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찰스 3세 국왕, 전립선비대증 수술..."증상 있는 남성이라면 검사하라" 독려

권대익 2024. 1. 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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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국내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52%가 병ㆍ의원 찾지 않아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전립선비대증으로 수술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찰스 3세 국왕이 지난해 11월 런던 의회 개회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영국의 찰스 3세 국왕(75)이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BBC 등 영국 주요 언론이 17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왕세자빈 케이트 미들턴이 복부 수술을 위해 10~14일 런던 클리닉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영국 왕실이 발표한 것이다. 영국 왕실은 고위 왕족의 건강 세부 사항은 거의 공개하지 않기에 같은 날 2명의 건강 상태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영국 왕실 버킹엄궁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수많은 남성들처럼 국왕도 전립선비대증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이라며 “국왕의 상태는 양성이며 교정 시술을 위해 곧 병원에 입원할 것”이라고 했다.

성명서는 “국왕의 공식 일정은 짧은 회복 기간 동안에는 연기되면 국왕께서는 지침에 따라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다른 남성들도 검사를 받도록 독려하기 위해 자신의 진단 세부 사항을 대중과 공유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찰스 3세는 당초 이날 스코틀랜드에서 외국 고위 인사와 각료들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치료를 이유로 일정이 취소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국왕이 현재 스코틀랜드 밸모럴 영지에 머물고 있으며 이번 주 초 검진을 받은 뒤 이날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앓고 있는 전립선비대증(prostatic hypertrophy)은 50대의 절반 이상, 70대는 70%가 고통을 받을 정도로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쪽 깊숙한 곳에 있으며 요도를 감싸고 있는 남성 생식 기관이다.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고, 운동을 돕는다. 중년 이후 전립선이 점점 커져 요도를 압박하고, 이에 따라 배뇨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2시간마다 소변을 누는 빈뇨(頻尿), 소변 줄기가 약하고 가늘어지는 약뇨(弱尿), 소변을 참기 힘든 급박뇨(急迫尿), 배뇨 후 오줌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잔뇨감(殘尿感), 소변으로 잠을 깨는 야간뇨(夜間尿) 등이다.

이를 방치하면 요도가 더 좁아져 오줌 누기가 힘들어지고 콩팥이 망가지거나 성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절반 이상인 52% 정도가 병ㆍ의원을 찾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비뇨의학회가 50~70대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립선비대증 인식 설문 조사’ 결과에서다.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대한비뇨의학회 홍보이사)는 “전립선비대증은 중년 이후 남성의 절반 이상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남성 질환으로, 매우 유병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치료받는 비율이 낮다”고 했다.

전립선비대증 발병 원인은 노화와 남성 호르몬이 주원인이며 유전적 요인, 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질환도 원인으로 꼽힌다. 고지방식이나 간편식 섭취 증가 같은 서구화된 식단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비대증일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요로감염ㆍ혈뇨 뿐만 아니라 방광 모양ㆍ크기가 변하고 방광 일부가 불룩하게 돌출되는 방광 게실(憩室ㆍ곁주머니)이 발생할 수 있다.

콩팥으로 소변이 역류해 콩팥 기능이 떨어지거나 급성 요폐(尿閉)가 생겨 소변줄을 거치해야 할 수도 있다. 급성 요폐는 소변을 보려고 해도 요도가 막혀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태다.

소변이 배출되지 못해 방광이 크게 부풀면 복부 통증이 극심해지고, 콩팥에 소변이 정체돼 수신증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하면 요로계 파열이 발생할 수 있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또한 만성화돼 방광 기능이 떨어졌다면 비대해진 전립선을 수술로 제거해도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될 수도 있다.

소변을 보는 데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비뇨의학과를 찾아가 전립선비대증인지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전립선비대증 진단은 문진(問診), 직장 수지(手指) 검사, 소변검사, 혈액검사, 요속 검사, 초음파검사 등으로 이뤄진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됐다면 우선 약물로 1차 치료를 시행한다. 약이 굉장히 좋아져 약물 치료로 환자의 80%~90%는 치료할 수 있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하지만 약물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요저류(尿貯溜ㆍ방광을 온전히 비울 수 없는 증세)나 반복적인 요로감염, 방광 결석, 혈뇨 혹은 콩팥 기능 저하 등이 나타나면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립선비대증 발병 원인이 주로 노화와 남성호르몬이기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지만 과일·채소 섭취를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면 전립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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