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철강…포스코 회장 필수조건 ‘전문성·위기 대응력’ 부각

김은경 2024. 1. 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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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저가 철강제품 덤핑에 설 자리 잃어
원재료 가격 급등에 각국 친환경 규제까지
철강 위기에 미래 먹거리 배터리도 ‘흔들’
업계 포스코그룹 차기 리더십에 거는 기대
“철강+기술+경영관리 등 복합 능력 필요”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중국산 제품 덤핑에 일본산 고품질 열연강판까지 시장에 저가로 쏟아지면서 국내 철강산업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올해 위기를 넘지 못하면 국가기간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철강산업 대들보인 포스코그룹 수장에 대한 높은 전문성과 뛰어난 위기 대응력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쪽 상황도 녹록지 않다. 외풍에 흔들림 없이 전문성을 강화한 새 리더십을 중심으로 위기 돌파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일본 철강재 수입량은 각각 872만8206톤(t), 560만6724t으로 전년 대비 29.2%, 3.1% 증가했다. 중국산과 일본산 모두 2017년 이후 최대치다. 중국이 지난해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 이후에도 경색된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자 과잉 생산된 철강재를 자국 내에서 소비하지 못하고 한국 시장에 내다 팔면서 저가 철강재가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일본 철강기업들도 엔저(低)를 등에 업고 고품질 열연강판을 한국 시장에 저가로 뿌려댔다. 일본의 철강재 덤핑 공세에 가격 경쟁력을 잃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는 사실상 비상사태다. 고객사 이탈이 본격화하면 국내 철강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냉천 범람’ 겪은 해보다 경영 악화한 포스코

연초부터 주요 원자재 가격마저 오르며 철강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중국산 철광석 수입 가격은 톤(t)당 136.87달러로 약 석 달 전인 지난해 10월 13일(116.68달러) 대비 17.3% 증가했다. 최대 철광석 수입국인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 내 철강 제품 생산량을 늘리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가 부담이 계속 늘면서 철강사들 실적 전망 역시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의 지난해 예상 실적은 매출 77조7059억원, 영업이익 4조1011억원으로 전년(매출 84조7502억원·영업이익 4조8501억원) 대비 각각 8.3%, 15.4% 감소가 예상된다. 냉천 범람에 따른 침수 피해로 제철소 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2022년보다도 실적이 악화한 것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각국의 친환경 규제 강화도 철강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철강업계는 당장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1차 보고 마감 기한이 임박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10월부터 CBAM의 전환 기간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유럽에 철강 등을 수출할 때 지난해 4분기 수출분에 대한 탄소 배출량을 이달 말까지 EU당국에 의무 보고해야 한다.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2026년부터는 수출 제품이 탄소를 초과 배출할 경우 배출권(CBAM 인증서)을 구매하도록 했다. EU는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며 탄소 저감 압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으로 국내 철강사들에겐 수출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포스코그룹이 신사업으로 집중 육성해온 배터리 쪽도 올해 전망이 밝지 않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가 감소한 데다 원재료인 리튬 가격 하락으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포스코그룹 배터리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퓨처엠(003670)이 지난해 매출 4조9338억원, 영업이익 1435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매출 3조3019억원·영업이익 1659억원) 대비 13.5% 감소한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사 ‘저탄소 개발’ 협력 주요 과제

이 같은 위기 상황 속 철강업계에 포스코그룹 회장이 갖는 지위와 의미는 남다르다. 세계 각국의 철강사들이 모이는 자리에 대표성을 갖고 참석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해까지 세계철강협회장을 역임하며 회원사들과 탄소중립, 실행 가능한 저탄소 기술 공동 개발 방안을 함께 논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그룹 회장의 차기 리더십에 철강업계의 모든 이목이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포스코그룹은 철강업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에너지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여전히 철강 비중이 50% 이상인 메인 사업인 만큼 탄소 저감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개발과 같은 중장기 리스크 대응과 글로벌 철강사들과의 협력 등 위기를 돌파하는 것이 그룹 차원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한편 현대제철(004020)의 경우 과거 회사 재경본부장을 역임하며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서강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을 지난해 11월 신임 사장으로 맞이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는 “포스코 재도약과 혁신을 위해 차기 회장은 철강이나 엔지니어링 능력 등 기술 외에도 경영 관리 능력 등 복합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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