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마저...상징과 같은 '세상에 이런 일이', 폐지 말고 대안은 없는 걸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1. 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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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꼭 폐지가 답일까, 시청률로만 봐선 안되는 가치도 있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세상에 이런 일이... 아마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폐지설 이야기를 접한 제작진이나 출연자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을까. 아니 현 제작진만이 아니라 SBS의 교양 PD들은 대부분 같은 생각이었을 게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26년을 이어온 SBS의 상징과도 같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오래된 프로그램으로서 경쟁력이 더 이상 없고, 방송사의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비용 절감이라고 한다. 최근 방송 환경이 변화하면서 생겨난 방송사들의 위기감이 얼마나 큰가를 실감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KBS에서 <홍김동전>과 <옥탑방의 문제아들> 폐지 결정을 내린 것 역시 이런 위기감과 고민이 현 지상파 전체에 드리워져 있다는 걸 말해준다.

실제로 현재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시청률은 2%대로 떨어졌다. 한 때 최고 시청률이 19.4%(닐슨 코리아)까지 올랐고, 매회 방영되고 나면 소개된 기상천외한 사연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걸 떠올려 보면 확실히 경쟁력이나 화제성이 뚝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그간 걸어온 길에 대한 가치나 상징성 같은 걸 두고 볼 때 폐지가 반드시 답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6mm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전국 현장으로 뛰어드는 VJ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 프로그램이었다. SBS가 개국한 후 그만한 물량투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 시스템은 가성비 높은 가져다 주었다. 인력이 적게 투입되면서도 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 세상에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포착해내는 '현장성'의 힘 또한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정착하면서 이 시스템은 SBS 교양 프로그램에서 다각도로 활용되었다.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그램은 이 시스템을 가져와 전국에 숨은 '노동의 달인'들을 소개했다. 한 가지 일에 오래도록 종사하다 보니 달인의 경지에 이른 이들을 소개한 것. 이 프로그램 역시 매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모닝와이드> 같은 교양프로그램의 갖가지 코너들 역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가진 시스템을 통해 매일 같이 전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개했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각각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서로의 정보들이 교류되거나 교차되면서 활용되기도 했고 나아가 하나의 이슈로 묶여져 집중 보도되는 일도 가능했다. 당연히 인력의 양성이나 교류도 이뤄졌다.

그러니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폐지설은 한 프로그램의 폐지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게 됐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을 뿌리로 해서 뻗어나간 가지들이 SBS 교양 프로그램의 여러 분야에 걸쳐져 있기 때문이다. SBS 교양 PD들 입장에서 보면 시청률이라는 경쟁력의 잣대 하나로 상징과 같은 프로그램에 대해 폐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어떤 무력감을 느낄 수 있고 신뢰도 잃을 수 있다. 새로운 아이템을 던져보는 의욕 자체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다뤄온 가치를 가진 프로그램이다. 정치인나 경제인들 같은 이들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뉴스에서 소외된 우리들의 이야기를 매주 접하게 해줬던 것. 무엇보다 사람 사는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의 가치는 시청률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간 해온 트렌드에서 조금 벗어난다고 그래서 경쟁력이 조금 사라졌다고 아예 없애기보다는 살릴 수 있는 대안적 방법들을 모색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편성 시간대를 조정하든지, 아니면 프로그램을 리뉴얼하든지 대안을 찾아내길 바란다. SBS 하면 여전히 떠오르는 상징적인 프로그램으로 앞으로도 계속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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