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전 여친 살해한 스토킹범, “사형 시켜달라” 했지만 징역 25년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18일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31·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또 출소 후 1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120시간의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출근길에 갑작스럽게 공격받고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는데 범행 당시 두려움과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피해자의 모친은 범행을 막다가 손가락과 손목에 부상을 입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딸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엄마를 잃은 슬픔과 정신적 고통 또한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족이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정신적 고통이 크고 피해자 유족은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찾아갔다고 하지만 사망 전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도 재차 범행했고, 사과를 들은 뒤 후련한 감정을 느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 자녀가 범행 장면을 목격했다거나 피고인이 자녀가 지켜보는 가운데도 범행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형벌을 가중할 요소로 포함하지는 않았다”며 “자신의 죄를 처벌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다른 보복 범죄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영구 격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무방비 상태인 피해자를 잔혹하게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앞서 살인 등 혐의로 기소한 A 씨의 죄명에 형량이 더 센 보복살인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당일 재판부의 허가를 받았다.
A 씨는 결심 공판 당시 사형이 구형되자 “유가족의 크나큰 슬픔을 목숨으로나마 사죄드리고 싶다”며 재판부에 사형 선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A 씨는 지난해 7월 17일 오전 5시 54분경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전 여자친구 30대 여성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당시 A 씨는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B 씨 집에 찾아가 주변에서 기다렸고, 출근하려던 B 씨를 발견하자 대화를 요구했다. 이에 공포를 느낀 B 씨가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느냐”며 “살려 달라”고 소리치자 A 씨는 숨겨둔 흉기를 꺼내 B 씨의 가슴과 등 쪽을 찔러 살해했다.
이후 B 씨의 어머니인 60대 여성 C 씨가 “딸이 흉기에 찔렸다”며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쓰러져 있던 A 씨와 B 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범행 후 자해를 시도해 의식불명 상태였던 A 씨는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B 씨는 결국 숨졌다. 범행을 말리던 C 씨도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양손을 다쳤다.
A 씨의 범행으로 B 씨는 6살 딸을 둔 채 세상을 떠나게 됐다. 엄마 없이 남겨진 어린 딸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심리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A 씨는 인천지법으로부터 B 씨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B 씨는 지난 2월 19일 A 씨의 주거지가 있는 경기 하남시에서 A 씨로부터 데이트 폭행을 당했다며 112에 신고했지만 해당 사건은 현장에서 종결됐다.
이후 B 씨는 A 씨가 이별 통보 이후에도 계속 주변을 맴돌며 연락하자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A 씨는 일주일 만에 다시 B 씨 집 주변을 배회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받고 4시간 만에 석방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A 씨는 “B 씨로부터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말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하라”는 법원의 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받았지만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한 달여 만에 B 씨를 찾아가 범행했다.
A 씨는 경찰에 “B 씨가 헤어지자고 하고 나를 무시해 화가 나 범행했다”면서도 “스토킹 신고에 따른 보복 행위는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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