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한파에 ‘테슬라 무덤’ 된 美…“완벽한 재앙”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4. 1. 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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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소들이 전기차의 무덤으로 바뀌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영하 20~30도가 넘는 '북극 한파'에 시달리는 미국 시카고의 한 전기차 충전소.

지독한 추위에 배터리가 빨리 닳아버린 테슬라 전기차 수십 대가 줄지어 충전을 기다리고 있다.

폭스뉴스, 뉴욕타임스(NYT) 등이 소셜미디어를 인용해 보도한 '테슬라 무덤' 영상들은, 현재 한파에 몰아닥친 미 북동부에서 낙담에 빠진 전기차 차주들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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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한파가 덮친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한 전기차 충전소에 누군가 두고간 듯한 테슬라 차량을 시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미 폭스뉴스 캡처

“충전소들이 전기차의 무덤으로 바뀌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영하 20~30도가 넘는 ‘북극 한파’에 시달리는 미국 시카고의 한 전기차 충전소. 지독한 추위에 배터리가 빨리 닳아버린 테슬라 전기차 수십 대가 줄지어 충전을 기다리고 있다. 차례를 기다리다 결국 방전돼 주인이 내버리고 간 테슬라 차량들도 꽤나 눈에 띈다.

폭스뉴스, 뉴욕타임스(NYT) 등이 소셜미디어를 인용해 보도한 ‘테슬라 무덤’ 영상들은, 현재 한파에 몰아닥친 미 북동부에서 낙담에 빠진 전기차 차주들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영하의 날씨 탓에 배터리는 금새 바닥이 나고, 충전 역시 평소보다 두세 배 이상 오래 걸린다. 때문에 요즘 충전소를 한 번 이용하려면 너댓 시간씩 걸리는 게 일상이 되고 있다. NYT는 “한파가 덮친 전기자동차 충전소는 대로까지 길게 늘어선 자동차를 끌고 노심초사 방전을 걱정하는 운전자들의 ‘절망의 현장’이 돼버렸다”고 전했다.

2023년형 테슬라 ‘모델 3’를 보유한 조살린 리베라씨는 요즘 매일 아침마다 충전소로 가야 한다. 모델 3는 원래 30분 충전하면 273마일(약 440km) 주행이 가능하지만, 한파로 밤 사이에 배터리 3분의 1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테슬라를 타고 싶지 않다”고 속상해했다.

일리노이주 오크부륵 충전소에서 만난 테슬라 소유주 타일러 비어드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제도 3시간, 오늘도 3시간이나 걸려 충전했다”며 “이건 완벽한 재앙”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전기차 소유자들도 한파로 인해 ‘충전 난민’이 되고 있긴 마찬가지다. 쉐보레 ‘볼트’를 모는 한 우버 기사는 “재충전에 5시간이 걸렸다”고 NYT 에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밤새 얼어붙어 문을 열지 못하거나, 심지어 견인마저 포기한 전기차 차량이 즐비한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존 내연기관차도 한파 상황에선 배터리 방전이 잦아진다. 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가 닳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뿐 아니라,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화학반응까지 느려져 충전도 어려워진다. NYT는 “다만 추위가 일상인 북유럽의 경우에는 전기차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혹한이 오더라도 (미국 같은) 충전 대란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짚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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