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와 無 사이 중도에 사물의 본성 켜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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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비공(非有非空). 실상은 있지도 아니하고 없지도 아니한, 유(有)와 무(無)의 중도라는 뜻이다.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작가 박석원의 조각이 이와 닮아있다.
한국 현대 추상조각을 대표하는 박석원의 개인전이 '비유비공 非有非空'이란 문패를 내걸고 2월24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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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조각 벗어나 ‘절단’ ‘축적’ 방식 작업
재현 않고 재료 본연의 물성·구조 강조
단순 형태 선호, 한국 미니멀리즘 구축
‘돌탑의 조형미’ 현대 추상조각과 연결
한국의 돌탑이 지닌 조형적 특성을 현대 추상조각에 연결 지어 한국 추상조각의 방향을 모색한 그의 의지는 한지라는 소재를 통해서도 성큼 발전한다. 축적과 반복의 개념은 기하학적으로 절단된 한지를 수평 수직으로 중첩시킨 평면으로 확장되며, 구체적인 형상을 드러내기 위한 매개체가 아닌 한지 자체의 물성을 강조한다. 이는 재료를 절단하고 재조립함으로써 본연의 물성을 나타내는 조각의 연장선이다. 조각가로서 물질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분화하는 본능이 평면작업으로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물의 본성을 포착해 내면의 무한한 가능성을 드러내는 박석원의 ‘적의(積意)’ 시리즈는 그것을 마주하는 관객을 묵언의 시간 속에 한없이 머물게 한다.
박석원은 1968년과 1969년 ‘초토’와 ‘비우’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국회의장상을 받으며, 20대 때 이미 한국 대표작가 반열에 올랐다.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제5회 파리 비엔날레(1966), 제10회 상파울루 비엔날레(1969)에 참여했다.
1993년부터 2008년까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워커힐미술관, 토탈미술관, 호암미술관 등에 소장되어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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