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에 "주식담보대출 연장 불가"…지분 파는 최대주주들

박미리 기자 2024. 1. 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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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이오플로우·보로노이 거절받아
"제약바이오 주가 예년수준 회복 못한 영향"

바이오 최대주주들이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증권사로부터 주식담보대출 연장 불가 통보를 받고 있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신뢰성 하락으로 주가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장분자진단 전문업체인 진시스템은 최근 서유진 대표가 일부 지분을 매도해 대출금 3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고 18일 밝혔다. 주식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시스템은 "(작년 6월20일 서 대표가) 신한투자증권과 체결한 주식담보대출 연장이 불가해 서 대표가 일부 지분을 매도한 뒤 지난 16일 대출금 3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매도로 작년 9월 말 20.44%이던 서 대표의 진시스템 지분율은 현재 14.85%로 하락했다. 서 대표와 특수관계인 지분율도 26.7%에서 21.1%로 떨어진 상태다.

바이오기업 중 최대주주가 증권사로부터 주식담보대출 만기 연장 불가 통보를 받은 사례는 더 있다. 일회용 인슐린 펌프 개발기업 이오플로우의 최대주주 김재진 대표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받은 20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 만기가 작년 10월31일까지였는데, 한국투자증권에서 만기 연장을 거절하면서 결국 보유주식을 매도한 뒤 대출금을 갚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선 만기가 끝난 즉시 상환을 요구했고, 나머지 100억원에 대해서는 담보권 실행을 한 달 후로 유예해줬다. 하지만 김 대표가 100억원을 직접 갚거나, 백기사 혹은 대환 대출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주식은 추가 처분됐다. 두 차례 주식 매도로 김 대표의 이오플로우 지분율은 18.54%에서 9.79%로 반토막이 났다.

신약개발 기업 보로노이도 작년 12월 최대주주인 김현태 경영부문 대표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받은 25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 계약에 대해 만기 연장 불가 및 대출금 상환 통보를 받았다. 보로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작년 8월 주식 85만주를 담보로 받았던 대출이다. 당시 김 대표는 지분율(38.85%)에 해당하는 유증 배정물량(180억원) 신주를 모두 인수하기로 했다.

보로노이에선 1년 약정을 합의한 계약이라는 점, 담보 주식에 2025년 6월23일까지 매매가 불가능한 보호예수가 걸려있단 점 등을 내세워 상환 요구에 반발했다. 김 대표 대출금은 아직 상환되지 않았다. 양사는 한 달여가 흐른 지금도 해당 사안에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바이오 최대주주가 체결한 주식담보대출에 '만기 연장 거절' 나오기 시작한 건 주가 하락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증권사 주식담보대출은 기준가가 유지되거나 오른다는 기대를 기반으로 대출이 이뤄지는데, 신약 개발회사나 진단회사는 상장 후 시간이 충분히 흘렀음에도 개발 성과를 여전히 내지못하면서 신뢰를 잃은 측면이 있다"며 "5년 이상 되는 기술특례상장 바이오가 많아지는 등 주식담보대출을 유지하기엔 위험이 크다고 판단, 더 조심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최근 투자자 관심이 제약바이오보다 AI(인공지능), 이차전지 등에 쏠리면서 제약바이오 주가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도 바이오 주식담보대출 비중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연초 소폭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최고점에 비해선 주가가 3분의1,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진시스템 주가는 주식담보대출이 이뤄진 작년 6월 주가가 2만원이 넘었지만 현재 1만원이 안 된다. 보로노이는 7만~8만원이던 주가가 작년 말 4만원대로 떨어졌다. 이오플로우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에 따른 거래정지, 미국 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으로 인수 무산 등으로 타격을 입었다. 2만원이 넘던 주가는 현재 4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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