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지직 vs 아프리카TV···‘트위치 난민’ 어디로 갔나 봤더니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한국 철수로 스트리머와 시청자가 최근 네이버 치지직과 아프리카TV로 대거 이동 중이다. 시청자 수는 아프리카 TV가 더 많은 반면, 치지직의 채널 수 증가 폭은 아프리카TV의 3배를 웃돌았다.
18일 인터넷방송 랭킹 사이트 소프트콘 뷰어쉽에 따르면 지난주(7~13일) 트위치의 최고 시청자 수는 28만1832명으로 전주보다 8만285명 줄었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TV의 최고 시청자 수는 35만6475명으로 4만1935명 늘며 트위치를 제쳤다. 지난달 19일 공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치지직의 최고 시청자는 3만3844명 증가한 11만7957명으로 아직 경쟁사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방송 채널 수 면에서는 치지직의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트위치의 최고 방송 채널 수가 전주보다 964개 급감한 가운데 치지직의 최고 방송 채널 수는 521개 급증했다. 167개인 아프리카TV 증가 폭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통계에서도 지난달 치치직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99만명으로 급상승하는 앱 부문 5위에 올랐다. 네이버는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른 차분한 분위기가 게임 스트리머들에게 호감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위치 철수를 한 달가량 앞두고 시장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한 아프리카TV와 치지직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풀어야 할 숙제는 ‘생방송 리스크’ 관리다. 스트리머 신원을 조회할 권한이 없는 데다, 순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불건전 방송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날 시청자에게 쾌적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중범죄자에 대해 스트리머 계약을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을 치지직 약관에 신설했다. 또 스트리머 신청자가 중대한 범죄를 범한 경우와 허위정보 전파·차별 조장 등 네이버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사유 발생 시 이용계약 체결 신청을 승낙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 7일에는 음란물을 필터링하는 인공지능(AI)과 연령 제한 기능도 추가했다.
아프리카TV도 해묵은 아킬레스건인 선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플랫폼 명을 연내 ‘숲(SOOP)’으로 변경하고, ‘BJ’나 ‘별풍선’ 등의 이름도 모두 바꿀 예정이다.
양사 간 트위치 출신 스트리머 영입 경쟁도 불붙고 있다. 트위치 팔로워 100만명의 인기 게임 스트리머 ‘우왁굳’은 이달 초 자신이 기획한 버추얼 유튜버 그룹 ‘이세계아이돌’ 멤버들과 아프리카TV로 이적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팔로워 수 60만명이 넘는 스트리머 ‘서새봄냥’ ‘풍월량’ ‘한동숙’ 등은 치지직에서 방송을 시작한다고 알리는 등 팬층 선호도를 고려해 새 둥지를 찾아가고 있다. 유명 스트리머 침착맨은 플랫폼별 시청자를 고려해 치지직과 아프리카TV, 유튜브에서 방송을 동시 송출하겠다고 했다.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작년 10월 발표한 게임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72.9%가 1년에 한 차례 이상 게임방송을 시청했다. 빈도로 보면 거의 매일(1주일에 6∼7일) 본다는 답변이 20.8%에 달했다. 게임을 하지 않는 ‘게임 미이용자’로 분류된 이들도 32.2%가 게임방송을 시청했고, 이 중 9.5%가 ‘거의 매일 보고 있다’고 답했다. 게임을 직접 하지 못해도 방송을 통해 게임을 즐기고, 좋아하는 스트리머와 소통하는 이용자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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