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최준용에게 '타자 변신'을 묻다
최준용은 데뷔 시즌부터 롯데 팬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은 투수 중 한 명입니다. 프로 2년차인 2021시즌, 20홀드를 기록하며 마운드의 허리를 책임졌고, KIA 이의리에 이어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고질적인 부상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았고, 스스로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답답함에 지난해 야수 변신을 선언할 정도로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습니다. '롯데의 미래' 최준용에게 붙었던 느낌표는 그렇게 점차 물음표로 흐려져 갔습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최준용은 야구장이 아닌 TV에서 먼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해 가수들을 모조리 제치고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가왕은 놓쳤지만 절절한 목소리와 수준급 노래 실력으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그리고 복면가왕에서 달았던 가명,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자세로 자신의 부활과 롯데 우승을 약속했습니다. 방송에서 털어내지 못한 속 이야기를 듣기 위해 최준용을 지난 4일 부산에서 만났습니다.
Q. 최준용에게 2023년이란.
A. 우선 너무 많이 배운 해였다. 몸 관리를 어떻게 해야 된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후반기에 잘했지만, 전반기 때부터 잘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큰 것 같다.
Q. 어느덧 5번째 시즌인데 지금까지 프로 생활을 돌이켜본다면.
A. 2020년, 20살 때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1군에서 적응을 잘한 것 같다. 2021년, 21살 때는 전반기 때 1~2달 정도 부상이 있어서 그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 2022년에는 풀타임을 뛰었는데 성적이 좀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2023년에는 가장 많이 부상을 당했다. 매 시즌이 끝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
Q. 정확히 부상 위치가 어디인가.
A. 어깨랑 팔꿈치랑 등 쪽에 부상이 있었다. 어깨는 오른쪽 어깨 위의 '견봉' 쪽에 부상이 있었다.
Q. 지난해 깜짝 타자 변신을 선언했었는데.
A. 사실 나는 투수를 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고, 스스로도 투수를 해야 가치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 올라와서 매년 아프면서 경기에 못 나가는 게 과연 가치가 있는 선수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서 지난해 5월에 물론 힘든 길인 걸 알고 있지만 서튼 전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안 아프면서 노력을 해서 투수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매일매일 경기에 나가서 좀 더 가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이렇게 말씀드렸는데 그게 이제 시즌 끝날 때까지도 이어졌던 것 같다. 그런데 김태형 감독님과 박준혁 단장님이 새로 부임하면서 '투수로서의 최준용의 가치'를 많이 알려주셨고, 팀에서도 내가 어떤 선수인지 알려주셨다. 그러면서 '운동, 투구폼 등 이런 것들을 좀 더 보완하면 부상이 더 안 생기지 않을까' 이렇게 많이 같이 고민을 해주셨다.
Q. 누구 사무실로 찾아가서 상담을 했었나.
A 그 당시에 2군에 있을 때라 부단장님과 면담을 통해서 말씀드렸었다.
Q. 얼마나 확신 하고 말하러 갔나.
A.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확신이 있었다. 잘한다는 확신이 아니라 '이제 해보고 싶다, 그리고 안 아프고 잘할 수 있겠다, 더 노력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Q. 김태형 감독이 부임하고 나서 타자 변신 이야기를 어떻게 꺼냈나.
A. 처음 만났을 때 너무 긴장했다. '감독님이 어떤 말씀을 꺼내실까?', '이걸 내가 먼저 가야 되나?'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던 시기에 감독님께서 먼저 불러주셔서 '준용아, 너 야수한다는 소리가 들리더라? 그게 사실이냐?'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사실 맞습니다'라고 했더니, '이유가 뭐냐?' 물어보셔서 '그동안 제가 너무 많은 부상이 있었습니다'라고 똑같이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감독님이 '좋아, 한번 해보자' 이렇게 먼저 타자 변신 시도를 선뜻 흔쾌히 받아주셨다. 그래서 마무리 캠프 동안에 그렇게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야수 훈련 기간에 감독님도 진심으로 많이 알려주시고 많은 피드백도 주셨다. 오히려 감독님이 '시간이 좀 걸릴 텐데 괜찮겠냐'고 하셔서 나는 '재활조에 계속 있는 시간을 다 합치는 것보다 이 시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서도 '그래, 네 마음 뭔지 알 것 같다. 한번 해보자'고 하시면서 좋게 잘 봐주셨다.
