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테슬라, 눈물의 가격 인하…안전한 투자처는 옛말?

양지윤 2024. 1. 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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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中·유럽 잇따라 차값 인하에 주가 1.89%↓
애플, 오는 21일까지 중국서 아이폰·태블릿PC 세일
금융투자업계 애플·테슬라 목표가 인하
월가 "두 회사, 중국 리스크에 안전한 투자처 매력 잃어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안전한 투자처로 손꼽혔던 애플과 테슬라가 연초부터 굴욕을 겪고 있다. 실적 악화 우려로 목표주가가 하향 조정된 가운데 판매 부진으로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서는 등 콧대를 낮추고 있어서다. 월가에서는 애플과 테슬라가 더 이상 안전한 투자가 아닐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진=AFP)
1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전 거래일보다 1.98% 하락한 215.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애플은 0.52% 빠진 182.68달러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중국에 이어 유럽 전역에서 주력 차종인 ‘모델Y’의 가격을 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장중 3.6% 가까이 밀리기도 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중국에서 전기차 가격을 내린지 일주일 만에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모델Y 차량 가격을 인하한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독일에서 모델Y 롱 레인지와 모델Y 퍼포먼스의 가격을 각각 4만9990유로(약 7300만원), 5만5990유로(8100만원)로 5000유로(730만원) 인하했다. 종전 가격과 견줘 각각 9%, 8.1% 할인한 수준이다. 모델Y 후륜구동 차량 가격도 4.2% 낮췄다. 프랑스에서는 차값을 6.7%까지 낮췄고, 덴마크에서는 최대 10.8%까지 내렸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에서도 최대 7%대까지 가격을 인하했다고 CNBC는 전했다.

테슬라는 차량 가격을 내리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가 큰 것으로 로이터는 분석했다. 정부 보조금 삭감과 고금리로 인한 높은 대출 비용으로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를 재고하자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 둔화 우려에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웰스파고와 UBS는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각각 8% 이상, 11% 가까이 하향 조정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1월 현재까지 이미 11.5% 하락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전망에 자동차 부품 공급망 차질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다. 테슬라는 홍해 지역에서 발생한 예멘 반군 후티의 선박 공격으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겪으면서 독일 베를린 공장 가동을 전격 중단하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도 굴욕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애플 중국 웹사이트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21일까지 최신 기종인 아이폰15 시리즈 가격을 500위안(약 9만2000원) 내린다. 노트북 맥과 태블릿PC인 아이패드 등 다른 주력 제품도 각각 최대 800위안(약 14만8000원)과 400위안(약 7만4000원) 할인한다. 애플은 그동안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할인을 거의 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제품 가격을 내렸다. 실적 압박이 커지자 가격 할인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주가도 약세다. 애플은 연초 대비 13% 이상 하락했다. 중국에서 아이폰15 판매가 부진한데다, 성장동력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평가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특히 애플은 연이은 주가 하락에 2년 2개월 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뺏겼다. MS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분야에서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반면 애플은 AI 도입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희비가 엇갈렸다.

시장의 평가도 싸늘하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이달 초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낮추고, 목표 주가를 기존 161달러에서 16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차기작 아이폰16에 대한 흥행 기대감이 낮은 데다가 그간 고수익을 안겨줬던 서비스 부문의 성장세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월가에서는 애플과 테슬라가 안전한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켓워치는 17일(현지시간) “중국의 문제가 커지면서 애플과 테슬라는 더 이상 안전한 투자가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관련 사업 리스크가 커지면서 두 종목의 매력도가 옅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매출의 19%는 중국에서 발생했다. 테슬라도 지난해 1~9월 매출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2%에 달했다.

영국 투자은행 GP 불하운드 글로벌 테크놀로지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제니 하디는 “애플과 테슬라는 근본적인 시장보다 중국에서 직면하고 있는 경쟁적인 환경이 훨씬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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