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式 시스템 공천, 단수·전략공천 규모가 성패 가를듯
국민의힘이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현역 의원 추가 감점'을 비롯한 현역의원에 대한 페널티 부과 등을 뼈대로 하는 '공천룰(공천심사 기준)'을 공개한 가운데 다음 단계로 단수·전략공천에 대한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야권 핵심 인사를 겨냥한 이른바 '자객공천'이 거론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한동훈식 시스템 공천'의 성패는 단수·전략공천을 어떻게 잡음없이 해내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23일 2차 회의를 열어 다음주에는 전략공천지역, 단수공천지역 등과 같은 전략지역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당이 영입한 인재들 대해서도 어떤 방식으로 공천을 할지 2차 회의에서 결정될 기준으로 하겠다는 것이 공관위의 입장이다.
공관위가 설 연휴 이전에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경쟁력 및 적합도 조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구체적인 경선 지역과 단수·전략공천지역 등의 윤곽은 설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선 등 시스템 공천을 강조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정 위원장 등의 최근 발언을 고려하면 공관위가 단수·전략공천지역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읽힌다. 자칫 단수·전략공천이 많아질 경우 시스템 공천 의미가 퇴색할 수 있어서다. 전날 공관위가 공천배제(컷오프) 기준으로 현역의원 10%를 설정한 것도 단수·전략공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전날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단수·전략공천 규모에 대해 "목표치를 갖고 하겠다는 것은 없다"며 "우선공천이나 단수공천 범위가 넓어진다면 경선의 의미가 희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기조에도 당내에서는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이자 총선 승패를 가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단수·전략공천 움직임이 벌써부터 감지된다.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조국 흑서'의 공동저자인 김경율 비대위원은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인천·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두 사람을 직접 소개한 것을 두고 현 지역구 당협위원장 등의 반발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들의 경우에도 동일한 기준 아래 경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비대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지지발언을 한 것만으로도 이미 불공정 경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겨온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의 경우에도 동일지역구 3선 의원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페널티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해당 지역에서 표밭을 갈아온 예비후보자들 입장에선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한 국민의힘 소속 전 당협위원장은 "외부 영입인사라고 해서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고 하면 지난 수년간 총선만 바라보며 지역기반을 닦아온 예비후보들 입장에선 억울함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외부 영입인재들의 교통정리도 문제다. 현재로썬 경선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외부 영입인사들의 불만이 뒤따를 수 있어서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던 김용남 전 의원은 인재영입위원회의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영입에 반발하며 탈당 후 개혁신당에 입당했다.
이와 관련해 장 사무총장은 "영입한 인재들에 대한 별도의 기준은 없다"면서도 "우선·단수공천을 할지, 경선을 할지는 같은 기준에서 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당장 야당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소속 임종석 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수 정당 시스템 공천을 마련했다고 하더니 본인이 그냥 공천을 막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럴 거면 시스템 공천이란 말을 애초부터 꺼내지 말았어야한다"고 했다.
반면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써 단수·전략공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부산 중·영도 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출연 "253개의 선거구에 공천을 하는데 그중 몇 개 상징적인 지역은 이러한 전략공천으로 선거에 국민들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며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그러한 포인트를 몇 개는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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