Q. 김태형 감독은 실제로 만나보니 어떤가.
A. 워낙 소문으로도 카리스마가 있으신 감독님이셔서 예전부터 한 번은 같이 해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두산이 너무 야구를 잘하고 감독님이 카리스마가 있으신 분이다 보니까 한번 감독님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좀 무서웠다.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런데 막상 감독님께서 대화를 먼저 걸어주시고 하니까 착해 보이시고 생각한 것보다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은 하지만 시즌에 들어가 봐야 알 것 같다.
Q. APBC 대표팀에 가서도 타격 훈련을 하는 게 화제가 됐다.
A. 김현욱 코치님께서 류중일 감독님이랑 아는 사이신데 류중일 감독님한테 먼저 말씀을 꺼내셨다. '준용이가 요즘 야수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러자 류중일 감독님이 '네 손을 한번 보자'했는데 마침 내 손에 굳은살이 엄청 많았었다. 감독님이 '내가 보면 확실하게 평가해 줄 수 있다. 피칭 없는 날이 언제야?'라고 하셔서 '내일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내일 쳐 봐.'라고 하셔서 배팅을 했는데 너무 긴장이 됐다. 감독님의 평가는 '스윙의 모습은 너무 좋고 그림이 너무 예쁘긴 한데 지금 투수가 너무 아깝지 않느냐'였다. 당시 코치님들도 '150km 나오고 잘하고 있는데 왜 바꾸냐'라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사실 나는 무조건 타자 변신 생각이 확고하긴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롯데에서도 내가 어떠한 가치가 있는 선수인지를 알려주셔서 거기에 좀 많이 흔들렸다.
Q. 최종적으로 타자 마음을 접은 건 언제라고 보면 되나.
A. APBC 대표팀 다녀와서 구단이랑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코치님들도 김태형 감독님도 그렇고 '이제 투수 글러브 끼자?' 말씀하셨다. (본인은 거기에 뭐라고 대답했나?) 그냥 웃었다.
Q. '투수 최준용' 이야기를 해보자. 팀에 포크볼 투수들이 많아서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는 건가.
A. 롯데 자이언츠를 생각하면 딱 문득 떠오르는 게 다 포크볼을 잘 던지는 투수들 아닌가. 나도 신인 때 송승준 선배님한테 배웠다. 그 당시에는 괜찮다고 생각을 했는데 던질 때 직구랑 변화구랑 폼 차이가 많이 없어야 되는데 폼 차이가 너무 난다고 느꼈다. 그래서 '체인지업을 던져볼까?' 생각이 들었다. 필승조 모든 선수가 포크볼이면 너무 일정하니까 한번 혼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체인지업을 그 당시 조웅천 코치께 많이 배웠었는데 한 3~4년 동안 꾸준히 캐치볼할 때 많이 던지고 경기 때도 되든 안 되든 막 던졌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2023시즌 들어서 체인지업이 조금은 자리를 잡았다.
Q. 2024시즌을 앞두고 투구폼을 바꿨다고 들었다.
A. 팔이 올라오는 시점이 약간 늦은 상태에서 올라왔었는데 이제 이 부분이 어깨에 가장 무리를 많이 준다고 하더라. 일본 투수들 보니까 다 팔을 올려놓고, 준비가 된 상태에서 공을 이렇게 나가면서 공을 던지더라. 일본 투수들은 저렇게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
Q. APBC 대표팀 다녀와서 동기부여도 되었을 것 같다.
A. 성인이 되고 나서 첫 대표팀이었다. 수준이 높은 선수들이랑 경기하다 보니까 내 실력도 뭔가 더 성장하는 것 같고 많이 배운 것 같았다. 국제 대회에서 공을 던지니까 확실히 그런 책임감도 더 따르는 것 같다. 올해 프리미어12가 있는데 연령 제한이 없는 대표팀이니까 꼭 한번 나가서 내 기량을 검증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Q. 원태인도 지난 인터뷰에서 일본 야구를 많이 언급하던데.
A. 나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일본 투수들은 다 잘 던지지 않나. 물론 인구가 더 많고 야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너무 기본기가 잘 돼 있다고 생각을 한다. 나도 한 번쯤은 일본에서 야구를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큰 것 같다.
