 46만달러였다. 37년 동안 쉬지 않고 도전의 DNA를 만들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더욱 매진하고 도전하는 것이 목표다. 도전은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한 사다리이며, 목표는 성취하기 위해 수립하는 임시 정거장이다.

―'2025년까지 섬유, 패션, 제지, 포장, 건설 등을 주축으로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 가슴에 수백조 원 매출인들 품지 못하겠나. 충분히 가능하다.

―평소 예술에 관심이 각별하던데, 개인적으로 문화예술 계통에 대한 계획이나 목표가 있나.

▷대한민국 최고 작품을 국내로 가져와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 선생의 '우주'를 매입했다. 그 후 사옥에 S2A 갤러리를 열고 미술을 사랑하는 분들이 '우주'를 포함해 일련의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했다. 미술계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고심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 유묵을 경매에서 19억5000만원에 낙찰받았는데.

▷작년 12월 서울옥션에서 안중근 의사 유묵 한 점에 대한 경매가 시작됐다. 경매 당일 현장에 있던 S2A 갤러리 임원이 안중근 의사 유묵을 살펴보라고 연락했다. 회의 중에 밖으로 나와 인터넷에서 유묵을 확대해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용과 호랑이의 용맹하고 웅장한 형세를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 모습에 비교하겠는가). 31세의 젊은 청춘이 뤼순 감옥에서 사형 집행을 며칠 앞두고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더라. 시원스럽고 당당한 필치가 순식간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110년 만에 돌아온, 대한민국 영웅의 정신이 깃든 유묵을 천만금이라 한들 어찌 감히 비교하겠나.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애국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영웅 안중근 의사를 글로벌세아그룹의 정신적 지주로 모시고, 유묵 내용을 '용과 호랑이의 기세로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기업'의 표상으로 삼으려 한다.

김웅기 회장

△1951년 충북 보은 출생 △1970년 광주 살레시오고 졸업 △1974년 전남대 섬유공학과 졸업 △1986년 세아교역 창업 △1998년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2004년 세아상역 회장 △2007년 (주)인디에프(옛 나산) 인수 △2009년 금탑산업훈장 수훈 △2011년 10억불 수출의 탑 수상 △2015년 그룹 지주회사 글로벌세아(주) 출범 △2018년 세아STX엔테크 출범 △2022년 발맥스기술·쌍용건설 인수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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