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에서 딸 영정사진 안고…“머리 깎는 어미를 보십시오” [영상]

심우삼 기자 2024. 1. 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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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보낸 어미의 머리 깎는 걸 보십시오. 더한 것도 할 겁니다. 오늘 출산정책 내놓는다 하더군요. 아이 낳지 마십시오. 이 나라에서 살 수 없습니다. 새끼 키우고 살 수 없는 나라입니다. 아이 낳지 마십시오."

스물아홉살 아들 이남훈씨를 하루아침에 잃은 엄마 박영수(57)씨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울부짖으며 머리를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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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윤 대통령에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건의 뜻
유족,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여당 또다시 외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국민의힘이 이날 의결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를 규탄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끼 보낸 어미의 머리 깎는 걸 보십시오. 더한 것도 할 겁니다. 오늘 출산정책 내놓는다 하더군요. 아이 낳지 마십시오. 이 나라에서 살 수 없습니다. 새끼 키우고 살 수 없는 나라입니다. 아이 낳지 마십시오.”

스물아홉살 아들 이남훈씨를 하루아침에 잃은 엄마 박영수(57)씨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울부짖으며 머리를 밀었다. 지난 9일 발의 264일 만에 국회를 통과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국민의힘이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기로 당론을 모았기 때문이다.

박씨를 포함해 특별법 공포를 간절히 호소해 온 유족 11명이 머리를 자르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참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희생자 정주희씨 어머니 이효숙(63)씨는 딸의 영정사진을 품에 껴안고 통곡하며 삭발했다.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건의하는 국민의힘 규탄한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외쳤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의 거부권 행사 요구 방침을 강력 규탄했다. 희생자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62)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지금껏 온몸을 던져 정부에 호소하고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애원하고 매달렸다. 그런데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저희를 또다시 외면했다”며 “우리는 국민의힘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주사위는 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며 “마지막 남은 인내를 윤 대통령에게 기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참사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 후속 조처까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뼈대로 삼는다. 국민의힘은 ‘야권(국회의장 포함) 7명-여당 4명’ 추천의 특조위 구성과 불송치 및 수사 중지된 사건 기록까지 열람할 수 있는 조항이 ‘독소 조항’이라며 특별법에 반대한다.

유족들과 시민단체는 “유가족이 위원 추천권을 갖는 게 편향적이라고 여당이 비판해 국회의장에 추천권을 돌렸는데, 정부·여당에 유리하지 않아 반대하는 것은 맞지 않고, 정당한 조사에 기본적 권한조차 주지 않는다면 특조위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한다. 이미 여당 요구에 특조위 활동 기간도 최장 1년3개월로 기존보다 3개월 줄이고, 압수수색 영장 청구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조항이 여야 합의 과정에서 법안에 수정 반영된 바 있다.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국민의 처절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윤 대통령께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참사의 진실을 밝힐 뿐 아니라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이다. 특별법 정부 이송 즉시 특별법을 공포하라”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19일 정부로 이송되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국민의힘이 이날 의결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를 규탄하며 삭발한 뒤 가족의 품에 안겨있다. 연합뉴스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가 우려돼 댓글창을 닫습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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