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은 망했다고? 환생 드라마에 자꾸 끌린다
참회극 '이재, 곧 죽습니다'
아마존프라임·티빙 톱5에
정의구현 서사에 러브라인
대중들 가려운 곳 긁어주고
삶의 소중함 등 교훈 전달
후회 가득한 인생, 한 번 더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죽음과 환생이라는 설정 아래 극을 진행하는 한국 드라마 두 편이 화제다. 국내뿐 아니라 수십 개 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恨) 많은 전생을 뒤로하고 새로운 삶에서 복수와 참회를 하는 이야기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고 있는 것이다.
벚꽃이 만개한 봄날, 암 환자 지원(박민영 분)이 병원에서 쫓겨난다. 자신을 방치하고 몰래 암보험까지 들었던 남편이 병원비를 내지 않아서다. 지원은 힘겹게 집으로 향하는 택시를 잡고, 초췌한 지원의 모습과 대조될 만큼 벚꽃잎이 아름답게 흩날리는 도로를 달리며 택시 기사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길은 끝까지 가봐야 아는 기거든. 좋은 길로 데려다 줄 테니까. 내만 믿으소."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묘하게 닮은 기사와 헤어진 얼마 뒤 지원은 세상을 떠난다.
1일부터 공개된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친구와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지원(박민영 분)이 10년 전 자신으로 환생해 두 사람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한 지원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친구와 남편에게 복수하는 것, 다른 하나는 후회 가득한 전생의 삶을 반복하지 않고 두 번째 인생을 새로 펼치는 것이다.
복수를 위해 지원이 세운 계획은 10년 전인 현생에서 아직 자신과 결혼하지 않은 남편과 친구가 서로 결혼하게 하는 것이다. 무능하고 폭력적이며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를 조작해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을 일삼는 남편을 친구와 결혼시켜 자신이 겪은 불행을 똑같이 안기려 하는 것이다. 지원의 계획을 꿈에도 모른 채 살갑게 구는 친구에게 지원은 말한다. "나 쓰레기 버릴 게 있는데, 버려줄래?"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특징은 대중이 취약한 부분을 정확히 포착해 자극하는 것에 있다. 며느리를 무시하는 시어머니, 일상적으로 성희롱을 하는 직장 상사, 데이트폭력 신고를 사랑 싸움으로 치부하는 경찰 등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신경을 긁고, 주인공의 복수를 대중들이 학수고대하게 만든다.
주인공을 돕고 사랑하게 되는 회사 동료가 사실 그 회사 창업주의 손자라는 설정은 대중성을 높이는 화룡점정이다. 선한 주인공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는 감정이입을 하고, 잘생기고 유능하며 매너까지 좋은 이성과의 로맨스는 대중이 대리만족을 느낄 판을 깔아준다. '가을동화' '꽃보다 남자' '시크릿가든' 등 한국 드라마들에서 유구히 구현돼온 전형적 요소들을 비빔밥처럼 버무린다.
비빔밥 같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 매력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통하고 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18일 현재 글로벌 OTT 아마존프라임에서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TV쇼 부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수십 개 나라에서 10위 안에 자리하고 있고 태국,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 6개국에서는 1위다. 국내 OTT인 티빙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수십 년간 한국 대중을 사로잡아온 나물로 만든 비빔밥이 전 세계 대중을 매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파트2가 공개된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는 죽음과 환생을 기반으로 하지만 조금 더 어두운 이야기를 그린다. 가난한 취직 준비생 이재는 고된 삶에 지쳐 극단적 선택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죄로 신으로부터 열두 번의 새로운 삶과 죽음을 반복해야 하는 벌을 받는다. 자살을 금기로 여기는 기독교적 윤리와 동양의 윤회적 사생관을 혼합한 설정이다.
취업하고 싶었던 기업 오너의 자제, 학교폭력을 당하는 고등학생, 연쇄살인마 등으로 환생하고 죽음을 반복하며 이재는 점차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지옥 같다고 생각되는 삶에도 자신을 아끼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극단적 선택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 등의 메시지가 회차가 지날수록 구체화된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영화 '소년들'을 거치며 배우로 성장한 서인국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재가 환생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최시원, 성훈, 김강훈, 장승조, 이재욱, 이도현 등 많은 배우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18일 기준 아마존프라임 5위로 '이재, 곧 죽습니다' 역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만, 프랑스, 호주, 아르헨티나 등에서 10위 안에 자리하고 있고 티빙에서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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