Q. 이제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자. <복면가왕>은 어떻게 출연한 건가.
A. 원래 지난해에 섭외가 들어왔는데 전지훈련 때문에 못 나갔다. 나는 복면가왕 나가는 게 버킷리스트였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한번 나와서 불러보고 싶었고, 마이크가 얼마나 좋을까 궁금했다. 그러다가 1년이 지나 섭외 연락이 소속사한테 다시 왔다고 해서 그렇게 출연했다.
Q. 하얀 도복을 입었는데 어떤 의미였나.
A. 솔직히 의미 없다. 그냥 주는 거 입으라는 대로 입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내 이름이 내 상황과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그런 마음을 갖고 하다 보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중꺾마' 이름 마음에 들었나?) 너무 좋았다.
Q. <복면가왕> 출연 후 동료들 반응은 어땠나.
A. 야구장에 나가면 동료들이 나를 이름으로 안 부른다. 다 '중꺾마!'라고 부른다. 다들 내가 노래를 너무 잘 부르고, 애국가를 한번 불러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가왕 왜 안 됐냐고, 가왕 한 번 하고 왔어야 한다고 말해줬다.
Q. 이제 어딜 가나 노래 요청이 많을텐데 어떻게 조절할 생각인가.
A. 선배님들이 자꾸 '야 너 이제 돈 받고 해'라고 하신다. 내가 나이가 어리니까 시키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 사실 어떻게 조절할지 잘 모르겠다.
Q. '절친' 노시환과 노래 실력을 비교해본다면.
A. (노)시환이 형이 복면가왕 나와보면 알지 않을까. 시청자분들이 판단해 주실 거다. 나랑은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 파워풀한 걸 원하시면 시환이 형을 좀 더 좋아하실 것 같고, 뭔가 좀 더 섬세한 걸 좋아하시면 나를 좋아하실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나는 시환이 형처럼 부르고 싶다. 근데 그게 잘 안 된다. 막 끓고(?) 이런 게….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다.
Q. 고교 시절 샤워하면서 노래를 배웠다고 하던데.
A. 고1 때부터 시환이 형이랑 룸메이트였다. 그래서 항상 샤워를 같이 하러 갔다. 가게 되면 5분~10분 씻고 나오는데 우리 둘은 7명, 8명 바뀔 때까지 노래를 부르면서 계속 씻었다. 샤워실이 너무 에코가 좋다 보니까 둘이 듀엣하고 한 명씩 불러서 피드백 주고받고 이런 식으로 하다가 시환이 형이 '너, 소향 애국가 올라가겠냐?'라고 해서 한번 해봤다. 그런데 진짜 음이 올라갔다. 물론 원키는 아니었다. 그때부터 노래가 시작됐다.
Q. 당시 가장 많이 부른 곡은?
A. '먼지가 되어'를 많이 불렀다. 아무 노래나 누구 한 명이 먼저 시작을 하면 그게 듀엣이 된다… 자연스럽게 화음 넣고…
Q. 야구부 선배들이 한 마디 했을 것 같은데.
A. 선배들이 오히려 시켰다. 노래 해달라고. 그래서 좀 눈치 안 보고 불렀다.
Q. 야구 대신 노래 실력으로 주목받는 최준용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A. 사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더 생긴 것 같다. 왜냐하면 계속 아프다 보니까 뭔가 오기가 생긴 것 같다. 올 시즌에는 풀 타임을 뛰면서 롯데가 가을야구 꼭 갈 수 있게끔 도움이 되고 싶다. 그 열정은 더 커졌다.
Q. 2024년 야구선수 최준용의 목표는.
A. 첫 번째 목표는 안 다치는 것이다. 풀타임을 뛰었을 때 안 아프고 내 기량을 보여준다면 어떤 성적이 나올까 궁금하다.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가 한 30년 넘게 우승이 없다. 물론 바로 우승을 하는 건 어렵겠지만 목표는 크게 잡고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
Q. 지난해 LG의 29년 만의 우승도 좋은 자극제였을 것 같은데.
A. 선수단 내에서도 '너무 부럽다', '이제 우리도 할 때가 됐다' 하는 그런 의식이 커졌다. 진짜 올해는 달라질 것 같다고 약속드릴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를 남긴다면.
A. 2024시즌에는 안 다치고 꾸준히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더 잘하고 싶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좀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 시즌 롯데가 가을야구를 꼭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 기대해주세요!
박재웅 기자(menald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ports/article/6563702_364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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