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다의 기적’으로 재조명 받는 신소재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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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의 쌀’ ‘철의 후계자’로 통하는 탄소섬유 복합재가 하네다공항 충돌 사고를 계기로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는 일본항공(JAL) 항공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충돌하고도 탑승자 전원이 탈출에 성공했는데, 그 비결로 일본 승무원·승객이 ‘90초 룰(사고 시 90초 이내 탈출 기준)’을 잘 따른 것과 함께 불에 잘 견디는 탄소섬유 복합재가 여객기 기체에 쓰인 점이 꼽힌 것이다.
탄소섬유 복합재는 탄소섬유 그 자체, 혹은 탄소섬유에 플라스틱 수지 등을 첨가해 만든 고강도·경량 중간재나 이를 이용한 부품을 통칭한다. 철과 비교해 무게는 4분의 1, 강도는 10배 이상에 이르는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철강의 뒤를 잇는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기도 한다. 범용 탄소섬유 복합재는 낚싯대나 골프채 등 스포츠·레저용품에서부터 풍력발전기 날개나 자동차 수소 저장 용기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고성능 탄소섬유 복합재는 우주 발사체나 위성, 항공기나 미사일 제작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탄소섬유 복합재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내화성(耐火性·불에 잘 견디는 성질)이다. 에밀 그린핼시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교수는 블룸버그에 “탄소섬유 복합재는 화학구조의 특성상 불에 노출되면 탄화되면서 불이 번지는 것을 방지한다”고 말했다. 탄소섬유가 타는 온도는 섭씨 400~1000도, 섬유의 강도에 따라서 2000도까지 오른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불에 잘 견디는 탄소섬유 복합재가 쓰인 항공기에 화재가 날 경우 승객들이 탈출 시간을 그만큼 더 벌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발생한 JAL 여객기 기종(에어버스 A350-900)은 날개를 포함한 기체의 53%가 탄소섬유 복합재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탄소섬유 복합재는 높은 온도에서 형태도 더 오래 유지된다. 소재 전문가인 가나자와공대 혁신 복합재료 연구개발 센터의 우자와 기요시 소장은 닛케이신문에 “탄소섬유 복합재는 고온에서도 강도가 잘 떨어지지 않는 게 특성이라 화재가 발생해도 형태를 오래 유지한다”고 말했다.
탄소섬유 복합재는 이렇게 장점이 많지만 동일한 강도에서 철보다 두 배 이상 가격이 비싸 수요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소재의 무게 절감이 중요한 우주항공·방산 시대에 접어들며 수요가 크게 늘 전망이다. 현재 탄소섬유 복합재의 글로벌 강국으로는 일본이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도레이·데이진·미쓰비시와 같은 첨단 소재 기업을 보유한 일본은 전 세계 탄소섬유 복합재 생산능력의 거의 절반(49.2%)을 차지한다. 미국 헥셀의 점유율은 8.5%, 독일 SGL은 8.0%, 한국 효성 첨단소재의 글로벌 생산능력 점유율은 4.8% 정도다. 우리나라도 탄소섬유 복합재 개발에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산업부는 지난 2022년 탄소섬유 복합재를 제2의 철강으로 키우는 내용의 ‘우주항공·방산 시대에 대응한 탄소 복합재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해엔 탄소 복합재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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