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힘’이 2020년대를 100년 전과 같은 ‘호황의 시기’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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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금융 위기 공포’가 불거진 지난해 3월,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연말에는 S&P500 지수가 4600까지 오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날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S&P500 지수는 4027.81로 마감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인플레이션 불길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던 터였다.
그러나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야데니 대표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연준이 은행 위기를 잘 관리할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당장 내리지는 않더라도 ‘더 긴축적일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S&P500 지수는 4769.83으로 한 해를 마감했다.
야데니 대표의 ‘증시 낙관론’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WEEKLY BIZ 화상 인터뷰에서 “올 연말에는 S&P500 지수가 54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발전이 경제를 성장시키면서도 물가를 효과적으로 억제했던 1920년대처럼 2020년대에도 새로운 기술 발전이 호황의 시기를 열 것”이라고 했다.
야데니 대표는 1976년 뉴욕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며 경제·금융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도이체방크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수석 투자전략가로 일했고, 푸르덴셜 그룹에서도 수석 투자전략가로 근무했다. 그는 2007년 독립리서치 회사인 야데니리서치를 설립한 이후 경제 분석과 증시 전망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술 발전이 100년 전과 같은 호황 불러낼 것”
야데니 대표가 2020년대를 100년 만에 돌아온 ‘호황의 시기’가 될 것으로 예견한 것은 기술 발전의 가속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뿐 아니라 로봇·자동화 기술 발전이 인류가 당면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란 게 야데니 대표 생각이다. 그는 또 “양자 컴퓨터나 나노 기술 등도 성장 동력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기술 진보는 100년 전 상황과 똑 닮았다는 게 야데니 대표 말이다. 1920년대에도 내연기관 기술 발전과 보급, 전동(電動) 기기의 등장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이 경제를 부양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한 1920년대의 활기찬 모습처럼 2020년대도 ‘활기찼던 10년’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8개 빅테크 기업인 ‘메가 캡 8′의 주가는 지난해 크게 올랐다. 메가 캡 8은 지난해 주가가 238.9% 뛴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알파벳, 테슬라, 넷플릭스를 뜻한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일부 투자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주가가 과열돼 당장은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야데니 대표는 “메가 캡 8 기업들은 자신의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기업 중 이들에 대적할 만한 기업을 찾기가 어렵다”며 “현재 이들 종목의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업 가치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데니 대표는 미국 국채를 비롯한 채권 역시 나쁘지 않은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추가 완화되며 연준이 연초부터 시작해 연내 세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떨어뜨려 연 4.5~4.75%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3.75~4.25%를 오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약세론자들, 중국 침체와 롤링 리세션 간과”
지난해 월가의 비관론자들은 단기간에 높아진 금리로 미국에 경기 침체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야데니 대표는 “비관론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반드시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경기 침체를 겪어야 한다’고 믿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야데니 대표는 증시 약세론자들이 간과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중국의 경기 불황이 가져오는 효과다. 그는 “최근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디플레이션 국면은 미국 입장에서는 이익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중국이 디플레이션을 ‘수출’해준 덕분에 상품 가격이 안정됐다”고 했다. 예를 들어 중국 경기가 둔화된 덕분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어도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은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함께 불황을 겪으며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야데니 대표는 비관론자들이 ‘롤링 리세션(순차 침체·Rolling Recession)’도 간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황이 경제 전반을 한꺼번에 덮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부문별로 다른 시점에서 일어났다”며 “고금리로 2022년 초부터 미국에선 이미 주택·부동산 등에서 부문별 불황이 발생했는데 약세론자들은 ‘곧 불황이 미국 경제 전체를 덮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중국보다 인도를 주목하라”
야데니 대표는 “중국은 투자할 만한 시장이 아니다”라는 의견이다. 중국 정부의 민간 기업 통제가 세고, 급격한 고령화로 노동력 부족도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데니 대표는 “재앙적인 1가구 1자녀 정책 때문에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 양로원’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나 2008년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의 대안으로 인도를 제시했다. 인도의 매력은 평균 연령 28세 ‘젊은 국가’라는 점이다. 야데니 대표는 “많은 기업이 젊은 노동력을 보유한 인도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다”며 “특정 기업이나 산업 분야를 선별하기보다는 (대표 지수 투자 등을 통해) 인도 전반에 투자해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나 일본, 인도네시아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 역시 좋은 투자처란 게 그의 평가다. 야데니 대표는 “중국은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에서 비중이 큰 나라”라며 “중국이 불황에 빠지면서 이탈한 투자금이 좋은 기업들이 있거나 자원이 풍부한 다른 아시아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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