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가리지 않는 '경력직 서바이벌'의 비상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끊을 수 없는 맛을 가진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2024년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인기를 끈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징을 살펴보면 완전한 신인보다는 경력직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많다. 이러한 '경력직 서바이벌'은 트로트부터 아이돌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경력직 서바이벌' 중 가장 큰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은 MBN '현역가왕'이다. '현역가왕'은 2024 '한일 트롯 가왕전'에 나갈 대한민국 최정상급 여성 현역 트롯 가수 TOP7을 뽑는 서바이벌 음악 예능이다.
'현역가왕'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현역 가수들이 참가자로 나선다. 31명의 참가자 중 트롯 경력이 없는 가수는 린이 유일하다. 그러나 린 역시 가수 경력은 23년 차를 자랑하는 레전드다. 이들이 보여주는 퀄리티 높은 무대는 시청자들을 빨아들였고 파죽지세의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현역가왕'은 6.8%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이후 매회 자체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시청률은 어느새 14.5%까지 치솟았다. 최고 시청률은 15.3%까지 오르기도 했다. 화요일 전 채널 시청률 1위를 달리는 것은 물론, 트로트 장르의 굳건한 선두였던 '미스트롯3'와의 격차도 1% 안쪽으로 줄어들었다. 이같은 성적에 힘입어 일찌감치 남자 버전의 시즌2를 확정했다.
JTBC '싱어게인3' 역시 경력직 가수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싱어게인'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단 한 장이라도 앨범을 낸 경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싱어게인' 시리즈는 이무진, 이승윤, 김기태 등 많은 스타를 발굴했다.
이번 시즌에도 재야의 많은 실력자가 출연했다. 아직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은 가수부터 여러 이유로 잊혀졌던 가수까지 자신의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싱어게인3'의 시청률은 6~7%에서 머물고 있지만 화제성 순위에서 2위에 오르고 일부 참가자들이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TOP 10에 이름을 올리며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26일 첫 방송을 앞둔 Mnet '빌드업' 역시 경력직이 주를 이룬 프로그램이다. '빌드업'은 보컬에 자신이 있고 보컬을 사랑하는 실력자를 조합해 최고의 보컬 보이그룹을 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전·현직 아이돌 메인 보컬과 서바이벌 프로그램 경력자,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던 배우까지 무대 경험을 가진 참가자들이 참여했다. 그중에는 펜타곤 여원, CIX 승훈, AB6IX 전웅, 업텐션 선율 등 인지도가 갖춰진 그룹 소속 가수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빌드업'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오로지 보컬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이석훈, 서은광, 웬디, 솔라, 백호, 김재환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라인업에서도 그 의지가 느껴진다.
이 밖에도 지난해 방송된 JTBC '피크타임', Mnet '퀸덤퍼즐' 역시 경력직을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아이돌을 다시 한번 조명하게 만든 '피크타임'은 팀 단위 서바이벌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퀸덤퍼즐'은 기존 활동하던 걸그룹 멤버 혹은 걸그룹 출신 아티스트를 조합해 프로젝트 걸그룹 엘즈업을 만들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실력이 담보된다는 장점이 있다. 무명가수의 재발굴을 내세운 '싱어게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력직 서바이벌은 인지도가 있는 참가자를 앞세워 초반 화제성을 공략한다. 또한 완전한 신인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경력이 있기 때문에 무대의 퀄리티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을 담보한다.
이렇게 경력직을 앞세운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된다는 건 그만큼 이를 희망하는 가수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렌드에 민감한 가요계에서는 순식간에 뜨거운 인기를 얻을 수도 있지만, 잠깐이라도 멀어진다면 다시 관심을 얻기란 쉽지 않다. '경력직'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재도전하는 것은 리스크도 크지만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실력, 다시 도전에 나서는 참가자들의 서사와 절박함은 충분히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 수 있다. 다만,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더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맞이할 수 있다. 이른바 '양날의 검'이지만, 지금도 경력직 서바이벌은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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