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과 아이들의 록밴드, 영화보다 생생하네…뮤지컬 ‘스쿨 오브 락’

허진무 기자 2024. 1. 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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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쿨 오브 락>에서 주인공 듀이 핀을 연기하는 배우 코너 글룰리(가운데)가 아역 배우들과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에스엔코 제공
뮤지컬 <스쿨 오브 락>에서 주인공 듀이 핀(코너 글룰리)은 록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의 규범과 부모의 욕심에서 벗어나 주체성을 찾도록 돕는다. 에스엔코 제공

듀이 핀은 친구 집에 얹혀 살며 록스타를 꿈꾸는 한량이다. 록밴드에서 쫓겨나고 집세도 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돈이 급한 나머지 친구 이름을 빌려 명문 사립초등학교의 대리 교사로 위장 취업한다. 아이들은 학교의 규범과 부모의 욕심에 억눌려 산다. 듀이는 아이들에게 몰래 록 음악을 가르치며 경연대회 ‘밴드대전’ 참가를 준비하고, 아이들은 자신에게서 자신도 몰랐던 ‘록 스피릿’을 발견한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같은 제목의 미국 영화가 원작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을 제작한 영국의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뮤지컬로 각색했다. 주인공인 듀이 역의 코너 글룰리는 무명 배우였지만 뮤지컬 <스쿨 오브 락>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7년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에 얼터네이트(주연의 대역 배우)로 뽑혔고, 2019년 월드 투어부터는 듀이를 연기해왔다. 기자는 지난 17일 공연을 관람했다. 글룰리는 이날이 마지막 공연인 것처럼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으로 또렷한 인상을 남겼다.

글룰리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원작 영화 주인공인) 잭 블랙 때문에 배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도 “1차원적으로 블랙을 흉내 내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저는 <스쿨 오브 락> 영화를 보면서 성장했습니다. 저는 블랙을 보면서 그의 열정, 에너지, 코미디에 마음이 확 끌렸습니다. 나만의 ‘로켓소스(특별함)’를 열심히 찾아서 공연 때마다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사람이 했던 역할을 하면서 큰 기쁨을 느낍니다.”

뮤지컬은 영화 줄거리를 압축해 깔끔하게 다듬었다. 배경 설명을 영화보다 짧게 전달하고 곧장 빠르게 달려나간다. 영화가 주인공 듀이 중심이었다면, 뮤지컬은 아이들의 성장에 비중을 뒀다. 록 음악을 배운 아이들이 주체성을 찾고 부모와 충돌하는 장면을 넣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렸다. 이 작품에는 아이 캐릭터 12명이 나온다. 평균 연령 12.5세인 아역 배우 17명이 3개 팀으로 나뉘어 회차마다 2~4개 배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초연에선 조연출이었고, 이번 월드 투어 공연에선 협력 연출인 크리스토퍼 키는 “성인과 똑같은 프로 배우들이라 우리는 ‘영캐스트’라고 부른다”며 “오디션 현장에서 그들의 능력을 보면 매번 놀란다”고 말했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에서 주인공 듀이 핀(코너 글룰리)은 록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의 규범과 부모의 욕심에서 벗어나 주체성을 찾도록 돕는다. 에스엔코 제공
뮤지컬 <스쿨 오브 락>에서 주인공 듀이 핀(코너 글룰리)은 록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의 규범과 부모의 욕심에서 벗어나 주체성을 찾도록 돕는다. 에스엔코 제공

<스쿨 오브 락>은 어디선가 본 듯 예상 가능한 줄거리를 가졌다. 관람의 핵심은 신나는 록 음악과 100% 라이브 연주다. 뮤지컬의 생생한 라이브 연주는 영화가 보여줄 수 없는 재미다. 영화에 나왔던 곡 ‘스쿨 오브 락’이 그대로 등장하고, 웨버가 작곡한 ‘권력자에 맞서라’ ‘록은 어디로 갔나’ ‘나는 네게 너무 섹시해’ 등도 영화음악 못지않게 완성도가 높다. 뮤직 슈퍼바이저 존 릭비는 “웨버의 초기 작품을 보면 그는 언제나 열정적인 록 음악가였다”며 “웨버가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을 작곡하면서 원래 좋아하던 뿌리로 돌아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 시작 전에 웨버가 목소리 녹음으로 “네, (배우들이) ‘찐’으로 연주합니다”라고 강조한다. 무대 위 배우들과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OP)의 밴드가 합을 맞춰 악기를 연주한다. ‘저렇게 어린 배우들이 어떻게 연주할 수 있을까’ 의심이 가지만, 마지막 ‘밴드대전’ 장면에선 배우들이 연주하는 동안 OP의 밴드가 손이 관객에게 보이도록 머리 위로 올려 박수를 친다. 아역 배우들의 연주가 진짜임을 재차 확인해주는 것이다. 연주 장면에선 조명과 음향이 바뀌며 콘서트장 같은 현장감을 준다. 다만 록 음악의 박력을 충분히 만끽하기엔 볼륨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객석에는 어린이 관객도 많았다. 어린 시절 록을 좋아했던 어른이 아이와 손을 잡고 보기에 좋은 작품이다. 한국 투어에 맞춰 ‘블랙핑크’ ‘기사식당’ ‘안녕하세요’ 등 한국어 대사가 종종 등장해 의외의 웃음을 준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월24일까지 공연한다. 공연 시간은 휴식 20분을 포함해 160분. R석·OP석 17만원, S석 14만원, A석 9만원, B석 6만원.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4월부터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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