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간 한미-OCI그룹 통합…통합 무산 가능성은(종합)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김현수 기자 =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전례 없는 이종 기업 간 통합의 성사 여부가 법정을 통해 가려지게 됐다.
18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전날 수원지방법원에 공동으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양사 통합이 발표된 뒤 줄곧 절차를 문제 삼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해온 임종윤 사장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그간 임종윤 사장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해온 만큼 관련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 측은 "(통합) 요건상 문제가 없어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우리 측 법률 검토 사항"이라고 즉각 대응했다.
앞서 한미그룹은 지난 14일 낸 입장문에서도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으로,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며 절차적 문제 역시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측은 그룹사 사내망에 올린 게시글에서도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은 없다"며 "대주주 가족 간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통합이라는 명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에서도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 속에서 통합 결정이 이뤄진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결정 당시에 경영권 분쟁이라고 볼 만한 상황은 전혀 없었다"며 "인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경영권 분쟁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임 사장이 바이오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를 회생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다만 동생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임종윤 사장과 뜻을 같이한 데 주목해 인용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보는 전망도 있다.
임종윤 사장과 마찬가지로 임종훈 사장도 통합에 일부 문제가 있음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기에, 실제로 절차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간에 기업 합병이 이뤄지고, 주식의 공동 보유 및 공동 이사회로 인해 한미사이언스의 지배구조와 경영권에 급격한 변동이 생긴다"며 "이는 단순한 유상증자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 결의가 필요한 '경영위임'이나 '이익공통계약'에 해당하는데도 이를 임의로 우회, 회피해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임종윤 사장이 이 같은 시각에서 가처분 신청을 냈다면 신청이 기각된다 해도 바로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의 소'를 비롯한 추가 법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한미그룹이 즉각 항고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3월 주주총회에서 통합을 둘러싼 표 대결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12%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의 판단이 중요해진다.
지난 11일 공시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통합을 주도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겸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장녀인 임주현 전략기획실장이 각각 11.66%와 10.20% 등 21.86%를,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각각 9.91%, 10.56%로 20.47%를 갖고 있어 어느 쪽도 큰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임종윤 사장 편에 설 경우 지분율이 30%를 넘어 승리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 송 회장 측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가현문화재단(지분율 4.9%)이나 임성기재단(지분율 3%) 등의 지분을 활용하는 것을 비롯해 여타 투자자,소액주주 설득에 나서면서 역시 팽팽한 대결이 예상된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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