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의 야심작 HD현대 ‘디벨론’… 美·중동 수출 ‘잭팟’ 기대

굴착기에 아이돌 홍보대사... 홈쇼핑·백화점 판매
존 디어·밥캣, 패션 브랜드 유명... 1등 각인 효과
HD현대, 건설기계 3사 시너지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 개막 이틀째인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베네시안 호텔에서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야심작인 건설기계 브랜드 ‘디벨론’이 출범 1주년이 됐다. 정 부회장은 올해 CES 2024 기조연설을 통해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로봇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건설 현장을 만들겠다’라는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 비전을 발표했다. HD현대는 본격 슈퍼사이클(상승기)에 올라탄 조선업과 함께, 건설기계를 양대 축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20일 오전 충남 보령 HD현대인프라코어 시험장에서 디벨론의 콘셉트-X2 무인 불도저가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다./윤예원 기자

18일 HD현대인프라코어 등에 따르면, 디벨론은 이날로 첫돌을 맞이했다. 디벨론은 ‘발전하다’라는 뜻의 디벨롭(Develop)과 ‘앞으로 나아간다’라는 단어 온워즈(Onwards)의 합성어다. 정 부회장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사이트 비전과 디벨론을 소개했다.

디벨론은 HD현대인프라코어가 생산하는 굴착기, 휠로더, 불도저, 덤프트럭 등의 통합 브랜드로서, 기업간거래(B2B) 고객만을 대상으로 했던 건설기계 분야의 마케팅 공식을 깼다.

HD현대는 디벨론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굴착기를 백화점이나 홈쇼핑에서 판매했고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광고도 띄었다. 영국에서는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에 후원사로 참여했고 미니어처 등 장난감도 판매했다.

아이돌 최초로 굴착기 브랜드 앰배서더가 된 우주소녀 멤버 다영이 HD현대인프라코어 디벨론 로고가 박힌 건설기계 장비를 타고 있다./다영 SNS 캡처

또 HD현대는 디벨론의 홍보대사로 아이돌그룹 우주소녀의 다영을 발탁하기로 했다. 주로 명품·패션 브랜드나 자동차 같은 고가의 소비재 브랜드들이 홍보대사를 기용하는데 B2B 사업인 굴착기에 홍보대사를 두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공사장의 투박한 이미지가 아닌, 친근하고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갖기 위한 조치다. 실제 미국의 농기구업체 ‘존 디어’나 중장비 브랜드 ‘밥캣’은 의류, 액세서리 등 패션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HD현대는 HD현대인프라코어를 비롯해 건설기계 분야 3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지게차 및 부품 생산) ·HD현대건설기계 등을 앞세워 사업 다각화에 나설 예정이다. 건설기계 업계의 올해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블루위브컨설팅(BlueWeave Consulting)에 따르면, 북미 건설장비 시장은 인프라 투자 확대 및 건설프로젝트 증가로 2028년까지 연평균 6.0% 성장해 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시장의 경우,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레이트(UAE) 국빈방문을 계기로 UAE로부터 300억 달러(40조원) 투자를 유치해 건설기계 기업들의 후속 진출이 예상된다. 당시 정 부회장도 윤 대통령과 함께 UAE를 방문했다.

존 디어에서 판매하는 캡모자(오른쪽)과 밥캣의 의류 브랜드 밥캣 어패럴의 아우터/각 사 제공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홈쇼핑으로 판매했을 당시 첫 고객이 일반 직장인으로 개인 주택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매했다”라며 “건설기계 제품은 곧 디벨론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왔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그룹 건설기계 분야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현대의 지난 3분기 매출 비중에서 14.7%를 차지한 바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4.5% 증가한 3조678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1.9% 늘어난 4043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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