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LG엔솔 새 사령탑' 김동명 "전기차 시장 둔화, 일시적 딜레이일 뿐"
'성과 중심' 급격한 변화보단 기존 사내문화 존중
'님' 호칭제 "강제 않겠다…개인 자유에 맡길 것"
"능동적·자율적 성과에 몰입하는 조직이 이상적"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동명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전기차 시장 둔화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회사의 모토인 ‘즐거운 직장문화’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첫 신년 사내 인터뷰에서 “기존 조직문화 6대 과제는 일의 효율을 높이고 개인과 조직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라면 굳이 바꿀 이유는 없다”며 “핵심 업무에 집중하는 보고회의 문화, 즐거운 직장문화 등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1월 권영수 전 부회장 취임 후 ‘조직문화 6대 과제’를 발표하며 ‘출근하고 싶은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를 모토로 내걸었다. 특히 ‘성과에 집중하는 자율근무 문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한 수평 문화’ 등을 강조하며 인재 확보를 위한 임직원 복지 확대에 집중해 왔다.
반면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 초 취임사에서 ‘성취 지향 프로페셔널 조직문화’를 강조했다. 그러자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373220) 조직문화가 성과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의 이번 발언은 수장 교체 후에도 인재 이탈 등을 막기 위해 기존 조직문화를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사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조직문화는 스타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뛰는 프로 선수처럼 구성원들이 능동적, 자율적으로 성과를 위해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회사의 역할은 최소화해야 하며 구성원들이 잘못된 길로 가지만 않도록 최소한의 원칙과 규율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사장은 권영수 전 부회장이 도입해 정착시킨 ‘님’ 호칭 제도는 “앞으로 강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직급·직책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 이 제도는 직급과 직책이 주는 심리적 부담감을 없애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가능한 수평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도입 취지다. 김 사장은 “직급에 상관없이 다양한 안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면 호칭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인의 자유에 맡기고 싶다”고 했다.
올해 배터리 위기…“수요 하락 아닌 일시적 딜레이”
김 사장은 이번 신년 메시지에서 올해 배터리 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에 대해 “장기간 고금리 여파로 소비가 위축됐고 차량 판매는 둔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전미자동차노조(UAW) 임금협상 등으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고정비가 증가하면서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기는 개인 혹은 조직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일이고 실력을 갖춰 가다 보면 금세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 둔화는 수요 하락이 아닌 ‘일시적인 딜레이(delay)’이며 이 시기를 오히려 질적 성장을 위한 실행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말 취임사를 통해 밝힌 4대 중점 과제 관련해서도 구체적 실행 방안을 언급했다. 김 사장은 △초격차 제품·품질 기술력 △구조적 원가 경쟁력 확보 △압도적 고객 충성도 확보 △미래기술과 사업모델 혁신 선도 등을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지금이 압도적 초격차를 가질 수 있도록 내부를 단단히 다져야 하는 시기라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여러 부서가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앞설 수 있는 제품들을 디자인하고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과제를 수행해 가고 있다”고 했다.
‘구조적인 원가 경쟁력 확보’ 관련해선 외부의 영향을 덜 받고 구조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임을 밝혔다. 김 사장은 “고객의 페인 포인트가 있다면 사소한 일이라도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마음으로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려 한다”며 “우리 품질·비용·납기(QCD)를 지속 강화해 고객들이 불편함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확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래기술과 사업모델 혁신 관련해 그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이후 명확한 가시성을 갖춰 우리 사업에 실질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준비하려 한다”고 예고했다. 끝으로 김 사장은 “누구나 들어오고 싶은 회사, 누구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 놓은 사람 중 한 명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 정말 우리가 ‘대체 불가능한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을 모아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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